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청와대 안 가겠다는 홍준표의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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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튀는' 행보가 또 주목거리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각 당 대표들을 초청한 청와대 회동에 가지 않겠다고 하면서다.

19일 청와대 회동은 최근의 한반도 안보 상황과 주요 국내 현안에 대한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는 장이다.

특히 7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18일 추경예산안과 정부조직법 처리를 계기로 다시 한 번 협치(協治)를 약속하는 정치적 의미도 내포돼 있다.

또 현 정부 출범 후 첫 여야 대표들과의 회동인 만큼 문 대통령이 정국 파행을 초래했던 인사 문제와 관련해 진솔한 입장을 표명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 107명이 소속된 제1야당의 대표가 불참 의사를 굽히지 않으면서 '반쪽짜리 회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17일 당사를 찾아온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거듭된 참석 요청에도 요지부동이었다. 한미FTA를 바라보는 현 정권과의 뚜렷한 인식 차이를 재차 불참 이유로 내세웠다.

앞서 16일에는 특유의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청와대가 본부중대와 1, 2, 3중대를 데리고 국민을 상대로 정치쇼를 벌여도 우리는 갈 길을 간다", "뱁새가 아무리 재잘거려도 황새는 제 갈 길을 간다"고 말이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을 '사진찍기용 정치쇼'로 폄하하면서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을 가리켜 1, 2, 3중대로 표현한 것은 상대 당에 대한
정치적 예의가 아니다.

물론 홍 대표가 청와대 회동에 불참하는 데는 나름의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선명성 있는 강한 제1야당으로서 민주당과의 일대일 구도를 추진하는데 5당 대표가 함께 하는 모양새는 마음에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보수적통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바른정당에 대한 무시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제 69주년 제헌절 경축식이 열릴 17일 오전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경축식 전 환담을 나누고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실제로 홍 대표는 이날 69주년 제헌절을 맞아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 원내대표가 모두 참석한 사전환담식에 나타나지 않았고, 이후 경축식 본 행사에 참석해서는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에게 눈길 한 번 건네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신임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을 찾아 추미애 대표와 만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달 초 대표 취임 이후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건너 뛰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만을 만났다.

그런가 하면 당내에 이른바 '反문재인 정책 특위'를 만들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당내 결속과 보수층 결집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홍 대표는 청와대 회동 불참이 정치적으로 더 이득이라는 다목적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참 보수'를 기치로 국민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겠다는 홍 대표라면 '통 큰 정치'를 해야 한다.

한미FTA에 대한 그의 타당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청와대 회동을 반쪽짜리로 만든 것은 명분이 약하다. 멋이 없고 폭이 좁은 '협치(狹治)'일 뿐이다. 심술궂은 욕심이자 몽니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만일 문재인 대통령과 단 둘이 만나는 '영수회담'을 염두에 뒀다면 오산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엄중한 안보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이날 남북군사당국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북한에 대한 첫 당국 간 회담 제안이다.

자유한국당이 그동안 줄곧 안보를 강조해온 만큼 대통령과 만나는 청와대 회동의 형식에 구애받을 일이 아닌 것이다.

과거 한나라당 당시 홍준표 대표 (사진=자료사진)

 

과거 집권당인 한나라당을 이끌었던 홍준표 대표에게 정치적 꿈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천하를 얻는 대권이다.

그는 이달 초 자유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뒤 국립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에 '즐풍목우(櫛風沐雨)'라는 글귀를 남겼다.

장자(莊子)의 천하 편에 나오는 고사로 '바람결로 머리카락을 빗질하고 빗물로 몸을 씻는다'는 의미다.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온갖 고생을 참고 견디어 낸다는 뜻이다.

고려를 창건한 태조 왕건도 수십 년간 전장을 누볐던 세월을 '즐풍목우'에 빗대 말했다고 한다.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는 그 꿈에 걸맞아야 한다. 꿈은 쟁취가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홍준표의 '마이웨이'가 성공하려면 혼자 하는 좁은 정치가 아닌 국민과 함께 가는 넓은 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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