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 '크런치 모드' 부당노동행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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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진화 나선 위메이드…노동계 "관행 바뀌려면 노동당국 의지가 중요"

 

'미르의 전설' IP로 유명한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게임 개발 자회사 위메이드 아이오(IO)가 직원들에게 평일 야근은 물론 주말에도 근무하라는 반강제 근무체제를 7개월간 유지하고 개발중인 게임 '이카루스 M'을 목표대로 11월까지 출시하지 못하면 초과근로 수당을 반납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려 노동착취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일부 개발자 커뮤니티를 통해 '이카루스M 개발팀 크런치 모드'에 대한 내부 지침이 유출되면서 알려졌다.

◇ 위메이드의 살인적인 노동 강요: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된 위메이드 아이오의 지침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 ▲평일 저녁 식사시간 6시30분~7시(30분) ▲토요일과 공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 ▲일요일 선택적 출근(출근시간 관계없이 9시간 근무) 등이다.

이 외에도 ▲토요일 근무에서 빠지려면 파트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고, ▲공휴일이나 토요일에 쉬려면 파트장이나 팀장이 업무에 지장 없는지 확인한 뒤 연차를 차감하는 유급 휴가를 써야 한다. ▲휴가 사용시 병가·경조사를 제외하고 최대한 자제하도록 하고 ▲어린이날(5월5일)과 추석연휴(10월3일~5일)를 제외한 공휴일은 모두 근무해야 한다.

개인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살인적인 고강도 노동이지만 위메이드 아이오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단기보상으로 휴일(토·일·공휴일) 근무수당 지급, 출근시 연차수당과 동일하게 월급여 포함 지급, 게임 연내 출시하면 수당의 50% 추가 지급을 제시했고, ▲장기보상으로는 출시 후 목표매출 250억 달성시 첫달 인센티브 매출 10% 바로 지급, 500억 달성시 연봉협상에서 200% 상승, 추가 복지로 휴게실과 안마의자, 게임기 등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이들이 가장 공분한 내용은 ▲개발 이슈(개발팀 책임 문제로)로 연내 출시가 불가능 할 경우 수당을 반납해야 한다고 적시한 부분이다. '고용주의 근로자에 대한 수당 반납 강요 행위'은 노동법에 정면 위배되는 것으로 그 처벌이 결코 가볍지 않다.

개발자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진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게임 개발 자회사 위메이드 아이오의 게임개발 '크런치 모드' 내부 방침

 


◇ 무엇이 문제인가: 반노동 강요 노동력 착취 행위

게임업계 등 IT 업계 종사자에게 익숙한 '크런치 모드(Crunch Mode)'에 대해 먼저 알 필요가 있다.

크런치 모드는 어떤 일의 마감을 앞두고 일정을 맞추기 위해 근로자의 수면, 영양, 사회생활, 위생 문제 등을 포기한 채 고강도 근무체제 방식을 의미하는 용어다. 속칭 '개처럼 일한다(work like dogs)'고 표현하기도 한다.

게임 업계는 물론 정보기술(IT) 업계에 만연해 있는 크런치 모드는 화이트칼라(white-collar)로 대변되는 첨단 지식산업의 어두운 이면으로 일명 '정신(두뇌) 노동자'로 분류되는 종사자들의 업무 스트레스는 심각하다. 최근까지 게임 업계에 발생한 과로사 문제와 무관치 않다.

중견 게임 회사 관계자인 A씨는 "크런치 모드는 사실 소리없는 전쟁터나 마찬가지"라며 "게임 개발의 기초가 마련되면 목표일정에 맞춰 모든 개발팀이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고지 점령을 위한 총동원령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위메이드 아이오가 내부 지침을 통해 비판을 받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문제가 될까.

먼저 근로시간이다. 근로기준법 제50조는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당사자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는 있다.

위메이드 아이오가 제시한 평일 근로시간은 1일 11시간(오전 10시~오후 9시)으로 점심시간(1시간)과 저녁시간(30분)을 빼면 9시간 30분이다. 1시간 30분을 초과했지만 아직 연장근로 가능한 12시간 중 10시간 30분이 남았다.

문제는 저녁식사 시간을 30분으로 단축시킨 부분이다. 1일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식사 시간이 포함된 1시간의 휴게시간이 주어지는데, 4시간 미만의 경우 30분의 휴게시간이 주어진다. 위메이드 아이오는 이를 기준으로 연장근로가 포함된 저녁식사 시간을 30분으로 단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법적인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통상적인 1시간의 식사 시간을 반으로 줄이는 경우는 드물다. 1차적으로 먹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셈이다.

토요일과 법정휴일인 공휴일도 출근해 점심시간을 빼고 8시간을 근무해야 한다. 토요일 근무시 연장근로 가능한 남은 시간은 2시간 30분이다. 만약 한 주일에 공휴일이 끼어 있다면 최대 허용 주간 근로시간 중 5시간 이상을 초과근로하게 되는 셈이 된다. 역시 법정휴일인 일요일은 선택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근무 강요에 가깝다. 개발 일정에 쫓기는데다 회사가 더 많은 시간을 일에 할애하도록 분위기를 몰아부치면 쉬는 것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반응이다.

(자료사진)

 

하루도 쉬지 않고 평일 11시간씩 주 5일간 55시간, 토요일과 공휴일 9시간을 포함해 최소 한 주에 64시간을 업무에 매달려야 한다.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등 42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을 빼도 55시간30분으로 최대 연장근로시간을 적용해도 무려 12시간30분을 초과한다.

회사와 근로자가 합의하였다 해도 이는 엄연히 불법 노동행위다. 연장근로시간의 제한을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약 법정 연장근로시간을 더 늘리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연장근로시간을 더 늘리기 위한 노동당국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가 없을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공휴일이나 토요일에 쉬려면 파트장이나 팀장이 업무에 지장 없는지 확인한 뒤 연차를 차감하는 유급 휴가를 써야 한다는 내용도 불법이다. 근로기준법 제55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토요일이나 공휴일에 쉬기 위해 파트장이나 팀장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행위인데다 허락이 떨어지더라도 토요일과 공휴일에 연차를 차감하는 유급 휴가를 써야한다고 강제하는 것도 심각한 불법 행위다. 이같은 위반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단기보상으로 주어진 휴일(토·일·공휴일) 근무수당 지급은 당연한 것으로 보상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에 대해서도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개발 이슈(개발팀 책임 문제로)로 연내 출시가 불가능 할 경우 수당을 반납해야 한다'고 적시한 부분이다. 근로자의 업무 결과나 능력으로 법적으로 보호되는 임금을 임의로 공제하거나 그 권리를 박탈할 수 없다. 실제 수당을 회수한 것이 아니기에 불법을 저질렀다 확정할 수는 없지만 근로기준법의 정당한 근로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갑질'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관행적인 고강도 노동: 위메이드 서둘러 진화

위메이드는 사태가 커지자 21일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논란이 된 부분은 내부에서 게임 개발과 관련해 유저들의 관심도가 높은 점을 감안해 집중하자는 취지였는데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미진한 점이 있었다"면서 "직원들에 대한 보상은 유지하면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원점에서 재검토해 직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업무 특성상 업무 집중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잘 해보자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시행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하면서도 일정대로 게임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관행이 쉽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법률센터 김요한 노무사는 "사실 게임이나 IT 업계에서는 불법적인 행위가 죄의식 없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중소 회사뿐 아니라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에서도 직원들을 도구로만 인식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노동당국이 근로감독만 제대로 해도 이러한 부당노동해위 사례가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노동법을 안 지키면 반드시 불이익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노동당국의 책임을 강조했다.

한편으론 IT 업계 종사자 스스로가 노동권 의식이 부족한 것도 이런 관행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노무사는 "게임 개발자와 상담해보면 스스로 노동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개발만 되면 큰 돈을 벌거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서 있다보니 회사가 아무리 부당행위를 해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안타까워 했다.

게임 업계 종사자 B씨도 "회사의 규모가 예전보다 더 커지고 복지수준도 높아졌지만 노동강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게임이 개발되면 고된 개발과정의 고통은 일시적으로 줄어들고 보상도 주어지지만,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길게는 1~2년을 개인의 삶은 포기해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B씨는 "IT 업계의 특성상 컴퓨터를 놓고 프로그래밍을 하는 업무를 하다보니, 배워왔던대로 해왔던대로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시간을 따지지 않고 목표에 집중하는 것을 종사자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따라 움직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회사로 옮기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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