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가위 추석과 '둥근 보름달' 정치


29일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에서 어깨동무한 채 웃고있는 오바마, 부시, 클린턴. (사진=CNN 캡처)29일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에서 어깨동무한 채 웃고있는 오바마, 부시, 클린턴. (사진=CNN 캡처)
미국의 전직 대통령 세 명이 어깨동무를 하고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최근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주인공은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그리고 빌 클린턴이다. 세 사람은 모두 연임(連任)에 성공해 8년씩 미국을 이끈 정치 지도자들이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 개막에 맞춰 행사장에 함께 등장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이지만 이들이 연출한 '사이좋은 어깨동무'에는 그 어떤 이념이나 정당도 없어 보였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네는 전직 대통령들에게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로 환호했다.

한마디로 부러운 모습이다.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우리 정치권과는 너무도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으로 갈라진 여야 간의 갈등과 대립을 두고 하는 얘기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부부싸움으로 인한 자살' 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은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부부싸움으로 인한 자살' 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은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제는 자유한국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정쟁에 끌어들이면서 정치 시계바늘을 10여 년 전으로 돌려놓았다.

전전(前前) 정권과 전전전(前前前) 정권의 격돌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데 모이는 민족 최대 명절 추석 한가위에도 민심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서로에게 아픔을 던진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시작되는 국정감사는 여야 간 힘겨루기 무대로 변질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더하고 곱하기는 고사하고 빼기와 나누기에만 혈안이 된 우리 정치판이다.

(사진=청와대 제공)(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추석연휴 첫날인 1일 국민들에게 보내는 추석인사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해인 수녀의 시집 '달빛기도'를 낭독했다.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관례에 따라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 등에게 보낸 선물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사법처리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전두환 · 노태우 전 대통령과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선물을 보내지 않은 것이다.

관례는 관례일 뿐이다. 바뀔 수 없는 철칙이 아닌 것이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추석 선물을 반송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이명박 정부의 국기문란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정치의 영역에서는 협치(協治)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포용 리더십도 필요한 덕목이다.


사실 전직 대통령들이 함께하는 모습은 우리 정치에서도 다반사였다.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 발표를 하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 김영삼 · 전두환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해 조언을 구했다.

2010년 4월 천안함 사고 때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김영삼 ·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해 대책을 의논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김영삼· 전두환· 노태우· 최규하 전 대통령 내외의 만찬 회동이 있었다.

1994년 김영삼 대통령 재임 때에는 전두환 · 노태우 · 최규하 전 대통령이 함께 국정운영 전반을 논의한 적도 있다.

이제 시간이 흘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 혁명에 힘입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이 함께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 된 것이다.


추석 명절을 맞아 우리 정치권이 한가위의 의미를 한 번 되새겨봤으면 싶다.

한가위의 '한'은 '크다'는 뜻이고, '가위'는 '가운데'를 뜻한다.

둥근 원은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와야 원이 될 수 있고, 작은 눈뭉치는 앞으로 굴려야 큰 눈덩이로 커질 수 있다.

지난 과거를 성찰하면서 앞으로의 미래를 꿈꿀 때 지금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보름달처럼 '크고 둥근 마음', '크고 둥근 정치'가 필요한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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