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민의 삶을 볼모로 삼는 구태 정치 벗어나야


10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상정을 위한 전체회의가 야 3당(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10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상정을 위한 전체회의가 야 3당(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국민들의 촛불염원에 따라 출범한 새 정부에서도 정치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제 1공약으로 내세운 일자리 확대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지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이 추경안은 여야의 정쟁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문턱도 넘지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다.

국회 예결위는 지난 10일에야 가까스로 전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상정했지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이 불참하는 바람에 심사에 들어가지도 못한 상태이다.

야 3당의 불참으로 예산안 조정소위로 넘기기 위한 의결정족수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 3당이 추경안 통과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유는 추경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정치적인 문제이다.

직접적인 것은 장관 임명문제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사진=자료사진)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사진=자료사진)
야 3당은 송영무 국방부,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규정짓고 장관 임명 철회를 주장하면서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다.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면 7월 임시국회가 '빈손 국회'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 여야 대립 분기점마다 새 정부 손을 들어줬던 국민의당은 문준용 의혹 제보조작사건과 관련한 갈등으로 여당에 완전히 등을 돌리고 있다.

이 갈등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 이후 증폭되면서 더 이상 협치가 불가능한 쪽으로 가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하지 않으면 7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 통과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7월 임시국회는 오는 18일이 폐회일로 심사 등에 필요한 시간도 빠듯하다.

7월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추경안은 시급을 요하는 추경안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정부여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고 하겠지만 전통적으로 여름 휴가시즌인 8월은 정치 휴지기인데다 현재의 여야관계로 미뤄볼 때 공전될 가능성이 높다.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가게 되면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밀려 추경안은 들러리 신세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추경안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내년 예산이 아닌 올해 예산에서 추가경정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일자리문제다.

이번 추경안은 바로 이 일자리 확대를 위한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0일 예결위에 출석해 "지난 5월 청년 실업률이 22.9%로 이미 심각한 상황"이라며 "각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추경이 일자리 마중물이 돼 서민생활의 어려움을 덜 것으로 판단한다"고 추경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11조2천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통해 공공부문에서 11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고 이것이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추경안은 일자리가 늘게 되면 소득이 늘어 내수기반이 확대되고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새 정부 소득주도성장론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발목이 잡힌 채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국회가 추경안을 왜 빨리 통과시키지 않느냐는 말이 아니다.

새 정부가 시급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경안을 내놓았지만 현 국면에서 그것이 해답이 아닐 수도 있다.

추경이 법적인 요건에 맞는 것인지, 또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가 과연 민간부문 고용증대로 연결될 것인지, 일회성 추경으로 한번 뽑아놓은 공무원이 30년간 재정에 부담을 안기지는 않을 것인지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요구된다.


국회 예결위를 열어 이런 문제를 심도깊게 논의하고 심사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은 정치적인 문제에 막혀 추경안에 대해 아예 예결위 심사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물론 협치를 한다고 하면서 야권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의 포용력없는 정치력 탓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장관 인사 문제 등으로 국민의 삶과 직결된 추경안 심사를 보이콧하겠다는 야권의 대응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장관 인사 문제나 의혹 조작 사건을 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추경안 심사와 결부시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이것은 국민의 삶을 볼모로 잡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태도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추경안 등 민생현안이 정치문제와 결부돼 발목이 잡힌 것은 과거 정권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그 때문에 우리 정치가 후진 정치로 국민의 지탄을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그 와중에 희생되는 것은 볼모로 잡힌 국민의 삶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의 다툼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가슴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제 그 고리를 끊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 정치로 나아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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