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이고 또 숙이고' 경찰내홍 거듭 사죄한 경찰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김부겸 장관, 주재 화상회의서 사죄 지시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 참석한 김부경 행정안전부 장관(왼쪽 세 번째), 이철성 경찰청장(왼쪽 두 번째),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오른쪽)이 고개숙여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기자)

 

최근 불어 닥친 경찰 내홍문제를 일단락 짓는 자리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과 경찰 지휘부들이 국민 앞에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9층 무궁화회의실은 김 장관을 기다리는 총경급 이상 간부들 50여명으로 가득 메워졌다. 김 장관을 기다리는 동안 이들은 대체로 침묵을 지켰다.

화상회의 대형 모니터 속 전국 지방경찰청장들도 화면을 통해 비어있는 '행정안전부장관' 좌석을 바라봤다.

이날 오후 3시쯤 회의 주재석에 앉은 김 장관은 "오늘은 시국의 엄중함과 업무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의례적인 인사말은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김 장관이 "지금 이순간이야 말로 뼈를 깎는다는 각오로 거듭 태어나지 않는다면 국민이 여러분을 버릴 것"이라고 하자 옆에 앉아있던 이철성 경찰청장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 참석해 SNS글 삭제논란과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황진환기자)

 

발언을 마친 김 장관은 곧바로 논란의 대상자인 이 청장과 강인철(57) 중앙경찰학교장(치안감)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이 청장은 조금 전 김 장관이 언급한 내용을 이어받아 "이번 일을 '뼈'를 깎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 더욱 성숙해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겠다"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강 교장 역시 "국민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 정말 송구스럽다"며 사죄했다.

하지만 강 교장이 앞서 이 청장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자 김 장관은 "국민들 앞에 사과인사를 하라"며 강 교장을 나무랐다. 이에 강 교장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다시 마이크를 넘겨받은 김 장관은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했다.

김 장관은 이후 다시 이 청장을 비롯해 이날 직접 자리에 참석한 인천·경기남부청장 등을 불러내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차렷! 국민여러분께 경례"를 외치며 5초가량 고개를 숙였다.

김 장관이 청사 회의실을 떠나자 경찰 지휘부들은 곧바로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 참석한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이 SNS글 삭제 논란 사태에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황진환기자)

 

이번 논란은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광주지방경찰청 공식 SNS에 올라온 '민주화의 성지, 광주'라는 표현을 경찰청장이 삭제 지시했다는 내부 폭로에서 비롯됐다.

이날 김 장관이 경찰 내홍에 직접 개입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중요한 현안을 앞둔 시점에 민감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 앞에 수차례 고개를 숙인 경찰에 다시 기회가 돌아간 만큼, 향후 이 청장의 조직 장악력의 시험대에 올랐다.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