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자유한국당의 담뱃세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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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세금문제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되는 세금은 다름 아닌 담뱃세다.

자유한국당은 25일 당 정책위 차원에서 담뱃값 인하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담뱃세를 2천원 내려 담뱃값을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홍준표 대표의 대선후보 당시 공약 이행 차원이라지만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흡연율을 낮추겠다며 지난 2015년 1월부터 담뱃세 인상을 통해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천원 올린 것이 박근혜 정부였고, 당시 집권여당이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었기 때문이다.

집권 때는 국민건강을 이유로 담뱃값을 대폭 올렸다가 정권을 잃자 다시 없던 일로 하겠다는 처사다.

물론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담뱃값을 올릴 때 주된 이유에는 세수 확보도 있었지만 국민건강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당시 발의를 했던 새누리당 의원은 "간접흡연과 조기사망 등으로 말미암은 피해액만 연 10조원"이라며 "담배로 인한 사망자 수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보다 6배나 많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 우리나라는 34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담뱃값이 가장 낮고 흡연율이 높다"고 인상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담뱃값을 올렸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6월까지 상반기 담배 판매량은 17억2천만갑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담배 판매량을 보면 2014년 20억3천만갑에서 2015년 담뱃값 인상에 따라 14억6천만갑으로 줄었지만(-28%) 2016년부터 2년 연속 17억갑이 넘게 판매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당시 정부는 담뱃값을 2천원 인상하면 담배 소비량이 34% 감소할 것이라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를 토대로 담뱃값을 인상했지만 처음에만 반짝하고 줄어들었을 뿐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에 담배 세수는 크게 늘고 있다.

2014년에 7조원에 머물렀던 것이 2015년에 10조5천억원, 2016년에는 12조4천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올해 담배 세수도 지난해 수준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인상 직전 해보다 한해에 5조원 이상 세수가 더 걷히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복지재정 확충에 필요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국민건강을 핑계로 담뱃값을 올렸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이다.

물론 담뱃값 인상논란은 대선에서도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민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담뱃값을 인상했지만 담배 판매량은 인상 전 수준으로 다시 늘어났다"며 "서민들의 담배 소비량이 더 늘었고 결국 서민들만 더 힘들어진 만큼 담뱃값을 내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시절 담뱃값을 두배 가량 인상한 것에 대해 "한꺼번에 인상한 것은 서민경제로 보면 있을 수 없는 횡포"라고 비판한 바 있지만 공약으로 내세우지는 않았다.

문제는 집권당시 담뱃값 인상의 주체였던 자유한국당이 야당이 되면서 인하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담뱃값 인하는 박근혜 정부 당시 잘못했던 정책을 되돌린다는 것"이라며 "정부 여당으로서도 서민들의 부담을 덜자는 취지인데 반대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 시점에서 자유한국당이 집권 당시 정책이 잘못됐다고 시인까지 하며 바로 잡겠다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는 새 정부와 여당이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등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부자증세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서민부담 경감이란 기치를 내걸고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증세정책에 맞불을 논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담뱃값 인하는 정부 여당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실제로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후보자 때 인사청문회 답변자료를 통해 "담뱃값을 재인하하는 것은 금연정책 후퇴"라며 "정책신뢰를 훼손하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대표도 "자신들이 올린 담뱃세를 내리자는 발상은 담뱃세 인상 명분이 모두 거짓말이었음을 실토한 것"이라며 "세금문제는 일반국민의 생활에 민감한 문제인 만큼 정치권은 진중하고 정직한 자세로 세금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 큰 이유는 세수 때문이다.

당장 100대 국정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100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서 한해에만 5조원 이상의 세수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뻔히 잘 알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담뱃세 인하라는 민감한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겠다고 나선 것은 보수를 표방한 제1야당의 자세에 맞지 않는 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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