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깔아뭉갠 졸음운전…'경고장치'로 막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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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유지·진급제동 자동제어장치 필요…구형 차량 수백만대는 '안전 사각지대'

 

지난 9일 경부고속도 상행선 신양재나들목 인근에서 2차로를 달리던 광역버스가 앞서가던 K5 승용차를 충돌해 승용차가 버스밑에 깔려들어가며 탑승해있던 신모(59)씨 부부가 그자리에서 숨지는 등 7중 추돌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도로 안전시스템에 '빨간불'이 켜졌다.

◇ '반쪽' 졸음운전 안전대책 …'안전한 나라' 文대통령 대국민 약속 무색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발생한 영동고속도로 터널 사고 참사 이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해 '의무휴식제'를 시행한다.

'교통안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도 개정해 올해 1월 9일부터 신규 출시되는 11m 이상 대형 버스와 총중량 20톤 이상 화물·특수자동차에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과 비상자동제동장치(AEBS)를 의무 장착하게 했다. 디지털운행기록장치(Digital TachoGraph)도 의무화해 현장에서 단속기로 판독해 차량의 휴게시간 위반이나 과속 여부를 적발하게 된다.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광역버스 사고가 사회 안전망 이슈로 확산되며 졸음운전 방지를 위한 전방추돌경보시스템(FCWS) 추가 의무화 논의가 나오자 "비용이 들더라도 국민안전 위해 추진하자"고 밝히며 교통안전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통과 시켰다. 18일부터는 신규 출시되는 대형 버스와 화물차량 등에 LDWS와 함께 FCWS도 의무 장착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추돌사고를 낸 광역버스 모델은 불과 5cm 차이로 11m 미만 중형버스에 해당돼 신규 출시되는 동일한 차량 모델은 FCWS와 LDWS, AEBS 설치 의무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차선이탈경고장치(LDWS) 작동모습

 

더군다나 기존 출시 차량에는 장치 장착을 강제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중형버스인 시내·광역버스의 경우 주로 저속 시내주행이 많아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대형 고속버스나 전세버스에 한정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대선기간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대국민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생명과 직결된 국민 안전을 생각한다면 11m 제한선을 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결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국토부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교통안전 정책추진체계 개선방안 발굴회의'를 열고 버스 길이에 상관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든 광역버스에 LDWS와 AEBS 장착을 의무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시로 시내와 고속도로를 오가는 기존 출시된 수백만대의 상용차에 대한 의무화 대책은 없는 '반쪽 정책'이라는 지적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 과속·부주의로 고속도로 대형 사고 유발…'경고장치'로 효과 있나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인근에서 관광버스가 서행하던 승합차를 들이받아 승합차에 타고 있는 4명이 숨지는 등 4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지난 5월에도 영동고속도로 둔내터널 인근에서 고속버스가 앞서 있던 승합차를 추돌해 타고 있던 노인 4명이 숨졌다.

광역버스 추돌사고가 발생해 사회적 관심사가 뜨거웠던 12일 새벽에도 경부고속도로 옥천 인근 상행선을 달리던 4.5톤 화물차가 앞선 화물차를 들이받으면서 화물차 4대가 연쇄추돌해 1명이 죽고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최근까지 발생한 대형차 사고는 대부분 고속도로에서 발생했다. 주로 과속운전, 졸음운전, 주의태만에 의한 추돌사고였다. 수십톤에 이르는 대형 화물차나 버스는 일반 승용차와 거의 10배 이상의 중량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한 번 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고속도로 다중추돌 사고

 

이 때문에 최근 사고 방지를 위해 전방추돌감지시스템(FCWS)과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 장착 의무화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FCWS와 LDWS는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에서 가장 초보적인 기술인데다 전방추돌위험과 차선이탈시 경고음만 보내고 차량제어는 운전자에 달려있어 부주의에 의한 위급상황에 얼마나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FCWS는 앞차량과의 차간 거리를 감지해 제동거리를 시간으로 환산, 추돌 약 2초 전에 경고음을 보낸다. LDWS는 카메라가 차선을 감지해 일정 각도 이상 벗어나면 경고음을 보내는 식이다.

운전자가 경고음을 듣고 브레이크를 밟거나 차선을 원래대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자동제어시스템'이 없어 졸음운전이나 휴대폰을 만지는 등 전방주시를 게을리 한 상태에서는 인지능력 한계로 고속 구간에서 사고를 피하기는 거의 불가능 하다. 특별한 제동 기능이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경고음에 무뎌져 사고 예방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 개념도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유로 전방추돌과 차선이탈 경고 장치 외에 한 발 더 나아가 자동으로 차선을 유지해주는 차선유지보조장치(LKAS)와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같은 자동 제어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EBS는 앞차량과의 일정 거리를 유지하지 않았을때 자동으로 급제동하는 시스템이어서 FCWS는 기본으로 짝을 이룬다. LKAS는 차선 이탈시 자동으로 복귀하는 시스템으로 역시 LDWS가 함께 작동한다.

국내 자동차 업체 개발부서 A 연구원은 "최근 고급형 승용차를 중심으로 차간거리유지, 자동제동, 충돌회피, 사각지대감지 등의 기능이 포함된 ADAS 자동제어시스템을 기본 장착하고 있고, 해외 메이커를 중심으로 대형 트럭에도 적용되는 추세"라며 "사고 대부분이 부주의에 의한 전방추돌로 발생하는 만큼 사람보다 반응 속도나 정확도가 높은 자동제어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사고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이 제시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가이드라인은 0부터 5단계(Level)까지 6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자동제어 장치가 없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는 0단계로 FCWS와 LDWS는 엄밀히 보면 첨단운전보조시스템이라고 할 수 없다.

AEBS와 함께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차간거리유지시스템(ACC), 차선이탈자동복귀시스템(LKAS) 등 사람이 아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자동제어 하는 장치가 적용될 때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단계로 규정한다. 시스템이 더 지능화 되면 최종적으로 반자동주행차(4단계)나 운전시 사람의 개입이 전혀 없는 자율주행차(5단계)가 된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들 시스템을 주로 중대형 고급 승용차에 패키지 옵션으로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성능에 따라 최소 100만원에서 500만원 대 안팎으로, 테슬라 전기차에 적용되는 반자동주행 시스템 '오토파일럿'은 800만원까지 호가한다.

기본적인 수준의 FCWS나 LDWS는 신규 출시 차량에 적용되지 않더라도 애프터 마켓에서 몇 만원이면 설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AEBS는 차량 조립단계에서부터 탑재되어야 한다. 구형 차량에도 설치할 수는 있지만 완전 개조하는 수준이어서 ADAS 시스템 옵션을 추가한 새 차를 한 대 사는 편이 낫다.

유럽은 2013년부터 8톤 이상 사업용차량에 AEBS를 의무 설치하도록 한 데 이어 2018년부터 승용차로 확대된다. 미국 교통부는 한국을 포함한 20여개 국가 자동차 메이커들과 2022년부터 3.8톤 이하 승용·승합·화물차에 AEBS를 기본 장착하고, 2025년까지 3.8~4.5톤 이하 승합·화물차로 확대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설치 의무가 없는 기존 상용차들이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택시·승용차를 제외한 국내 사업용 차량 등록대수는 6월 말 현재 약 400만대에 달한다. 신규 차량에만 안전시스템을 의무화 할 경우 고속도로는 여전히 위험지대에 놓이게 된다.

ADAS 개발 업체 관계자는 "AEBS를 비롯해 자동제어시스템은 차량 설계 단계부터 전자 시스템을 내장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차량에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애프터 마켓을 활성화 하거나 정부가 지원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구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환경 조성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지능형교통체계(ITS) 도입 서둘러야

도로 상의 교통체계와 차량의 운행, 주변 공간정보, 환경 등을 입체적으로 파악해 차량의 흐름과 안전, 유동량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첨단 지능형교통체계(ITS)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TS는 도로상에 차량 특성과 속도, 교통 정보를 감지하는 ATMS(advanced traffic management system), 교통 여건과 도로 상황, 운행 시간 등의 각종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운자정보시스템 ATIS(advanced traveler information system), 대중교통의 운행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APTS(advanced public transportation system), 차량의 위치와 운행상황 등을 파악해 정보를 제공하는 실시간 교통물류관리 시스템 CVO(commercial vehicle operation), 차량에 교통 정보, 장애물을 인식하는 고성능 센서와 레이더, 자율운행장치 등을 부착해 운전을 자동화하고, 도로상에 지능형 통신시설과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도로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AVHS(advanced vehicle and highway system) 등 5가지 서비스로 분류된다.

국토부가 추진중인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이 ITS 구축에 상당부분 진척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토부 등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한국형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이 주목을 받고 있다.

차량에 주변상황 감지용 센서, 레이다 등을 이용한 첨단 안전 기능을 설치하는 것 외에도 차량과 사람 간(V2P), 차량과 차량 간(V2V), 차량과 인프라 간(V2I) 정보를 융합한 통합안전기능을 포함하는 자율주행(Self Driving), 커넥티드카(Connected Car)와 ITS는 교통, 물류, 통신, 안전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을 기술이다.

국토부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스마트하이웨이 R&D’를 추진해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핵심요소인 차량-도로정보, 차량 간 실시간 통신기술 및 단말기, 기지국 등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2014년부터 세종과 대전 유성을 연결하는 도로 구간에 V2X 기반의 C-ITS를 구축하고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이 기술을 통해 위험구간 주행 안내, 군집주행, 잔여 녹색시간 안내, 긴급차량 접근 경고, 공사구간 위험경고, 교통약자 상시케어, 비신호교차로 통행우선권 안내, 차량간 충돌방지, 차량 돌발상황 경고, 교통정체 경고, 좌회전 위험경고는 물론 위치정보와 주행 상태 정보를 활용, 차량 내부의 돌발 상황까지 인지해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2014년부터 시작된 C-ITS 시범사업은 고속도로 당진-대전선·호남선-지선 등 87.8㎞(고속도로 26㎞, 국도 2.9㎞, 도심부 58.8㎞) 구간에 통신기지국 79곳과 단말기 3000대, 교통정보센터가 지난 4월 설치 완료했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는 고속도로 3494㎞에 단말기 200만대를 적용하는 후속사업이 진행되며 2025년까지 대도시권 도로 1만1870㎞에 단말기 900만대, 2030년까지 중소도시 도로 1만332㎞에 단말기 500만대가 설치된다.

향후 자율주행 차량내 ADAS와 5G 통신 네트워크, C-ITS가 결합되면 안전사고와 도로 정체현상, 교통 위반 등은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물류 기반 물동량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차량에 첨단운전자시스템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승용차는 물론 버스와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에까지 전체로 확산되려면 최소 10~15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는 2020년 4단계 수준의 반자동주행 상용차를 내놓고 2025년부터 본격 자율주행차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0년 전 세계 약 2억5000만대의 차량이 무선통신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IHS는 미래 자동차의 핵심인 커넥티드 카는 2022년 82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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