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구(不具)의 개혁'으로는 국민통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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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10일 오후 청와대 입구에서 인근 주민들의 환영인사를 받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파격적인 소통과 통합의 행보를 보이면서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그의 행보가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전 정권 대통령들이 얼마나 불통했고 권위적이었는지를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야권과 보수 언론도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선 비판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비춰 그가 선거 기간 기치로 내걸었던 '적폐청산'을 뒤로 미루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일각에서 하는 듯 하다. 그러나 이는 오산이라는게 여권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의 당선 자체가 촛불민심에 힘입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비록 '적폐'라는 단어를 쓰진 않았지만 취임 일성으로 개혁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정경유착이라는 단어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고 "재벌개혁에 앞장설 것"이라는 단언이 그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 재벌과 권력의 유착을 겨냥한 발언이다. 검찰 등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의지도 분명히 했다.

11일 발표된 청와대 참모진 인선 내용에는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중이 보다 더 분명히 실려 있다.

특히 조국 서울대 교수를 민정수석에 임명한 점이 주목된다. 그는 검경 수사권 분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개혁 의지가 분명한 학자다. "검찰이 강력한 권력을 제대로 엄정하게 사용했는지 국민적인 의문이 있다"는 이날 발언을 통해서도 재확인된다.

문 대통령도 검찰개혁 만큼은 일관되게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을 배제하고 조국 교수를 기용한 것은 검찰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리 국민통합이 중요하다 해도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완전한 국민통합은 전체주의국가에서도 불가능한 발상이다. TK와 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세대의 지지를 받은 것 자체로도 족하다. 게다가 박근혜 탄핵에 찬성했던 대선 후보들의 득표율 75.5%는 탄핵 찬성 여론과 일치한다.

지난 10일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문재인 제19대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 대통령의 1호 공약도 '이명박 박근혜 9년 집권 적폐청산'으로 못박고 있다. 처벌은 사법기관에 맡기더라도 구조적 적폐의 청산은 정권이 나설 수 밖에 없다.

적폐청산이나 개혁을 얘기하니 야권 일부에서는 '정치보복'을 운운한다. 그러나 정치보복이라는 용어는 청산의 대상자들이 내거는 '퇴행의 프레임'이다. 정치보복과 개혁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촛불민심을 타고 표를 얻었던 야권 일부에서 정치보복이라는 용어가 나오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이나 개혁작업에 나서더라도 119석에 불과한 더불어민주당 의석만으로는 공수처 설치든 무엇이든 입법이 불가능하다. 야권도 검찰개혁, 재벌개혁 등 개혁과제의 국회입법 과정에 협조하는 것이 촛불민심에 부응하는 길이다.

"숙청에 실패한 나라는 쇄신에도 실패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알베르 카뮈는 프랑스 해방 직후 대독일 부역자 숙청이 지지부진하자 1945년 자신이 주필로 있던 레지스탕스 신문 '콩바(Combat)'에 "불구(不具)의 정의"라며 이렇게 실망을 표했었다.

같은 레지스탕스 작가였던 프랑수아 모리악이 '전 국민적인 화합을 위한 용서와 화해'를 촉구하는데 대한 항변이기도 했다.

알베르 카뮈의 '숙청'은 인적청산을 뜻한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가 당면한 개혁과 약간 궤는 달리 하지만 큰 차원에서 의미는 같다. 개혁에 실패해서 또 다시 1600만의 촛불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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