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논평] 송로버섯과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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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5-1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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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오찬회동을 가졌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에 야당 원내 대표들과 19일 오찬 회동을 가졌다.

대통령 취임 후 채 열흘도 안 되어 야당 대표들을 만난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이다. 아마도 앞으로도 이 기록은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임 대통령 탄핵으로 야기된 6개 월 여의 국정 공백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비극이다.

또한 국민의 뜻이 반영된 여소야대의 의회 구성은, 산적한 민생 현안과 국정 과제들을 풀기 위해 문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야당들의 협조를 부탁해야 하는 상황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상황이 요구한다고 해도, 문 대통령과 같은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 전임 대통령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리더가 상황을 바로 볼 능력이 없거나,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국민들의 뜻을 저버리고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잘못된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오늘의 오찬 회동은 정권의 다음 행보를 낙관하게 만드는 중요한 선택으로 평가될 것이며, 이 자리를 통해 수렴된 의견들과 함께 도출해 낸 약속들은 차후 문 대통령의 정치력을 가늠하게 할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의식이 상징을 통한 통치 행위라고 할 때 회동의 장소나 오찬의 메뉴 등은 회동의 성과만큼 중요한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 회동 장소인 상춘재는 청와대를 방문하는 외빈들의 접견용으로 지어졌지만 이전 정권 때엔 소통의 공간으로 자기 구실을 하지 못했다.

전임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가 된 다음에야 상춘재에서 취임 이래 처음으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런 공간을 선택함으로 전임 대통령의 불통과는 확실하게 차별의 선을 그은 것이다.

메뉴도 주목된다. 한식코스였는데 주 메뉴는 통합을 의미하는 비빔밥이었다. 모든 재료들이 자기 개성을 살린 상태에서 한데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내는 비빔밥은,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메뉴이다.

또한 비빔밥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지극히 서민적인 조리방법을 통해 만들어지기에 전임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한 송로버섯, 캐비어와는 확실히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김정숙 여사(오른쪽)의 배웅을 받으며 청와대 관저를 나와 주영훈(왼쪽) 경호실장,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과 도보로 9분 거리의 여민관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게다가 부인 김정숙 여사가 손수 인삼과 꿀, 대추즙을 10시간 가량 정성껏 졸여서 만든 인삼정과를 협치의 길을 의미하는 조각보에 직접 싸서 각 원내대표들에게 손편지와 함께 전달했다고 한다.

인삼정과는 보양식이어서 손님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진심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조리법 속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 즉 긴 시간의 인내를 견디고 하나가 되어 더욱 큰 효험을 발휘하게 하는 지혜를 통해 앞으로의 관계를 기원하는 발원까지 담고 있었다. 물론 이 발원은 국민 모두의 소원이기도 하다.

아마도 오늘 오찬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음식을 나누며 국민의 준엄한 당부를 느꼈을 것이라 믿는다. 오늘 회동이 새로운 역사를 써가는 첫 발자욱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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