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장관 "北 제재 실패했다고 美에 말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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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토론회에서 문 정부 일관성없는 대북정책 비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사진=자료사진)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대북정책을 이끌었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 100일간의 대북 정책에 대해 우려감을 표했다. 전날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의 발언은 물론, 북한의 ICBM 미사일 발사 직후 정부가 사드 임시 배치를 결정하고 미국의 주도하에 제재 국면에만 쫓아가는 형국에 대해 쓴소리가 나왔다.

▷ 文정부 대북정책에 혹평 "전략 없이 선언적", "레드라인 발언은 부적절"

18일 오후 서울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서거일을 맞아 '한국 민주주와의 평화-김대중과 5·18 촛불혁명과 문재인 정부'라는 주제로 학술회의가 열렸다.

특히, '문재인 정부, 어떻게 평화를 지켜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전문가 패널들 사이에서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회를 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연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이종석 전 장관, 이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해 주도적인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는데 대체로 공감했다. 이날 최종건 청와대 평화군비통제 비서관이 참석해 전문가들의 고언을 경청하기도 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초반부터 작심한 듯 "정권교체에 열망했고 문재인 정권을 지지했던 제가 말을 하면 안될 것 같지만 '평화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해야 정상적이다"고 현재의 상황을 진단했다.

특히 "북한과 미국이 말폭탄을 했을 때 중국, 유럽연합까지 나섰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아무 얘기도 안했다. 이미 톤다운된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우리 허락없이 전쟁은 안된다'고 얘기했지만 그 전에 정부는 무슨 역할을 했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시련이 있을 때 철학도 나온다"며 "욕을 먹더라도 치고 나가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왜 전쟁 얘기를 하느냐'고 먼저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미국 눈치보기에서 벗어난 보다 선제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이근 교수와 이희옥 교수의 평가도 비슷했다. 이근 교수는 "문 대통령은 도덕적인 사고는 강한데 어떤 전략적인 사고가 있는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동아시아 비전도, 미중관계의 전략도 잘 보이지 않고 어제 갑자기 '레드라인'같은 얘기들이 튀어나오는데 전략들이 나오지 않아 그런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인 이희옥 교수는 "중국은 (문재인 정부가) 포괄적 패캐지 딜을 할 수 있는지 실력을 보고 싶어하는데, 지금 정부는 현상만 쫓아가는 느낌이 있다"면서 "현상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 국면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답을 못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사회를 보던 문정인 특보가 "문재인 정부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지난 정권의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코리아패싱 현상이 나오고, 사드문제로 미중 사이에 샌드위치로 끼어 있다"며 "'경로종속성'(과거의 잘못이 이어져오는 것)의 상황에서 어떻게 100일만에 다 바꾸겠느냐"고 유머있게 방어막을 쳤지만 관계자들의 쓴소리는 계속됐다.

이근 교수는 "이명박-박근혜의 한미동맹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게 문제"라며 "전략과 아이디어가 없이 대북정책이 굉장히 선언적"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정부가 원칙이 있으면 트럼프에게 '(대북) 제재가 안먹히지 않았냐'고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한 자리에서 중심을 가지고 있어야 나중에 조율도 된다"고 일관성 유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개념화해서 논란을 일으킨 '레드라인'과 관련해서도 이 전 장관은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레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나서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레드라인이라고 말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 조건없는 남북 대화, 경협 재개 등 미국에 소신 얘기할 '용기' 가져야

이들은 현재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에만 종속돼서는 대북 문제를 획기적으로 풀 수 없다며 보다 창조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국제 사회에서 고립돼 있는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통해 조건없는 대화에 나서거나, 경협을 강화해 북한의 내부 변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근 교수는 "지금 현재로서는 핵보다 북한 정권을 보호해주는 것은 없다. 핵보다 정권을 보장해줄 수 있는 '비가역적인 평화체제'를 고민해봐야 한다"며 "북한을 시장경제, 다자주의 존중으로 국제사회에 끌어들이고 서서히 싱가포르화 시켜나가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용기가 필요하다. 미국과의 사이가 잠깐 안좋더라도 우리의 스탠스가 어떻다는 것을 얘기해야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면서 "북한은 생각보다 낮은 비용으로 핵을 만들고, 생각보다 큰 경제를 가지고 있다. (제재로) 찍어눌러서 핵을 없을 수 있는 시절은 지났다"고 냉정한 상황 판단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대화에 조건을 붙이면 안된다. 핵포기를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알아가야 하는 것"이라며 "대화에 조건을 내세우는 비상식적인 미국의 태도에 동의하면 안된다"고 거듭 대화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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