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자 증세 vs 세금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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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사진)

 

세금을 더 올리자는 '증세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집권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증세의 기준을 제시하면서다.

대상은 잘 사는 사람들과 돈 많은 기업이다. 그냥 고소득자가 아니라 초(超)고소득자이고, 일반 대기업이 아닌 초(超)대기업이다.

이른바 '부자 증세'에 따른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치적 고려가 반영된 것이다.

전체 2만 명으로 추산되는 연 5억원 이상 초고소득자의 소득세를 2% 더 올리고, 과세표준 2천억 원이 넘는 초대기업의 법인세 명목세율을 3% 더 높이는 내용이다.

재정당국은 다음 달 초에 발표되는 세법개정안에 이 같은 증세논의를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전날에 이어 이틀째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그러나 '증세론'이 나오자마자 보수 정당과 보수 언론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이 세금 폭탄 공화국이 될 판이라고 쏘아붙였다. 날림 공약을 세금 인상으로 이행하는 것은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법인세 인상도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고, 기업의 투자 위축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앞으로 증세를 둘러싼 여야간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세론'은 휘발성이 강한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와 같이 대형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어느 정권에서나 논의 자체를 금기시한다.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이 불쑥 '증세론'을 꺼내든 배경에는 사실 옹색한 측면이 있다. 100대 국정과제 이행과 178조원의 재원 사이의 불일치가 여론의 비판을 받은 때문이다.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했던 청와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출구전략으로 집권당 대표와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총대를 멨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놓았던 '증세론'이 갑작스레 핫이슈가 됐다.

그러나 차제에 '부자 증세'가 이슈로 떠오른 만큼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생산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 2003년 참여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 신설로 '부자 증세' 논란이 제기됐던 경험을 꼼꼼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부자 증세'는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여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적 세금 부과가 아니라 고통을 분담하는 '착한 세금'이다.

'부자 증세'로 얻어진 재원을 통해 복지를 실현함으로써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인식이 공유돼야 한다.

복지 선진국의 경우 부유층의 조세부담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받아들여진다. 초(超)고소득자와 초(超)대기업이 공정한 분배 정의를 실현하는 데 동참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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