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는 오늘도, 좋은 시나리오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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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엄정화와 함께한 시네마톡]

지난달 14일 개봉한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사진=영화사연두 제공)

 

지난달 14일 개봉한 '여배우는 오늘도'는 올해로 데뷔 18년차를 맞은 배우 문소리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각본을 직접 썼고 주인공으로 연기도 해 화제를 모았던 작품은 입소문을 타고 어느새 1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총 1만 4340명이 이 영화를 봤다. n차 관람을 인증하는 관객도 꾸준하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며느리, 딸, 엄마, 아내 역할로 여기저기서 부딪치는 문소리의 모습이 담겨 있다. 총 3막으로 나뉘어진 영화에서 문소리는 좋은 작품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동시에 무례한 외모 품평을 견뎌내야 하는 여배우로서, 아이를 키우고 가족들을 돌봐야 하는 가족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예술관을 드러내는 영화인으로서의 모습 모두를 보여준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여배우는 오늘도'의 '시네마톡' 행사가 열렸다.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문소리가 모더레이터를 맡고, 그와 영화 '관능의 법칙'을 같이 찍은 가수 겸 배우 엄정화가 참석했다. 관객과의 대화로 비로소 영화가 완성되는 기분을 느낀다는 문소리의 소감만큼이나, 이날 행사 역시 놓치고 싶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 엄정화가 가장 공감하며 봤던 장면은

엄정화는 "너무 잘 봤다. 정말 너무, 정말 너무 감동받았다"며 영화에 대한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소소한, 소소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저도 너무 많이 느꼈던 감정들을 (영화를 통해) 만나서 중간중간 울컥했고 너무 많이 웃었고 많이 생각하게 만든다. 정말 잘 봤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여성 배우 치고는 늦은 나이인 26살에 데뷔하고 한 작품 후 다른 작품을 하기까지 사이도 길었던, 배우가 된 후로도 '평범한 생활'을 유지해 왔다. 그래서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데뷔 때부터 인기를 얻었고 오랜 동안 화려한 '아이콘'이었던 엄정화가 공감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엄정화는 "아니 그렇지 않다. 너무 많이 공감했다. 1막에서 너무 많이 웃기도 했지만 굉장히 많이 공감했다. 여배우로서 공감한 것도 있고, '아, 다 똑같구나' 싶었다. 문소리 씨도 이런 걸 느끼고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는구나, 이런 얘기를 듣는구나 하는 생각들에 너무 공감했다. (1막 마지막에) 좋은 대본을 들고 들어갈 때의 모습을 보고 저 울었다. 너무 공감하면서 봤다"고 설명했다.

1막에서 문소리는 동종업계 관계자나 보통 사람들에게 원치 않는 '외모'와 '매력' 평가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다, 말미에서 꼭 작품을 해 보고 싶었던 감독의 시나리오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든다. 갑자기 마련된 술자리에서 오가는 대화는 그야말로 '하이퍼 리얼리즘'이라고 할 만큼 전형적이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 아트하우스에서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시네마톡 행사가 열렸다. 배우이자 감독인 문소리와 가수 겸 배우 엄정화가 참석했다. (사진=김수정 기자)

 

문소리가 '엄정화가 바란다. 한국 남자들 술자리에서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싶은 게 있느냐고 묻자, 엄정화는 "어떻게 이렇게 잘 썼어요?"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엄정화는 "진짜 깜짝 놀랐다. 배우도 너무 연기를 잘했고, 그걸 어떻게 정확하게 집어서 썼는지…"라며 "앞에 (사람을) 두고 직접적으로 외모 얘기를 하는데, 정말 예의없다. 존중할 줄 모르고 여자를 좀 뭔가 내려깔고 얘기하는 그런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문소리가 "(예쁘다는 말의 반복이) 여자는 예쁘기만 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들릴 때가 있다"고 털어놓자, 엄정화는 "앉아서 성적인 농담 같은 거 굉장히 노골적으로 하는 것들? '여자니까 이렇게 해' 이런 게 너무 거슬리고, 그 지점에서 항상 화가 나는 것 같다"고 맞장구쳤다.

◇ 문소리가 '감독 되기'를 권한 이유

문소리는 이날 행사에서 영화를 찍게 된 배경과 과정을 설명하며 '감독 되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문소리는 "1막 찍을 때 '관능의 법칙' 막 끝났을 때라 진짜 시간이 없었다"며 "우와 연예인이다~ 할 만한 배우를 일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캐스팅할 수 없어서 비전문배우를 썼다. 매니저 역할 빼고 (다른 배우들은 대부분) 연기를 안 하시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반면 문소리가 아내, 딸, 며느리, 엄마로 등장하는 2막은 오히려 '이건 영화다'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었기에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문소리 엄마 역으로 나오는 성병숙, 간호팀장으로 나오는 이정은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 영화 '카트' 프로듀서였던 친구의 도움을 받아 오디션에 응시했던 20~60대 배우들을 보고 캐스팅에 나섰다고.

3막에 나오는 인물들도 배우들이다. 극중 박정락 역할인 윤상화는 대학로에서 찾았고, 매니저 역은 윤영균에게, 신인 여배우 역은 실제로도 신인인 전여빈에게 돌아갔다.

문소리는 "(전여빈은) 영화에서 말을 해 본 적이 없는, 계속 옆에 서 있던 분이었다. '저 카메라 앞에서 너무 말해보고 싶습니다!' 했던 분"이라며 "굉장히 섹시한 것 같은데 순박해 보이기도 하고 야망있어 보이기도 하고 복합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배우 문소리와 엄정화가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문소리는 "처음부터 연출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영화를 좀 공부해봐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어느 순간) 영화가 보기 싫어지고 남들이 그 영화 재밌다고 해도 극장에도 안 갔던 순간이 있었다. 영화랑 멀어지면 안 되겠다 싶어서 만들기를 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편집 툴도 굉장히 많이 나와 있다. 노인대학에서도 강좌가 있고 영화를 만드셔서 노인영화제가 만들어졌다. 아이폰으로 30분 다큐를 만들었는데 4K로 하면 이런 데(극장)서 틀 수도 있다"며 "영화에 대한 전체 이해도와 애정도를 높일 수 있으니 (연기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문소리가 감독을 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엄정화는 "저는 이걸 보면서 '아, 열심히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글을 썼는지가 제일 놀라웠다. 자기 얘기를 자기가 연출하고 모든 현장을 아우르면서 연기했지 않나. 그걸 보며 너무 감동받았다. 저는 그런 재주가 없다"고 덧붙였다.

◇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고 싶은 여배우들

문소리, 엄정화 두 여배우는 여성들이 활약할 만한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식지 않는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역할을 묻는 질문에 엄정화는 "딱히 이런 걸 해 보고 싶다기보다는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고 싶다. 영화에서 너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거 찍으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있어야 찍죠. 시나리오를 줘야 찍죠. 그런 영화들이 없으니까 못 찍고 있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항상 기다리는 것 같다. 저희는 기다리는 직업이니까. 정말 가슴뛰는 시나리오를 기다리고 있지만 만나기 어렵고, 그래서 (영화에서 문소리가 그런 것처럼) 냅다 뛰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엄정화는 극중 문소리 딸인 연두가 하는 "힘들면 쉬어야지!"라는 말에 왈칵 눈물이 났다며 "(작품 사이에 쉬는 기간이 있어도) 마음이 확 안정된 상태로 쉬질 못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문소리도 "다음 작품 기다릴 때 더 잘 쉬어야 되는데 그때 오히려 마음이 더 바쁘고 걱정스럽다 보니 오히려 더 잘 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영화제목을 어떤 말로 완성시키고 싶은지 묻는 것이 이날 '시네마톡'의 마지막 질문이었다.

문소리는 "저는 여배우는 오늘도 GV합니다, 집에서 애가 기다립니다 이런 여러 가지가 있지 않겠나"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엄정화가 고른 말은 '기다린다'였다. 그는 "좋은 시나리오를 기다리고 있다. 항상 기다리고 뭔가가 채워지면 또 기뻐하고, 채우고 나면 또 버려야 되고, 그런 삶을 여배우는 '살고 있다'"고 밝혔다.

개봉 이후 꾸준히 GV를 진행해 온 문소리는 연휴 기간에도 쉬지 않는다. 오는 7일은 광주극장, 8일은 플레이스캠프로 떠나며, 10일은 서울 서대문구 아트하우스모모, 11일은 중랑구 CGV 상봉과 광진구 KU 시네마테크에서 GV를 할 예정이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GV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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