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므파탈' 떠난 김남길, '좋은 배우'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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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천만 영화가 반드시 좋은 영화는 아냐"

영화 '어느 날'에서 보험회사 직원 강수 역을 연기한 배우 김남길.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김남길이라는 배우의 행보는 조금 독특하다. 그는 영화계 내 남성 배우들에게 주로 주어지는 역할에만 머물지 않는다. 끊임없이 다른 세계를 찾아 헤맨다.

물론, 그 과정의 결과물이 모두 성공적이지는 않다. 입대하기 전, 그가 추구했던 강렬한 남성상을 떠나는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길에서 김남길은 최선을 다했고, 또 한 번 자신의 연기가 닿을 수 있는 지경을 넓혔다.

그의 말처럼 '좋은 영화'와 '흥행하는 영화'는 다른 지점이 존재한다. '좋은 배우'와 '흥행하는 배우' 역시 마찬가지다. 김남길은 작은 영화들, 다양성을 가진 영화들에 눈길이 간다고 했다. 말을 아끼지 않는 유쾌한 수다 뒤에는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이 엿보였다.

문득 그의 필모그래피에 있는 이송희일 감독의 영화 '후회하지 않아'를 떠올렸다. '나쁜 남자'와 '선덕여왕', '해적' 등 흥행작들에 가려 잠시 잊어버렸지만 그는 남들이 선택하지 않는다고 겁먹는 배우가 아니었다.

다음은 김남길과의 일문일답.

▶ 영화 속에 굉장히 감성적인 대사들이 많다. 자칫 잘못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 같거나, 낯간지러울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 그냥 편안하고, 담담하게 하자고 생각했다. 각 캐릭터들이 가진 아픔이 따로 있고, 중간 부분에서는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그럴 때마다 너무 분위기를 잡거나 하지 않고, 담백하게 힘을 빼려고 했다. 그런 감성들은 빛이나 카메라 각도, 소리, 이런 부가적인 도움을 받아서 얼마든지 연출해 낼 수 있다.

▶ 서로 동질감을 느꼈다는 천우희와의 작업 소감이 궁금하다.

- 트레이닝복을 입고 촬영장에 왔더라. 그런 복장이 습관화된 여성 배우는 처음 봤다. 사람들이 날 보는 게 이런 시선인가 싶더라. '트레이닝복 좋아하시나봐요' 이러면서 편안하게 다가가서 연기하다보니까 호흡이 잘 맞았다. 평소 내 몸을 편안하게 해줘야 작품할 때는 긴장을 한다. 그런 핑계이자 지론을 갖고 있다. 정말 반가웠었다.

영화 '어느 날'에서 보험회사 직원 강수 역을 연기한 배우 김남길.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 남녀 배우의 로맨스가 등장하지 않고, 결국 인간이 인간을 치유하는 이야기다. 이런 관계 설정 자체는 마음에 들었나?

- 인간은 살면서 한 가지 정도 감추고 싶은 아픔을 겪고 산다.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 상처를 치유한다. 남녀 간에 다른 방향으로 상처를 회복하는 이야기를 담아서 좋았던 것 같다.

▶ '죽음의 선택'이라는 주제에 대해 굉장히 심도 깊게 다루는 영화이기도 하다. 실제로 자신이 이런 경우에 처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을 것 같은지?

- 주변에 남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 좋았던 기억도 잊혀질까봐 지금 보내드리자 혹은 지켜드려야 된다는 사이에서 엄청 갈등한다고 하더라. 어떤 특정한 선택이 맞고,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 본인 또래의 남성 배우들과는 다르게 정말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추구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 숫자적인 것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다. 단편적인 소재를 벗어나 다양한 소재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대작에도 선택받는다면 잘 만들어야겠지만 그걸로는 작은 영화들이 살아나는 힘이 되지 않는다. 천만 영화 위주로 투자를 하게 되면 다른 영화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다양성을 보여주는 많은 영화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 그러면 작품을 선택할 때 소재의 다양성이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하나?

- 그런 걸 일부러 찾아서 한다기 보다는 작은 영화에 소소하게 눈길이 간다. 한 감독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천만이 드는 영화가 옳은 영화일 수는 있는데, 좋은 영화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진짜 의미있고 좋은 영화인지에 대한 생각 말이다. 찍어내는 기획 영화보다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보자. 배우, 감독님, 스태프들 모두 그런 영화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영화 '어느 날'에서 보험회사 직원 강수 역을 연기한 배우 김남길.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 제대 이전까지의 배우 김남길은 확실히 강렬한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다. 최근에는 작품 선택도 그렇고, 생활과 밀접한 연기를 자주하는 것 같다.

- 캐릭터 위주의 작품들이나 작가주의 작품들을 선호했었다. 배우라면 어떤 확고한 색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그 색을 입힌 후에는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강렬하기 보다는 어디든 둘러보면 있는, 우리네 이야기 같은 캐릭터에 눈길이 갔다. 나 개인적인 성격과도 그게 훨씬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 어떤 확고한 이미지를 꿈꾸는 배우들이 많지는 않은데 당시에 그럼 따로 추구하는 배우상이 있었나?

- 홍콩배우인 장첸이나 장국영을 롤모델로 했었다. 어쨌든 배우 이름을 대면 하나의 특화된 이미지 정도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자리를 잡아서 먹고 살려면. 고독하거나 외로운 그런 느낌 쪽으로 연구를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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