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혼혈 모델 한현민이 본 한국의 인종차별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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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로 성공했지만 흑인 차별하는 문화에 상처"

사진=한현민 인스타그램

 

"내가 만든 옷을 흑인 모델에게 입힐 수 없다."

AFP통신은 11일(현지시간) 한국 최초 흑인 혼혈 모델 한현민(16) 군의 이야기를 통해 뿌리 깊은 한국의 인종 차별 문화를 집중 조명했다.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 군은 한국 패션계에서 주목받는 모델이다. 지난해 데뷔하자 마자 두 번의 서울패션위크에서 30차례 이상 런웨이를 걸었고, 잡지 화보 촬영 요청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흑인 혼혈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 고통받고 있다.

AFP통신은 "한국은 세련되고 첨단기술이 발달한 나라다. 그러나 경제,문화 강국인 한국의 이면에는 인종 차별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며 "한국 내 외국인이 지난 10년간 2배 이상 늘었지만 여전히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한 군은 학교와 모델생활 중 경험한 인종 차별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으면 어떤 엄마들은 자기 아이를 휙 낚아채면서 '저런 애랑 놀지 마'라고 했다. 모르는 할머니가 '남의 나라에서 뭘 하느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며 "그 순간 나는 투명인간이 되고 싶었다. 튀는 내 외모가 정말 싫었다"고 했다.

다행히도 한 군은 패션계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부지런히 모델 오디션에 참가하던 중 소셜미디어에 올린 그의 사진을 보고 현 소속사 에스에프 모델스의 윤범 대표가 연락을 해왔다. 당시 14살이던 한 군은 서울 길거리 한복판에서 5분간 워킹을 선보였고 곧바로 윤 대표와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한 군은 "모델 활동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쑥스러움이 많던 과거와 달리 타인 앞에 서는 걸 즐긴다"며 "지금보다 성공해서 혼혈아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한현민 인스타그램

 

처음부터 모델활동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윤 씨는 "어떤 디자이너와 잡지 에디터는 검은 피부의 한 군을 보더니 '재수 없다'고 멸시했다. '검은 피부 모델과는 일을 못 한다', '우리가 말하는 외국인 모델은 파란 눈에 금발을 한 백인'이라고 다그치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2015년 한국 정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25%가 외국인이 이웃해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는 미국의 5.6, 중국의 10.5% 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AFP통신은 "한국 내 외국인 대다수가 중국인과 동남아시아인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중교통 이용 시 한국인으로부터 '냄새난다', '더럽다'며 모욕을 당하기 일쑤"라고 했다. 이어 "혼혈아는 학교에서 '튀기'(tuigi)라고 조롱당한다. 튀기는 '이종교배한 동물'(cross-bred animals)을 뜻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인종 차별이 만연한 이유로는 오랜 단일민족 전통과 지나친 경쟁문화를 꼽았다. AFP통신은 "한국은 최근까지 자국이 수 세기 동안 단일민족과 한 가지 언어를 유지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라고 교육했다. 중국, 일본 같은 주변 강대국에 의해 반복된 침략의 역사가 피해의식과 민족주의를 증폭시켰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경쟁이 지나친 나머지 돈과 힘 있는 사람을 숭배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괄시한다. 이 규칙은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선진국 출신 백인은 두 팔 벌려 환영하지만 후진국 출신 유색인종은 낮춰 본다"고 지적했다.
사진=한현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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