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40%' 학부형의 한숨 "배구 시킨 거 후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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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에서 만나자던 약속, 결국 수포로

'잘 부탁드립니다!' 지난 11일 열린 2017~2018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 나선 40명의 선수들. 하지만 절반 이상의 선수들이 프로의 문턱을 밟아보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운동에 모든 걸 쏟아부었는데… 배구 시킨 거 후회합니다."

지난 11일 2017~2018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를 지켜본 한 학부형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프로 무대로 향하는 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험난할 줄은 몰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번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는 총 40명이 나섰지만 16명만이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취업률은 40%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 가운데 4명은 수련 선수 신분이다. 나머지 24명의 선수는 프로의 문턱조차 구경하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여자부 대부분의 선수는 지난 5일 충북 단양에서 열린 '제28회 CBS배 전국 남녀 중고배구대회'에 출전했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대회였다. 프로구단 감독들 역시 현장을 찾아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당시 만난 선수들 모두 프로에 꼭 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 선수는 "분명 가고 싶은 구단은 있지만 지금 나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명해주는 구단이 있다면 어떤 위치에서든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결국 이 선수는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V리그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지만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남자 배구 선수 자녀를 둔 학부형은 여자부 드래프트를 지켜보고 혹시 자신의 자녀 역시 프로에 가지 못할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단양에서 영상을 통해 드래프트 현장을 지켜본 이 학부형은 "나중에 우리 아들이 드래프트에 나갔을 때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할까 봐 벌써 불안하다"며 "배구를 좋아해서 적극 지원했는데 오히려 그때 말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운동에 모든 걸 쏟아부었는데 드래프트를 보고 나니 배구 시킨 게 후회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국가대표팀의 선전으로 V리그의 인기도 동시에 상승했지만 학교 배구단의 숫자는 줄고 있는 추세다. 100개가 넘던 배구단은 어느덧 80여개팀 정도로 줄었다. 더 늘어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한 학교 배구단 관계자는 "이제는 키 큰 학생들이 배구를 안하려고 한다. 배구와 농구 중 고르라면 농구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며 "프로에 가기도 힘들고 연봉 역시 농구 높다는 인식이 있어 배구는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토로했다.

분명 V리그는 꾸준히 발전을 해왔다. 인기도 점점 올라가는 추세다. 하지만 프로배구의 근간이 되는 학교 배구가 흔들린다면 이는 선수층 약화, 더 나아가 프로배구의 존립마저 위협받게 된다. 2군 리그 활성화, 신규 구단 창단 등 확실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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