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현실화된 북핵 위기, 비핵화원칙 고수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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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조선중앙 TV를 통해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6차 핵시험으로 추정되는 인공지진이 발생한 직후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핵 지형이 바뀌고 있다.

북한이 사실상 강력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됐다.

북한이 이번에 성공했다고 하는 이른바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의 폭발 위력은 대단하다.

중국이 지진 관측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일본 나가사키 핵폭탄의 7배 이상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폭탄이 서울 한 복판에 떨어지면 2백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국도 이 폭탄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실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모습이다.

북핵 위기가 이제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해법은 찾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서는 북한 핵 실험 이후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군 출신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린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포함한 모든 구체적인 군사옵션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어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절멸(total annihilation)'을 바라지는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할 많은 군사적 옵션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다분히 북한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실행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실행할 경우 한반도가 전쟁터가 되고, 주한미군을 포함해 수십만에서 수백만명의 인명피해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북한 지도부가 더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등 온갖 경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미사일 추가도발에 이어 6차 핵실험을 단행한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도 쉽지 않다.

지난 7월 북한의 두 차례에 걸친 ICBM급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의 전면적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지만 북한 도발을 막지 못했다.

북한 경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는 원유 수출금지 조항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빠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달여 만에 또다시 이를 포함한 강력한 제재결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에는 동참하면서도 북한 정권의 붕괴를 초래할 정도의 초강력 제재에는 반대해 왔고 이번에도 그 입장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원유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금지 등 북한의 외화 수입원을 차단할 방안을 안보리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의 핵문제는 오로지 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안보리 차원의 제재와는 별개로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 국가는 물론이고 그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이나 금융기관도 제재하는 수단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의 효과는 이란에서 입증된 바 있다.

미국이 2010년 이란의 원유를 수입하는 제3국에 대해 미국 내 파트너와 거래하지 못하게 하자 이란은 수출 길이 막혀 경제난에 허덕였고 5년 뒤인 2015년 결국 핵 협상에 서명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이 이란에서처럼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북한 교역의 90% 가량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은 중국에 대한 제재를 의미한다.

중국의 반발이 거셀 수 밖에 없는 만큼 미국으로서는 중국과 무역전쟁을 불사해야 하는 큰 부담을 안아야 한다.

이에따라 세컨더리 보이콧이 실제로 시행되기 보다는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석유 금수조치를 취하도록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뚜렷한 해법을 찾을 수 없는 가운데 분명한 것은 북핵위기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현실화됐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에서 가장 불안한 것은 강력한 핵무기를 가진, 가장 호전적인 집단을 머리에 이고 있는 남한이다.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을 그대로 다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온갖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북한을 과거로 돌릴 길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1992년 남북한간에 체결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아직도 유효하다면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는 것은 현실을 바꾸는데 무력하다.

정부로서는 북핵 현실의 토대 위에서 필요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핵에 맞설 수 있는 것은 핵 뿐이라는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에서 볼 때 한반도에서 핵전력 균형은 시급한 일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4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북한의 제6차 핵실험과 관련한 현안보고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 점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전술핵무기 재배치 문제에 대해 "북핵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는 발언은 평가할 만하다.

항간에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문제에 이어 또다시 중국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이러한 검토는 오히려 중국에 대해 석유금수조치에 적극 나서도록 압박을 가하는 지렛대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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