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류샤오보 사태로 본 중국, G2 국가에 걸맞는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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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중국 '민주화의 별' 류샤오보(劉曉波)가 사망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전 세계적으로 류샤오보에 대한 추모 움직임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G2(주요 2개국) 국가에 걸맞지 않는 행보를 계속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풍속이라는 이유로 유가족들의 반대에도 화장 후 류샤오보의 유골을 바다에 수장시키면서 묘지도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

중국에는 수장이라는 풍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류샤오보의 묘지가 민주화의 성지가 되는 싹을 아예 자른 것으로 보인다.

터우치(頭七, 사망 후 7일째 망자를 기리는 풍습)를 앞두고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劉霞)에게는 베이징에서 2700㎞나 떨어진 윈난성으로 '강제여행'을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류샤오보의 사망을 계기로 중국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류샤를 중심으로 중국 반체제 세력이 결집할 가능성이 커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와 검색엔진은 물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모바일 메신저 등에서까지 류샤오보 관련 소식과 정보를 삭제, 차단하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민들은 류샤오보의 죽음을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앞서 류샤오보의 수감도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2008년 12월 세계인권의 날에 발표된 '08헌장' 작성과 서명운동을 주도한 것과 관련해 류샤오보에게 국가전복선동죄를 적용해 징역 11년 형을 선고하고 수감했다.

'08헌장'은 헌법제정과 삼권분권, 인권보장, 결사 집회 언론 종교의 자유, 환경보호 등 중국의 민주화를 평화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국가전복선동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이다.

중국 정부는 류샤오보를 수감한 뒤에 국제적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보복조치도 서슴지 않았다.

2010년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가 류샤오보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자 중국 정부는 무역보복의 하나로 노르웨이 연어의 수입을 금지했다.

이 조치로 노르웨이는 엄청난 경제 손실을 봤다.

류샤오보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더욱 문제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수감 중인 류샤오보가 간암말기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과 독일 등 여러 국가와 국제기구,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해외로 이송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으나 중국 정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다른 나라들은 중국의 사법주권을 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는 일각에서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를 살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제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WB)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류샤오보가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살해됐다"고 밝혔다.

지난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학생대표로 류샤오보와 함께 활동했던 우얼카이시(吾爾開希)도 19일 방한 기자회견에서 "류샤오보의 사망은 암살이라는 단어 이외에 어떤 단어로도 적당하게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굴기(崛起, 우뚝 섬) 외교'에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리더로 발돋움하려고 하고있다.

현재는 G2로 미국과 함께 세계 2대국으로 분류되지만 장차는 미국을 제치고 중국(中國)이라는 이름 그대로 세계의 중심이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미국이 긴장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류샤오보 사태는 중국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강한 회의를 들게 한다.

류샤오보를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장기간 수감해 죽음에 이르게 하고 죽음 이후에도 언론통제와 함께 부인을 격리시키기 위해 수천리 바깥으로 강제여행시킨 것은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오토 웜비어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Otto Frederick Warmbier)는 여행객으로 북한에 들어갔다 체제 전복혐의로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고 혼수상태로 풀려나 미국으로 송환된지 6일만에 사망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G2국가인 중국이 폐쇄 독재국가인 북한과 비슷한 행보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번 류샤오보 사태의 일련의 과정을 보면 중국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문제로 우리나라에 대해 얼마든지 막무가내식으로 경제보복을 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인권, 민주화 운동가인 류샤오보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이유 만으로 노르웨이에 대해 무역보복을 가한 전력이 있다.

이런 국가에게 심각한 핵전쟁 위협에 직면해 방어수단으로서 사드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우리의 설득이 먹혀들 리가 없다.

체제안전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권을 얼마든지 헌신짝처럼 던지는 국가, 그것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때는 경제보복도 서슴지 않는 국가, 국제사회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서는 철저히 귀를 닫는 국가는 글로벌 리더, G2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힘으로만 군림하려는 패권국가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 나라와는 선린우호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

중국이 하루빨리 G2 국가에 걸맞는 양식과 리더십을 회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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