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정인의 '실수'에 박수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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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사진=장규석 워싱턴 특파원)

 

문재인 정부의 첫 한미정상회담이 코 앞에 닥친 상황에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발언을 두고 보수 야당 등이 모처럼 먹잇감을 찾은 듯 맹렬히 달려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20일에도 문 특보가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망동을 했다며 즉각 해촉을 요구했다. 보수 언론들도 "북한 김정은을 웃게 할 엇박자"라는 1970년대식 용어까지 동원하며 가세하고 있다.

보수층의 총공세에 당혹한 청와대는 전날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문 특보에게사실상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문 특보의 발언은 양국 정상들이 첫 만남을 통해 공고한 한미동맹을 확인하고 대북 공조에서 호흡을 맞춰야 할 상황에서 악재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드배치 문제로 껄끄러워진 관계도 해소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문 특보의 발언은 내용과 시기면에서 모두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을 받을 만 하다.

그의 발언의 핵심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한미합동군사훈련의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것과 "사드 때문에 깨진다면 이게 동맹이냐"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 군사훈련 축소' 발언에 대해 일부에서는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북한이 우선 핵동결을 하고 충분히 검증된다면 한미간 군사훈련을 조정하고 축소한다든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한 발언과 비교해서다.

북핵 전문가들은 그러나 문 특보의 발언은 문 대통령의 발언과 차이가 있다고 전한다.

'충분한 검증'이라는 전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다. '핵동결 선언 이후 국제사회의 시찰과 승인' 등의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과 그냥 구두로 선언하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미국측이 문 대통령의 지난 발언에 대해선 이견을 달지 않고 있는데 반해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선 '정부의 공식 견해가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사드배치 문제도 '굳건한 한미동맹 차원에서 잘 관리될 것으로 믿는다'는 정도의 발언이면 적절했다는 지적이 많다.

문정인 특보의 발언이 민감한 시기에 청와대와 충분히 사전조율을 거치지 않은데 따른 '실수' 였다고 본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도 북한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8일자 보도에서 북한과 미국이 평양과 유럽 등에서 1년 넘게 비밀접촉을 이어왔다고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지난 달 17일 홍석현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압박과 제재 단계지만 어떤 조건이 된다면 관여(engagement)를 통해 평화를 만들어나갈 의향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한미연합훈련 축소 주장은 미국 조야에서도 나오는 얘기다.

문제는 문 특보의 발언 자체보다도 한미동맹이 당장 파탄이라도 난 듯 호들갑 떠는 국내 보수층의 태도다.

"김정은이 웃을 일", "문정인은 김정은의 외교안보특보"라는 공세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으레 노무현 정부 때를 떠올려 지금 청와대 내에 실재하지도 않는 '자주파 동맹파간 갈등'이라는 가설까지 내놓고 있다.

정작 미국에선 문 특보 발언 직후 '개인 차원의 발언으로 이해한다'는 국무부 대변인 논평 이후 들려오는 반응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쯤되면 실제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오거나 '김정은을 웃게할 만한 엇박자'가 나온다면 박수치고 웃는 쪽이 어느 쪽인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정상회담을 앞둔 한미관계는 여건이 녹록치 않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까지 겹치면서 대북 공조체제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미동맹의 균열을 침소봉대하고 조장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 일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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