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정원의 환골탈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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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가정보원은 과연 국내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도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국정원장 후보자가 똑같이 '완전히'라는 부사를 사용했다. 차라리 '완전히'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혹시나 하고 믿었다가 그 믿음이 물거품 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56년 전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국정원은 어둠 속 베일에 가려져 왔다. 국정원의 실체는 사실상 국가 안보가 아닌 '정권 안보'를 위한 가장 사유화한 권력기관인 것이다.

(사진=자료사진)

 

'비밀', '기밀' 이라는 미명 아래 숨어 정보요원들의 검은 촉수를 가동해 정치공작의 음습한 철옹성을 쌓았다. '검은 예산'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를 마구 뿌려 가며 정권의 해결사 노릇을 자처하는 흥신소가 됐다.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적폐의 온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저지른 행태는 새삼 국정원의 존재 이유를 묻게 만들 정도로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은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논란을 야기했다. 또 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극우 보수단체 불법 자금지원과 관제데모 지시는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해에는 최순실 게이트 조사과정에서 국정원이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를 사찰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문체부에 전달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사진=자료사진)

 

반면에 정작 북한 관련 정보 수집에서는 깜깜이였다. 핵실험 도발이나 미사일 발사, 연평도 포격 등의 징후를 사전에 포착한 경우는 거의 없다.

국정원 개혁의 핵심은 살아있는 권력의 최고봉, 즉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국정원 개혁을 외쳤다가 막상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면 생각이 바뀌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정권 유지를 위해 정보기관의 힘을 활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원의 명칭 자체를 아예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국내 정보수집 업무와 수사 기능이 전면 폐지된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향후 정부조직개편을 통해 국정원의 명칭이 바뀌는지, 그리고 국정원장 임명 이후 조직과 기능이 어떻게 조정될지 지켜볼 일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와 관련해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는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는 다른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1년 새 재산이 6억 원이나 늘어난 재산 증식 논란에 따른 청문보고서 채택 진통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서훈 후보자는 대통령이 폐지를 약속한 국내 정보수집 업무는 국내 정치와 관련된 부분에만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치를 제외한 영역에서의 정보 수집활동은 지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또 대통령의 공약인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국정원장 후보자의 입장이 상충되는 데도 청와대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진정 국정원 개혁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자세로 현 정부에서 관철해야 한다.

31일로 예정된 국가정보원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는 국정원 환골탈태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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