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장 위생 엉망… 검사인력 부족, 해썹도 못믿어

도축장 관리감독 업무, 중앙정부와 지자체 '제각각'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내 축산물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소와 돼지, 닭 등 가축의 도축물량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도축장들이 검사관 인력을 법정 기준의 절반 정도만 채용하는 등 축산물 위생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HACCP(해썹,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은 도축장마저도 20% 이상이 부적합 판정을 받는 등 축산물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도축장 위생기준 위반 심각… HACCP 도축장도 20%가 부적합 판정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등록된 도축장은 충북 22개, 경기 21개, 전북 19개 등 모두 149개가 운영 중이다.

이들 도축장에서 처리되는 연간 도축 물량은 소가 90만 마리, 돼지 1600만 마리, 닭은 10억 마리에 이른다.

이렇기 때문에 정부는 축산물 위생안전을 위해 도축장에 대해선 시설뿐만 아니라 직원들에 대한 관리기준을 마련해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도축장의 위생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도축장 법규위반으로 모두 64건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에는 점검 대상 도축장 84곳에서 6건이 적발됐으며, 지난해는 97곳에서 13건, 올해는 상반기에만 49곳에서 16건의 법규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올해의 경우 도축장 영업자와 종업원 준수사항 위반이 12건, 시설기준위반이 2건, 종업원 관리 위반 2건 등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도축장은 우수한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무엇보다 위생 상태가 매우 철저하게 관리돼야 하지만 각종 시설기준과 도살, 처리 기준 위반 등 축산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HACCP 도축장마저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도축장 가운데 HACCP 도축장은 지난해 기준 모두 129개에 달한다. 이들은 도축 과정에서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요소가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에 39개 도축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데 이어, 2015년에 38개, 지난해에는 27개 도축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해썹 도축장의 경우 모두 75개 항목에 대해 점수를 매겨 85점 이하면 부적합 판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 도축장 관리감독 인력 턱없이 부족… 법정인력 대비 59% 불과


정부는 도축장에 공무원 신분의 검사관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축장 검사관은 가축과 식육검사, 도축장 위생 관리 지도·감독, 도축장 종업원의 준수사항 이행여부 점검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수의사가 맡는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령은 검사관의 업무량을 1인당 소 30마리 이하, 돼지 300마리 이하, 닭 5만 마리 이하로 정하고 있다. 그만큼 도축장에 대한 위생관리를 꼼꼼하게 처리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도축장의 검사관 법정 인원은 413명이지만 실제 고용된 인력은 242명으로 58.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검사관 정원 현황을 보면 충북이 66명 대비 31명으로 47%에 머물고 있으며, 경남이 37명 대비 15명(40.5%), 전남이 38명 대비 20명(52.6%), 경기가 74명 대비 52명(70.3%) 등이었다.

박완주 의원은 "도축장 검사관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준 업무량을 초과하는 것은 물론이고 위생 관리, 감독에서도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 모든 게 도축장의 위생상태 불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작년과 재작년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계속해서 검사관 채용 공고를 냈지만, 수의사들이 지원하지 않았다"며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는 경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대부분의 검사관들이 60살 이상 된 수의사들로 이들의 2년 계약기간이 끝나는 내년과 내후년에는 훨씬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도축장 관리… 중앙 정부 따로, 지방정부 따로 '관리 부실'


도축장의 또 다른 문제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분리돼 있어, 효율적인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은 가축도축장의 인허가 업무는 시·도지사가 맡아, 지도감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검역본부)는 생산단계에서 도축장에 대한 HACCP 위생감사를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도축장을 떠난 축산물의 가공단계부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 감독권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철민 의원은 "축산물에 대한 위생감시와 소비자 위해요소가 부처마다 제각각 이뤄지면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축산물 위생관리 업무를 재조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축장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위생감시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클릭! 똑똑한 소비생활

많이 본 정보

많이 본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