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트럼프-틸러슨의 대북정책 디커플링, 우리는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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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간에 막후 접촉을 시사했던 틸러슨 미국무장관의 발언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진=트럼프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렉스 틸러슨에게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렉스, 기운을 아껴라.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틀 로켓맨'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직접 붙인 별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트윗에서 "로켓맨을 잘 대해주는 것이 25년간 효과가 없었는데 지금이라고 효과가 있겠느냐"며 "클린턴과 부시, 오바마가 실패했지만 나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을 방문 중인 틸러슨 장관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블랙 아웃(대정전)과 같은 암담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북한과 2~3개 정도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인사가 북한과의 자체 막후 채널을 열어두고 직접 접촉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처음으로, 북미간 충돌일보 직전까지 갖던 위기상황이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찬물 끼얹는 트윗으로 이런 기대는 하루 만에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찬물 트윗은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사전에 조율이 안된 상태에서 국가 중요 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서로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트위터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게 대통령이 국무장관과 소통하는 방식이냐, 믿기 어렵다"에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망신'을 줬다. 틸러슨은 전화 같은 게 없느냐", "트위터가 대외정책에 있어 틸러슨 장관을 쓸모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틸러슨 장관이 조만간 사임하는 것 아니냐" 까지 줄을 이었다.

하지만 트위터 정치에 익숙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공개망신'을 준다는 생각없이 자신의 의견을 트위터로 가볍게 던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트윗은 처음이 아니다.

북핵 긴장이 고조된 지난 5월 이후에도 여러 차례 북한을 놓고 틸러슨 국무장관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는 동조화의 반대 개념인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크게 부각된 적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트윗은 '디커플링'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북정책에서 두 사람 사이에 큰 갈등이 있는 것처럼 몰고 갈 일은 아닌 셈이다.

오히려 두 사람 사이의 '디커플링'을 '미묘한 균형'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사진=자료사진)

 

북한을 자극하는 강경발언을 거침없이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를 틸러슨 장관이 외교적인 수사로 누그러뜨리고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북한이나 중국이 오판을 하지 않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제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와 틸러슨의 디커플링이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대화와 압박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대화 채널 가동 발언에 일촉 즉발의 북핵 위기가 진정되는구나 하면서 반겼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찬물 끼얹는 발언이 나오자 하루 만에 달라진 것이 없구나 하고 현실을 돌아보고 있는 형국이다.

이것을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 사이의 일시적인 해프닝 탓으로만 돌릴 일은 아니다.

하루 사이에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책 당국자의 말에 따라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일희 일비하고 있는 우리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오락가락 대응은 언론이나 여야 정치권 만이 아니라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미국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계속해서 북핵문제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무색한 지경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대북 외교정책 전반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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