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레알?] 'SOC 호남홀대론', 과연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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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호남을 홀대하고 있다는 주장이 또 제기됐다.

호남에서 건의한 2018년 SOC 예산을 문재인 정부가 대폭 삭감했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영남은 호남과는 달리 신청하지도 않은 SOC 예산이 배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일까?

그래픽 = 강인경 디자이너

 


◇ 문재인 정부, 국가 전체 SOC 예산 줄여

사회간접자본을 의미하는 SOC(Social Overhead Capital)는 생산 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간접적으로 영향을 줘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만드는 자본을 의미한다. 도로, 철도, 항만 등이 대표적 사회간접자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복지·보건·노동 예산과 교육 예산은 늘리고 SOC와 문화·체육·관광 예산을 줄여서 재정 건정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MB정부에서 진행됐던 4대강 사업 같은 토목 공사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2018년 예산안. 보건·복지·노동 예산과 교육 예산이 늘어나고 SOC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 기획재정부 자료 캡처)

 


최근 논란의 시발점이 된 것은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의 발언이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황주홍 의원은 지난 1일 보도자료에서 "호남 SOC 예산이 2018년 예산안에서 대폭 삭감됐다"고 말했다. 며칠 뒤 황 의원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해명자료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특히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을 문제로 들었다. 그는 지자체가 정부에 해당 사업을 위해 3000억 원을 건의했지만 실제 반영된 것은 154억 원으로 무려 95%가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황주홍 의원실이 언론에 공개한 2018년 호남 주요 SOC 사업 예산안 자료.

 

황주홍 의원실이 언론에 공개한 2018년 영남 주요 SOC 사업 예산안 자료.

 


반면 영남의 '포항-영덕 고속도로', '도담-영천 철도건설' 예산은 지자체 건의도 없었는데 예산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박지원 전 대표 등이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영남 예산 편성을 두고 "귀신이 예산을 배정했다"고 표현하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황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호남 지자체가 건의한 예산은 대폭 삭감돼 주요 예산의 정부 반영률이 26.78% 수준에 그쳤다고 했다. 반면 영남은 지자체 주요 예산 건의액 반영률이 81.07%로 매우 높다고 했다. 그 근거로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를 함께 제시했다.

◇ 지자체 건의액은 참고 자료

정부에서 추진하는 SOC 사업의 경우 중앙 정부에서 사업 계획과 예산 계획을 세운다. 전체적인 스케줄과 사업 조정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뤄진다. 이때 혹시나 놓치거나 빠뜨린 사안이 있는지 점검하는 의미에 지자체로부터 건의 사항을 듣는다. 지자체는 사업에 따라 건의액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건의액은 참고 자료일 뿐이라는 게 국토교토부 재정담당 관계자의 답변이다. 지자체가 건의한다고 해서 모든 금액을 반영할 수 없다는 것.

국토부 관계자는 호남 SOC 건의액 삭감 논란에 대해 "정부는 해당 사업의 공사 단계를 고려해서 현실적인 수준에서 예산을 반영한다. 따라서 지자체가 과도하게 예산을 요구하더라도 종합적인 사항을 고려해서 편성한다"라고 대답했다.

황주홍 의원실의 주장을 반박하는 국토교통부의 해명 자료. (사진 =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캡처)

 


건의액 없이 예산으로 책정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미 사업의 계획과 구상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언급이 없어도 예정대로 예산을 배정해 사업을 진행한는 것이다. 이미 사업이 시작된 경우 역시 특별한 건의가 없어도 지속적으로 예산이 배정된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의 경우 현재 사업 진행 단계로 봤을 때 본격적으로 예산이 투입되는 시기가 아니다. 해당 사업은 노선이 확정되지 않아 사업계획 적정성 여부를 검토 중이다.

따라서 2017년에 편성된 예산 730억 원 중 대부분인 554억 원도 사용되지 않아 이월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공사 단계와 이월 예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18년에는 154억 원을 편성했다는 것이 국토부 재정담당관실의 입장이다.

◇ 영남 SOC 예산도 대폭 축소

2017년 확정된 예산안과 2018년 정부예산안을 비교했을 때 SOC 예산 중 가장 감소폭이 큰 것은 영남쪽 사업이었다. (자료= 국토교통부 재정담당관실)

 


CBS노컷뉴스가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2017과 2018년을 비교했을 때 영남에서 추진 중인 SOC 사업에서도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예산이 많이 줄어든 사업도 영남의 SOC 공사였다.

'도담-영천 복선전철'의 경우 2017년 7080억 원을 지원받았지만 2018년 4520억 원이 삭감된 2560억 수준으로 1/3가량 줄어들었다. 이어 '포항-삼척 철도건설', '울산-포항 복선전철' 역시 각각 전년대비 3823억 원, 2878억 원씩 줄었다.

네 번째로 예산이 많이 줄어든 것은 충천권 SOC 사업인 '당진-천안고속도로 건설(2349억 원감소)'이었고 다섯 번 째 역시 영남권 SOC 사업이었다(부산-울산 복선전철, 2191억 원 감소).

감소폭이 많이 줄어든 SOC 사업 중 호남에 해당하는 것은 군장산단 인입철도건설(1272억 원 감소)로 여섯 번재에 있었다.

따라서 2017년과 2018년 두 해로 비교하자면 오히려 SOC 예산 삭감 폭이 큰 것은 영남이 많은 셈이었다.

2017년에는 없었지만 2018년 반영된 SOC 예산에서도 영남과 호남의 차이는 없었다. (자료=국토교통부 재정담당관실)

 


2017년에는 없다가 2018년 SOC 예산으로 반영된 사례 역시 영남과 호남에 큰 차이는 없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산안을 2017년과 2018년을 비교하는 것에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사업 진행 사항을 고려한 만큼 특정 지역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예산을 계획하지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2018년 SOC 예산 호남 홀대, 영남 배려 논란은 '대체로 거짓'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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