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둠 속 '알박기'로 진행된 사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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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성주·김천 주민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 모임 회원들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 장비가 26일 새벽 전격적으로 경북 성주에 들어왔다.

한미 군당국이 사드 배치에 합의한 지 9개월 만이고,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사드부지 공여 절차가 완료된 지 엿새 만이다.

더욱이 사드 장비의 전격 반입은 다음 달 대통령 선거 이전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기습적 결정이었다.

26일 새벽 0시를 기해 성주골프장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가 차단됐고, 8000여 명의 경찰력에 의해 철저히 봉쇄된 지역 주민들은 분노의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미군 당국이 대선을 불과 13일 앞두고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기한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상관없이 사드 배치를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으로 기정사실화하려는 속칭 '알박기' 전략의 일환인 것이다.

한국의 차기 정부에 대한 불신감과 한국 내부의 여론 변화로 사드 배치가 차일피일 미뤄질 개연성도 우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환경영향평가와 시설 설계를 비롯한 부지 공사도 하기 전에 부랴부랴 장비부터 가져다 놓은 것이다.

사드 배치의 정당성은 한국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으로부터 확보되는 것이다. 그만큼 사드 장비를 반입하는 과정은 투명하고 공개리에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한국민들의 정서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한국의 선출된 대통령이 없는 시점에서 배치 강행의 무리수를 뒀다. 그것도 마치 들키면 안 되는 양 몰래 모두가 잠든 '어둠'을 택했다.

성주와 김천 주민들은 이날까지 각각 287일째와 248일째 사드 반대 촛불 집회를 열어 왔다.

투명하지 않은 행태는 우리 국방부도 마찬가지다. 열흘 전 국방부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사드 배치가 단기간 내에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5월 9일 대선 이전에 사드 장비 배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사진=자료사진)

 

즉, 지난 16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 때 동행한 백악관 관리가 언급한 대로 "(사드 배치 완료는) 한국의 차기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는 내용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엑스밴드 레이더를 비롯한 사드의 핵심장비가 전격 반입됐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방부가 거짓말을 한 것이나 다름 없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민의 의사와 절차를 무시하고, 차기 한국 정부의 정책적 판단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매우 부적절한 사드 장비 반입이라고 규정하면서 비판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북한의 점증하는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 안보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사드 배치의 필요성은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사드 배치는 민주적 의견 수렴과 투명한 절차가 수반돼야 한다.

사드 반대를 외치며 울부짖는 주민들을 한국 경찰이 막고 있는 사이에 사드 장비를 실은 주한미군의 트레일러가 속속 이동하는 모습은 바라보기에 너무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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