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문재인 정부들어서도 되풀이되는 낙하산 인사 논란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되풀이돼 안타깝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낙하산 인사 근절에 대한 기대가 다른 어떤 정권보다 컸다.

낙하산 인사를 과거 정권의 적폐로 보고 근절 대상으로 삼겠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여야 4당 대표와 만나는 자리에서도 낙하산 인사를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에 그런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출범 150일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근절은 커녕 여전히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논란이 시작된 것은 민간 금융사인 BNK 금융그룹 인사에서부터였다.

부산 경남은행 지주사인 BNK 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친문인사로 분류돼 온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내정돼 노조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김지완 전 부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으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경제고문을 지낸 인사이다.

김 전 부회장은 후보 선정 연기 등의 진통 끝에 BNK 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고 지난 27일 취임식을 가졌다.

청와대는 민간 금융사 인사 개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거래소 이사장 공모과정은 낙하산 인사 논란의 결정판이다.

박근혜 정부 때 금융권의 황태자로 불렸던 정찬우 전 이사장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사퇴하면서 시작됐지만 공모 뚜껑이 열리면서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다.

문재인 캠프 인사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력 후보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에따라 후보 인재풀을 확대한다며 전례없이 이사장 후보를 추가공모했다.

또 향후 일정을 공개하는 등 이사장 후보 선정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낙하산 인사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오히려 처음 유력후보로 부상했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급작스럽게 지원을 철회하고 재경부와 금융위원회 출신의 정지원 증권금융사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 라인과 캠프 간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등 온갖 루머가 떠돌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거래소 이사장 인사의 기준이 전문성과 능력, 자질 보다는 정치권 인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추천위와 후보들 역시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거래소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이 증권회사와 금융회사가 출자한 민간회사이다.

이사장도 거래소 지분을 보유한 34개 증권사, 유관기관들이 주주총회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이사장 선출에서 이들 주주들이 제대로 의결권을 행사한 적이 없고 거의 정부 입김이 작용해 왔다.

그 결과 이사장 선출 때마다 다른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노조가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와 농성을 하는 것이 일상화돼 왔다.

낙하산 인사를 청산해야 할 적폐로 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인 만큼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지금까지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들어 달라질 것을 기대해 거래소 내부에서 김재준 코스닥시장위원장 등 내부인사가 출마했지만 이들은 현재로서는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청와대나 정부가 드러내놓고 낙하산을 내려보냈다는 증거는 찾기 힘들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에 대한 시비는 논란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직 정찬우 이사장의 경우도 박근혜 정부 금융권 황태자였던 점으로 볼 때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로 볼 수 있지만 본인은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정당한 인사였다고 끝까지 강변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가 정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실제로 KB금융지주의 경우 윤종규회장이 사실상 연임된 것은 과거 정권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그동안 낙하산 인사들의 놀이터로 불릴 만큼 외풍에 취약했던 KB금융의 흑역사가 막을 내렸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럼에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계속 일고 있는 것은 청와대가 낙하산 인사 근절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측면이 있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와대가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호랑이가 없는 곳에서 여우가 왕노릇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청와대가 힘을 접은 곳에서 정부 관료들이 인사전횡을 일삼는 것은 더 우려할만한 사태를 낳는다.

청와대는 자신들이 빠진 자리에서 정부 관료들이 갑으로 군림하면서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지 않도록 인사와 관련해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