[논평] '정치 보복' 언급한 박근혜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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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구속 수감된 피고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깼다.

박 전 대통령이 16일 재판이 시작된 지 꼭 6개월 되는 시점에 맞춰 입을 연 것이다.

이날은 재판부가 추가로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면 석방되는 날이었다. 석방의 기대가 컸던 때문인지 항변의 수위는 높았다.

박 전 대통령은 먼저 그간의 소회를 밝히면서 거듭 무죄를 주장했다.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지도 그 누구로부터 부정청탁을 받지도 않았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재판을 정치적 외풍과 여론 압력에 따른 사실상의 '정치 재판'으로 규정했다.

재판부를 향해서는 헌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거라는 믿음이 무의미해졌다고 쏘아붙였다.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자신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는 말도 남겼다.

이날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4분 동안 낭독한 글의 행간에는 꼼꼼한 '전략'이 스며있다. 한마디로 '불복(不服) 선언'이다.

혐의를 인정 못하고 영장 추가발부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재판부도 믿을 수 없다는 '재판 보이콧' 선언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재판 과정을 볼 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재판부를 압박하려는 '불복 프레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날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전원 사임했다. '사법부의 치욕스런 흑역사', '살기(殺氣)가 가득한 법정'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재판부에 대한 협박이자 모욕이며, 법치를 부정하는 파렴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거슬러 올라가면 올해 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때도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중대 결단' 운운하며 탄핵심판을 방해하기 위해 노골적인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국민 앞에 사과나 유감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재판을 받는 입장에서 사과 표명은 유죄를 인정하는 징표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국정농단의 잘못과 책임을 모면하려는 변명이 통할 리 만무하다. 박 전 대통령의 무죄 주장은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로 기소된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에 맞서 '정치 보복'을 언급한 것은 정치적 희생자 코스프레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날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이 역할을 분담해 잘 짜인 시나리오를 행동에
옮긴 것은 재판부의 유죄 판결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즉, 변호인단 전원 사임은 판을 흔들려는 '벼랑 끝 전술'이자 '꼼수'라는 것이다.

여하튼 박 전 대통령 측의 돌발행동으로 앞으로의 재판에 일정 부분 차질은 불가피해졌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국정농단 등 18개 혐의에 대한 공판 심리를 흔들림 없이 진행해 추상같은 법의 엄격함을 보여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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