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이철성 청장, 백남기농민 관련 왜 계속사과 하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국정감사 이틀째인 13일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다. 여러가지 현안이 많지만 얼마전 고 백남기 농민 1주기였던 만큼 이 문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6월 16일 경찰개혁위 발족식에서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했고 1주기인 지난 9월 25일 또 사과를 했다. 이어서 지난 10월 11일에도 사과를 했다.

전임 강신명 경찰청장이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사과를 거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이철성 경찰청장, 고 백남기농민 관련 왜 계속사과 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과하는 이철성 경찰청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사과하는 이철성 경찰청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이철성 경찰청장이 세 번째 사과한 거냐?

= 그렇다.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게 2015년 11월 1일이었고 사경을 헤매다 사망한 게 2016년 9월 25일이다.

경찰은 그동안 공식 사과를 거부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16일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이 처음으로 공식사과했다.

이 청장은 "민주화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유명을 달리하신 박종철, 이한열님 등 희생자분들과 특히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 백남기 농민께 깊은 애도와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청장은 1주기인 9월 25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백 농민과 가족분들께 심심한 애도와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두 번째로 사과했다. 이 청장은 추석연휴 기간인 지난 10월 3일 광주 망월동 백남기 농민의 묘소를 참배하기도 했다.

그리고 10월 11일 경찰개혁위 전체회의에서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대한 경찰청장 사과 이후 이를 뒷받침할만한 합당하고 적절한 조치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 사과하고 조만간 미망인과 유족들을 찾아 경찰의 후속조치에 대해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철성 경찰청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이철성 경찰청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왜 갑자기 세 번째 사과를 하게 된 것이냐?

= 경찰개혁위원회 위원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6월 16일 경찰청장이 공식 사과를 했으면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100일이 넘도록 실효성 있는 조치가 이어지지 않았다.

특히 경찰청의 중간간부가 이철성 경찰청장의 사과가 '수사적인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 한겨레신문의 보도가 쟁점이었다.

경찰이 민주경찰, 인권경찰, 국민을 위한 경찰로 거듭나겠다면서 경찰개혁위원회를 불러놓고 공개 사과를 했는데 그게 '수사적인 사과' 다시말해 말뿐인 사과라면 경찰개혁위원들을 들러리로 세운것 아니겠나?

그래서 경찰개혁위원들이 경찰청장의 사과가 진정성 있는 사과라면 당연히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대책과 그동안 논의되고 추진된 일들에 대해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경찰개혁위 활동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이철성 청장이 후속조치 미흡에 대해 사과하고 좀 더 적극적인 조치계획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 '경찰청장의 사과가 수사적인 것'이라는 말은 어떻게 된 것이냐?

= 명쾌하게 가려진건 아니다. 살수차 운전 경관은 들었다고 하고 경찰청의 중간간부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경찰청 내부 감사에서도 그 발언이 있었는지 진위를 가리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 발언을 경찰의 중간간부가 살수차 요원들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건데 그럴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살수차요원들이 없는 사실을 만들어서 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 문제는 조직의 수장인 경찰청장이 공개사과를 했는데 일선이나 실무진에서는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이철성 청장이 세 번째 사과를 하게 된 것은 경찰청장의 공개사과 이후에도 후속조치가 미흡했다는 점과 살수차요원들의 청구인낙을 막았다는 의혹을 살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경찰 실무자들이 청장의 사과를 '수사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와 부인 박경숙 씨.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와 부인 박경숙 씨.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이철성 청장이 유족들을 만나는 거냐?

=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철성 청장이 고 백남기농민 유족들을 만나 사과하고 앞으로의 조치계획을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의 사과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고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발족한 경찰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에서 고 백남기 농민 사건을 우선 조사해 줄 것을 건의하고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검찰의 수사와 형사재판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관련자료도 제출했다. 이미 살수차 운용요원 2명과 살수차 지휘라인인 신윤균 전 서울청 4기동단장도 청구인낙서 제출했다. 또 경찰공제회 이사장인 구은수 전 서울청장도 조만간 청구인낙서를 제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관련자들에 대해 검찰의 기소가 이뤄지는대로 인사조치와 함께 징계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국가 청구인낙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사진=자료사진)(사진=자료사진)
▶ 경찰이 스스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겠다는 거냐?

= 그렇다. 경찰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정부를 대표하는 국무총리가 공개사과했고 이철성 경찰청장도 사과했다. 그 사과가 진정한 사과라면 당연히 국가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순서다.

그동안 1987년 고 박종철군 물고문 사망사건과 1987년 고 이한열군 최루탄 사망사건, 1991년 강경대군 폭행치사사건 등 경찰의 잘못으로 인한 사망사고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국가책임을 인정한 전례가 없었다.

그런데 경찰이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해서 유족들이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더이상 다투지 않고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기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박종철, 이한열 사건 등에서 유족들이 끝까지 손해배상 소송을 하고서야 배상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고 할 것이다.

▶ 상당히 의미있는 결정으로 보이는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게 되는 거냐?

= 무조건 그렇게 되는 건 아니고 사안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공권력 행사로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심각하 피해가 발생할 경우 경찰은 해당 지방청장이나 경찰청장이 이미 벌어진 심각한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기로 했다.

동시에 인권단체와 법조계 인사 등을 중심으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사실 앞에서 예를 든 사건들의 경우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객관적인 진상조사를 한 전례가 없다. 시민사회 단독으로 조사하거나 논란이 확산된 뒤 총리실 차원 또는 인권위 차원의 조사가 있었을 뿐이다. 심지어 진상조사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이런 진상조사를 바탕으로 사건발생에서 배상조치까지 전 과정을 백서로 발간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런 조치들을 훈령으로 만들어 일시적인 조치가 아니라 제도화해서 일관된 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사진=자료사진)(사진=자료사진)
▶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경우 사과를 거부했었는데 입장을 들어봤나?

= 들어봤다. 강 전 청장은 민사소송에서 청구인낙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직 확정을 한 건 아니지만 조만간 청구인낙서를 법원에 제출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강 전 청장은 또 도의적 인간적으로 유족들에게 사과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강 전 청장은 다만 "도의적, 인간적 사과와 민사소송에서 청구인낙를 하는 것과 형사적인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별개"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강 전 청장은 "지휘책임은 지휘부에 있지 현장 경찰관들에게 있는 게 아니다"면서 "현장 경찰관들의 과실에 대한 징계는 어쩔 수 없더라도 경찰관의 신분을 박탈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강 전 청장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찰개혁위원으로 활동 중인데) 경찰이 변하려는 진정성이 있는 거냐?

= 어떤 부분에서는 경찰이 정말 변하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다가도 또 다른 부분에서는 아직 멀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구성원이 14만명에 이르는 거대조직이다보니 현장 경찰관들에게까지 전파되는데 시차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경찰은 '국민의 경찰'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하는 게 핵심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권력의 편에서 국민위에 군림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그래왔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정말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겠다는 각오와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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