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서 목격자로…충무로 5.18이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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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전 오늘, 5월의 광주는 핏빛으로 가득했다. 국가가 주도한 시민 학살은 전두환 정권의 감시 아래 '폭도 소탕 작전'으로 둔갑했다. 그 누구도 진실을 알지 못한 사이, 폭력에 맞선 시민들은 죽어갔다.

37주기를 맞은 2017년 5월 18일은 지난 10년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되살아났고,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한다. 기승을 부렸던 역사 왜곡 프레임을 넘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이제야 제자리를 찾는 모양새다.

문민 정부 이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재평가되면서 이를 다룬 영화들 또한 활발하게 만들어졌다. 상업적 성공을 거둔 '화려한 휴가'부터 올 여름 개봉을 앞둔 '택시운전사'까지, 변화해 온 영화 속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정리해봤다.

 

◇ 광주의 비극 속 희생된 개인들

영화 '꽃잎'(1996)과 '박하사탕'(1999)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겪은 당사자들의 아픔을 영화로 그려냈다. '꽃잎'의 소녀(이정현 분)가 광주 시민이었다면 '박하사탕'의 중년 남성 김영호(설경구 분)는 진압군이었다. 각기 피해자와 가해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 영화들은 국가가 자행한 폭력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보여준다.

해당 영화들은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그만큼 그들이 살아 온 시대의 잔인함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꽃잎'의 소녀는 광주에서 어머니를 잃은 후, 스스로를 끊임없이 학대하고, 순수했던 청년 김영호는 폭력적인 사회에 길들여지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간다.

이들 영화는 개인을 통해 결국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비극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그 맥락을 같이 한다. 광주의 참혹한 진실이 정권에 의해 은폐됐다는 고발도 함께다. 이후 제작된 영화들처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영화의 중심 플롯으로 삼아 전면에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캐릭터가 가진 서사에 기대어, 충분히 그 참상을 전한다.

 

◇ '화려한 휴가'와 '26년', 충무로에서 확장된 5.18

1990년대 제작된 5.18 영화들이 지극히 현실적인 고발을 담았다면 2000년대 충무로는 좀 더 영화적인 관점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뤘다.

'화려한 휴가'(2007)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자체를 중심 플롯으로 다루면서 상업적 성공까지 거둔 영화다. 영화의 제목은 당시 광주를 진압하기 위해 나섰던 계엄군의 작전명으로 알려져 있다.

'화려한 휴가'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사건을 개인에게 투영하기보다는 광주 시민 모두가 겪은 집단적 경험으로 조명한다. 택시운전사, 간호사, 학생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출연해 그들이 공통적으로 겪은 5.18에 대해 보여주는 것. 캐릭터들이 '폭도'가 아닌 평범한 시민임을 드러내 계엄군의 잔혹성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기도 한다.

'26년'(2012)은 5.18을 모티브로 한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다. 영화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가족을 잃은 평범한 이들이 모여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살한다는 가상의 작전을 만들어냈다.

아직도 당시 군통수권을 쥐고 있었던 전두환 씨가 제대로 죗값을 치루지 않았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26년'은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은 역사적 단죄를 대신한다는 점에서 다른 영화들과 차이점을 가진다.

 

◇ '택시운전사', 제3자가 본 광주의 그 날

국내 언론들이 검열에 따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보도하고 있을 때, 독일의 한 기자가 전 세계에 끔찍한 학살 실태를 알렸다.

오는 7월 개봉을 앞둔 영화 '택시운전사'는 '푸른 눈의 목격자'로 알려진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광주에 진입한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화를 담은 영화다. 배우 송강호가 택시운전사 만섭 역을,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 기자 피터 역을 연기한다.

영화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겪은 당사자가 아닌 제3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때때로 관점의 차이는 작품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광주 시민들이 겪은 비극을 객관화한다는 점에서, '택시운전사'가 그려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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