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군부 "30명은 극형"…김이수 '5·18판결'에 보이지 않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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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6-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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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5·18 軍법원 사형 판결 합수부 차원 결정' 보고서 입수…김이수 후보자 '재량권' 거의 없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사진=이한형 기자)

 

5·18 민주화운동 당시 버스 기사 배용주씨에게 내려진 사형 판결에 전두환 신군부의 지령이 작용한 정황이 담긴 문서를 CBS 노컷뉴스가 12일 입수했다.

배씨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앞둔 상황에서 이런 사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CBS는 지난 1980년 7월 신군부 합동수사본부가 작성해 전두환 당시 합수 본부장에게 보고했던 '합수조치내용' 보고서를 단독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합수부는 검사 2명과 중앙정보부 수사관 2명 등 모두 4명을 광주로 급파해 수사 상황을 점검했다.

이들은 "내란 또는 소요죄 제기 여부는 정책적 결정"이라며 "처벌 범위는 500명, 주요 임무 수행자 3~40명 극형 처단"이라고 명시했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기 전 합수부 차원에서 처벌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합수부는 또 5·17 이전 행위에 대해 내란 공모 내용을 확정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광주 사태를 연결하도록 하는 내용을 검토하도록 했다.

이어 "광주 시민은 김대중이 내란 수괴라야 납득될 것"이라며 "사태 관련자 588명을 송치 완료했다"고 보고했다.

1980년 7월 신군부 합동수사본부가 작성해 전두환 당시 합수 본부장에게 보고했던 '합수조치내용' 보고서.

 

해당 보고서 등 관련 문서는 지난 2007년 활동했던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작성한 '5·18 사건 조사결과보고서'에 포함됐다.

송선태 5·18기념재단 전 상임이사는 "합수부가 수사와 재판 전에 사건을 몰아갈 방향을 지시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에 잘 나와 있다"며 "보안사의 합수부장 지시에 의해 김대중 뇌물 수수 사건 등이 억지자백으로 조작돼 현실화됐다"고 주장했다.

송 전 이사는 "당시 재판에 넘겨졌던 사람들 대부분이 합수부 지시 사항에 맞춰 형량이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주항쟁 관련자 대부분 공소장 첫문장이 똑같은 문장으로 시작되는 등 사건 처리가 천편일률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합수부의 '관련자 극형처단' 지시사항에 따라, 80년 10월 25일 열린 보통군법회의에서 재판부는 배용주 씨 등 5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 재판에는 당시 군복무중이었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참여했다.

김 후보자는 법무사 자격으로 재판장인 정 모 대령을 보좌하는 역할을 했으며, 군 검찰이 공소장을 낭독하면 법리 검토 후 재판장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본인도 5.18과 관련해 재판정에 섰던 송 전 이사는 "당시 재판은 재야팀과 도청항쟁지도부팀, 기동타격대, 학원팀, 기타 등 다섯팀으로 나눠서 진행했다"며 "모든 재판은 군 검찰이 공소장을 낭독하면 그 시나리오 대로 흘러갔다"고 전했다.

김 후보자의 '판단'보다는 합수본의 '지시'가 우선시 됐고, 사형 판결 역시 합수부 차원에서 결정됐을 것이라는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 (사진=5·18 기념재단 제공/자료사진)

 

그는 "당시 재판정에는 집총한 헌병이 한 사람씩 수갑을 채워 들어와 서 있는 등 살벌한 분위기였다"며 "그런 가운데서도 김이수 재판관은 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들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운전기사 배씨는 억울한 희생자이지만 제가 볼 땐 진정 사과를 해야 하는 사람은 당시 살상 명령을 내린 신군부"라며 "김 후보자의 용기가 부족했음을 질책할 수는 있지만 사전 각본에 의한 재판에서는 개인의 재량을 갖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김이수 후보자가 직접 작성한 시신검안서도 소개했다. 사망자 142명 중 38명을 검안했으며, 다른 검시자들에 비해 사망 장소와 시신 상태를 비교적 자세히 기술했다고 전했다.

송 전 이사는 "당시 군인들이 여성의 가슴을 도려내 살해했다는 유언비어가 떠돌았는데. '좌 유방부 자창도 있으나 치명상은 아님'이라고 시신 상태를 기술하며 괴소문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배씨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김 후보자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는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면 좋겠다"며 "세월이 많이 흘렀고, 모든 것이 좋은 쪽으로, 화해 쪽으로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12일 인사청문특위를 열어 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여야의 입장차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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