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박근혜 '가이드라인' 비판했던 秋, 말의 무거움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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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에 명분 주고 검찰 수사에도 부담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국기를 문란 시키고 국정을 농단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그저 개인사로 변명을 했다. 국정을 붕괴시킨 뿌리가 대통령 자신임을 조금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고 있다. (2016년11월4일 추미애 대표의 긴급기자회견 중)

"결국 대통령 지시대로, 청와대의 '가이드라인'대로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아니라 특별사면 수사로 대선 비리를 덮었다. ··중략·· 결국은 청와대와 검찰이 국민 속이기 합작품이었다. 대한민국 검찰 역사상 희대의 검찰의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이렇게 밖에 말할 수가 없겠다" (2015년7월3일 추미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의 발언 중)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표적인 판사 출신 정치인이다. 야당 시절 추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여당이 검찰 수사 진행중에 던진 발언들에 대해서 '가이드라인'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비판하고 경계했다. 법률가 출신답게 정권의 입김에 엄정해야할 검찰 수사가 영향을 받는 것을 우려했을 것이다.

그랬던 추 대표는 지금 집권여당의 수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똑같은 비판을 야당으로부터 받고 있다. 바로 '가이드라인' 논란이다.

추 대표가 지난 8일 '미필적 고의'라는 법률 용어로 국민의당의 증거조작 사건을 정리하고, 윗선 개입에 대해 수사를 촉구했다. 그리고 이틀뒤 검찰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미필적 고의'를 주된 혐의로 올렸다. 국민의당은 '가이드라인' 문제를 꺼내들었다.

사안은 각각 다르지만 골격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민감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정권의 핵심들이 내뱉는 말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사자가 아무리 "가이드라인이 아니다"고 외쳐봤자, 대통령의 말 한마디 집권여당의 말 한마디는 정치적인 무게감을 가진다. 그 무게감 때문에 '가이드라인'으로 비판으로 받는다. 그리고 실제로 지침이 되기도 한다.

정권 초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찌라시'로 치부했던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에 대해 검찰도 '찌라시'로 결론내리고 사건을 덮었다. 그때 검찰이 '찌라시'로 취급했던 국정개입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비화됐다. 검찰이 정권의 가이드라인에 충실히 따르면서 생긴 참혹한 결과였다.

(사진=자료사진)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어 검찰 조직 개혁과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마당에 이같은 가이드라인의 폐해는 새 정부가 더욱 경계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검찰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가이드라인'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그 수사는 의심받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고 해도 수사의 공정성은 그 자체로 폄하된다.

지난 정권에서 한 검찰 간부가 사석에서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우리가 어떻게 수사를 해도 '가이드라인'이라는 말이 나오면 의심부터 받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매번 의심받는 검찰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물론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르면서 이번 기회에 잘 보이려는 정치 검사들은 예외로 두고 하는 말이다.

추 대표의 발언이 가이드라인이었는지 아닌지 현재 시점에서 증명할 길은 딱히 없다. 검찰이 추 대표의 발언을 신경썼는지, 실제 검찰 수뇌부의 정치적 판단이 있었는지 알 길도 없다.

그러나 추 대표는 검찰이 금명간 결론지을 사건을 미리 공개석상에서 예단함으로써 국민의당에 '가이드라인'이라는 명분을 주고 검찰 수사에도 부담을 줬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지니는 '말의 무게'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추 대표의 발언에 대해 "위험하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민주당 법사위 소속 핵심 관계자는 "자칫 검찰에 '윗선까지 수사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길 수밖에 없다"며 "이 시기에 너무 위험한 발언이다. 검찰에도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파괴력 있는 '조작된' 폭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내보낸 국민의당은 지탄 받아 마땅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엄정한 잣대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선거 국면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한 범죄였던 만큼 검찰과 사법부의 객관적인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

당연히 여당 대표로서 국민의당을 지탄하고 윗선의 정치적인 책임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이 곧 판단을 내릴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을 듯 하다. 벼랑끝에 몰린 국민의당이 추 대표의 발언을 '가뭄의 단비'로 여기는 이유에 대해, 그리고 집권여당 대표의 말의 무게에 대해 가늠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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