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웜비어 사망' 北에 호통…대북제재 효과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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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6-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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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북제재 통한 북핵 해결 방식에 동의 안해, 美에 대화 제의한 듯

지난해 3월 북한에서 재판을 받으며 울먹이는 오토 웜비어의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영상 캡처)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외교안보대화의 결과와 관련해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 팡펑후이(房峰輝) 인민해방군 총참모장과 논의한 내용을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미중 양국은 완벽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북한은 즉각 불법적인 핵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중 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전적으로 실행하자는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이 유엔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기관들과 사업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설명에서 중국측이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의 입장을 재차 확인하고 각방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이고 엄격하게 집행해야 하며, 조속한 대화 재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 북한에 대한 더 강도 높은 제재를…다시 시작된 미국의 대중국 압박

양측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독자적인 대북제재 보다는 다시 한번 중국을 통한 강도 높은 대북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이 지역 내 추가적인 긴장의 상승을 방지하고자 한다면, 북한 정권에 대해 더 강한 경제적 외교적 압력을 가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밝혀 간접적으로 북한제재에 있어서 더 많은 중국의 역할을 요구했음을 내비쳤다.

'한반도 위기설'이 맹위를 떨치던 지난 4월 미·중 양국은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최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태양절(4월15일·김일성 생일)과 창군기념일(25일)에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일단 핵실험의 위기를 넘긴 뒤 양국의 북핵 해법은 분명하게 차이점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미국과 북한의 직접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더 강도높은 대북제재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북한의 개인 4명과 단체 10곳에 대한 초강력 추가 독자제재안을 발표하는가 하면 중국 기업·개인 10여 곳의 대북거래를 중단시켜 달라고 중국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하원 외교위의 내년도 예산 관련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북한의 (외화) 수입을 지원하는 중국 내 기관에 대해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가능성까지 암시하기도 했다.

여기에 예상치 못했던 오토 웜비어(Otto Warmbier)의 죽음이 미국 정부를 강경론 쪽으로 몰아가면서 대(對)중국 압박 카드를 다시 뽑아들게 만들었다.

◇ 북한보다 미국 내 여론을 겨냥한 합의

이날 틸러슨 장관의 기자회견에서는 유독 '재확인(reaffirm)'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양국 간에 실제로 새로운 대안이나 방안이 논의 됐다기 보다는 기존 대북전략의 유지 쪽에 방점이 찍혔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이는 이유다.

틸러슨 장관이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유엔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기관들과 사업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소개 했지만 이 부분 역시 추가 제재에 대한 '합의'라기 보다는 기존 제재의 충실한 이행으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것을 "각방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이고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으로서도 미국의 세컨더리보이콧과 웜비어 사건이 미친 미국내 반북 감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세컨더리보이콧은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에 대해 제재하자는 것으로 중국 입장에서는 최대 5000여 곳의 기업들이 제재 대상에 들어갈 수 있어 미국이 이 조치를 취하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처지다.

당초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유엔 결의) 이행 과정 중에 법규에 따라 중국기업과 개인에게 반드시 유엔 결의를 준수하라고 요구했다"면서 이달 초 북한과 거래의혹이 있는 중국 기업 10여 곳과 개인 목록을 중국 정부에 전달한 미국의 조치에 불쾌감을 드러냈던 것을 고려하면 중국이 현실적인 양보를 택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구체적인 성과가 빈약했음 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 주(州) 시더래피즈의 커크우드전문대에서 한 연설에서 "나는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주석)을 정말 좋아한다(I do like president Xi)"며 시 주석에 대한 친근감을 강하게
표시한 것도 주목할 만한 하다.

불과 하루 전 트위터에 "북한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과 중국의 도움 노력을 매우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런 노력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며 중국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을 감안하면, 안보대화에서 웜비어 사건을 부각시키려는 미국 측의 의도에 중국이 호응해 준데 대한 만족감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웜비어 사망의 '주요 피의자'인 북한에 대해 즉각적이고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미국 내 여론의 호감을 얻어내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 북한 압박한다지만…실제적인 북핵 억지력은 미지수

트럼프 대통령이 웜비어 사건과 관련해 미국 내에서 어느 정도 체면을 세울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이번 미중 안보대화에서 지금까지 북한의 행동을 뒤바꿀만한 실질적인 방안은 찾아기 힘들었다.

한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은 "구체적으로 양국 대표들 간에 어떤 대화들이 오갔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겠지만 북핵 문제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양측의 시각차를 좁히려는 대화라기 보다는 양측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제안들을 서로 내놓는 성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이번 대화 결과에 대한 설명에서 "중국 측은 미국의 한국 사드 배치 반대를 재천명하고 유관 배치 프로세스를 중단하고 철수하라고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NYT) 이날 미중 안보대화에서 중국측이 미국이 한반도 내 군사력을 감축하는 대가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동결하는 내용의 협상안을 미국에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를 위해 중국을 압박에 나선다고 하지만 중국이 실제로 순순히 움직여 줄지도 회의적이다.

중국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이번 대화 결과는 웜비어 사건 때문에 미국을 배려하기 위한 측면이 강해 보인다"며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가 실효성이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측이 대북압박 강화를 요구한 데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자 "중국은 다른 국가와 교류하면서 경제적·외교적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며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이날 사설에서 "중국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원망은 한반도 핵문제가 속수무책(束手無策)인 상황에서 책임회피를 위해 미국이 쓰는 하나의 '화법'에 불과하다며 "이제 북한과 한·미 쌍방 간 가장 큰 갈등의 해결을 중국에게 의지하는 행위는 그만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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