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전자팔찌 병사와 육군 대장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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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사진)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갑질'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운전기사를 노예처럼 부리는 기업체 회장, 가맹점주에게 온갖 것을 떠넘기는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에 이어 군대 사병을 몸종 취급해온 지휘관 부부까지 등장했다.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1일 전역지원서를 낸 육군 제2작전사령부 사령관 박찬주 대장 부부의 얘기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2일 CBS인터뷰에서 추가로 폭로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냉장고만 무려 10대가 비치된 160평의 1, 2층 공관에서 사령관 부부를 모시는 공관병과 조리병들은 사실상 군인이 아니었다. 인격이 없는 몸종이고 머슴이었다.

더욱 엽기적인 횡포는 공관병에게 늘 전자팔찌를 차고 다니도록 했다는 것이다.

박 사령관 부부가 아무 때나 호출벨을 누르면 전자팔찌에 신호가 왔고, 공관병은 부리나케 뛰어가 시중을 들었다. 범죄자도 아닌 공관병에게 전자팔찌까지 채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아무리 상명하복의 군대조직이라지만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작태다.

공관병들의 근무시간은 사령관 부부가 아침에 일어나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였다. 항상 대기 상태를 유지하면서 온갖 허드렛일을 강요당했다.

다림질, 화장실 청소, 텃밭 가꾸기는 기본이고 사령관 아들의 속옷 빨래도 했다. 사령관 부인은 바닥에 떨어진 발톱과 각질 청소까지 시켰고, 인격 모독의 언사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박 사령관 부부의 이 같은 갑질 횡포가 지금껏 계속된 이유는 공관병 개인 전화도 없고, 공관 밖 외출도 금지돼 신고가 쉽지 않은 때문이었다고 군인권센터는 밝혔다.

육군 내부 규정에 따르면 군 지휘관 관사나 공관에는 두 세 명의 근무병과 조리병, 운전부사관을 배치할 수 있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지휘관들의 편의를 위한 예외적 제도다.

사실 군 지휘관들이 공관병들을 하인 다루듯 부려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속칭 '복지 병사'로 불리는 사병들은 지휘관 자녀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과외병으로, 골프연습장이나 테니스장을 관리하는 골프병과 테니스병으로, 심지어 목욕탕병, 이발병, 도서관병 등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박 사령관 부부의 갑질 논란에 대한 국방부의 감사 착수를 계기로 군대 내부의 잘못된 관행을 바꿔야 한다.

특히 박 사령관이 전역지원서를 냈다지만 철저한 감사와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과정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자신부터 공관근무병을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겠다고 한 만큼 이제 공관병 제도는 폐지된 셈이나 마찬가지다.

장병들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명예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군대 문화의 적폐를 말끔히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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