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숭의초 학교폭력 '쉬쉬'로 덮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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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사진)

 

서울 숭의초의 학교폭력은 대기업 총수 손자와 연예인 아들이 가해 학생에 포함됐다는 언론의 의혹 보도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관련 연예인은 두 차례에 걸쳐 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함께 수련회에 갔던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 4명이 같은 반 친구 1명을 담요로 덮은 뒤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물비누를 억지로 마시게 했다는 사건이다.

피해 학생은 근육세포가 손상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까지 받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가해학생들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두 번의 회의를 거친 뒤 관련 사건에 대해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화해와 사과 권고로 사건을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쉬쉬'해왔던 숭의초의 학교폭력 무마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이틀에 걸친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장학(현장조사) 결과 학교 측의 부적절한 처리와 미온적 대응이 드러난 것이다.

신고가 접수됐는데도 교육청 보고를 차일피일 미뤘고, 즉각적인 학교폭력 전담기구 구성과 이에 따른 조사도 없었다. 피해 학생에 대한 긴급보호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폭력신고전화 117에 신고가 접수되면 학교는 즉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하지만 숭의초는 지난 4월 20일에 발생한 사안을 5월 12일에야 교육청에 보고했다.

그것도 심한 장난 수준일 뿐, 학교폭력으로 볼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첨부했다.

피해 학생은 사건 발생 1주일 뒤부터 등교를 하지 않았지만 학교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이 21일 오후 재벌 총수의 손자와 유명 연예인 자녀 등이 연루된 서울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별도 감사를 실시하기 위해 교내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서울시교육청은 21일 숭의초에 대한 감사 착수를 공식 발표했다. 일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명확한 책임 소재와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취지다.

당국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 학생 측의 주장을 학교 측이 묵살하고 가해 학생들에게 면죄부를 줬는지 여부를 명명백백하게 가려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숭의초 교장의 부적절한 발언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교육청은 하나도 무섭지 않다", "학교(교직원)에 대한 징계는 교육청이 아니고 법인 이사장이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사립학교에 대한 징계는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교육청이 요청하고 학교가 자체 징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다면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이미 교육청의 현장조사 결과만 가지고서도 학교 측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대기업 총수 손자의 연루 의혹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면밀한 감사도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감사를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축소나 은폐시도가 확인될 경우 엄중한 조치를 내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만이 감사의 목적은 아니다. 피해 학생의 고통을 치유하고 앞으로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을 3학년 어린이들의 철없는 장난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가려진 그 '무엇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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