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개탄스러운 MB정부 국정원, DJ노벨평화상 취소 청원 모의까지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사진=자료사진)

 

추석연휴 기간에 터져나온 과거 MB정부 국정원의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검찰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A씨와 자유주의진보연합 간부 B씨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압수해 분석한 결과 이들이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노벨상 취소를 위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청원서를 보내는 방안을 상의한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밝혀졌다.

자유주의진보연합은 진보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2009년 7월 뉴라이트 성향 극우 인사들이 중심이 돼 결성된 보수단체이다.

이 단체는 김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김대중 전 대통령, 후일 역사가 정당하게 평가할 것"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고인은 민주화와 IMF 경제 위기 극복에 일정 부분 공로가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지역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반헌법적 6.15 공동선언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김정일 독재정권 수명을 연장시켰다"고 주장했다.

사자(死者)에 대해 험담을 자제하는 일반적인 관행을 무시하고 이런 비판적인 논평을 낸 단체이니 만큼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못마땅해 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단체는 2010년 3월 김 전 대통령 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에서 사단법인 '행동하는 양심'이 출범할 때 "김 전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기 위해 부정한 공작과 거래를 자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람"이라고 매도했다.

이런 매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이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당시부터 일부 보수여권을 중심으로 로비설이 계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로비설은 전혀 근거가 없는 막연한 추정에 의한 것으로, 국제적인 우세거리였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노벨상 수상자의 나라에서 수상자에 대해 축하는 못할망정 로비설을 제기하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계적인 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노벨상의 명예는 물론 노벨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노벨위원회의 권위를 훼손하는 행위이기도 했다.

당시 노벨위원회가 "로비를 받긴 받았는데 상을 달라는 로비가 아니라 상을 주지 말라는 로비였다"고 해명하고 나선 것은 우리로서는 매우 부끄럽고 민망한 것이었다.
문제는 국정원이 이런 말도 안되는 국제적인 우세거리가 된 로비설을 다시 살려서 노벨상 취소 청원까지 모의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취소 청원은 다행히 실행되지 않고 모의단계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국가정보기관이 이런 말도 안되는 행위를 모의한 것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다.

모의는 말 그대로 국정원의 정치공작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대통령이 2009년 8월 서거하고 나서 야권과 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추모열기가 형성돼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된다는 판단 아래 고인을 헐뜯는 심리전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심리전도 심리전 나름이지 국가정보기관이 보수단체를 동원해 노벨상 취소 청원까지 모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이에따라 취소청원이 이뤄졌다면 우리나라는 또 한차례 세계인의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격의 추락은 말할 나위도 없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상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일하게 탄 수상자를 어떻게든 흠집내 노벨상을 취소하라고 청원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가 1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는 민족 반역자들이나 하는,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크게 흥분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MB정부 국정원에 대한 검찰수사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은 정치보복이라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국기문란'으로 지탄받을 만한 행위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이라며 못하게 막고 나서는 것은 공당으로서의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아직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주장까지 제기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때 국정원의 불법행위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정원의 공작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드러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측은 MB정부 차원의 취소 청원 의혹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MB의 핵심측근인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국정원 직원이 개인적인 일탈 차원에서 노벨평화상 취소에 대해 언급을 했을 수는 있겠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를 생각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치보복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고 진정으로 적폐를 청산하려면 특정인을 겨냥한 여론몰이식 정죄보다는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