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TV는 보면서 라디오는 왜 못 듣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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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단가 상승" 이통사 "데이터 소비↓"…'안전불감증·소비자 기만'

(사진=자료사진)

 

'스마트 좀비'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일상에서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모두가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스마트폰은 언제든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9월 12일 규모 5.8규모의 경주 지진때 여실히 드러났다. 전화도 문자도 되지 않았고,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은 2시간 넘게 먹통이었다. 국민안전처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냈지만 정작 국민들은 받지 못했다. 트래픽이 폭주했던 탓이다.

이처럼 재난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해외에서는 통신이 끊어져도 라디오는 들을 수 있도록 휴대전화에 라디오 수신 기능을 의무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IT) 강국이라는 우리 나라는 그렇지 않았다.

◇ 재난 대비 휴대전화 라디오 기능 절실한데…日 라디오 수신 의무화, 한국은?

현행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는 전파수신이 되지 않는 터널이나 지하에서도 재난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진이나 태풍 등 국민들이 재난 경보를 듣고 신속하게 대피하거나 위기에 처하더라도 관련 정보를 통해 대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지난해 경주 지진만 떠올려봐도 휴대전화 라디오로 정보를 얻었다는 얘기는 좀처럼 듣기 어려웠다.

일본에서는 휴대전화 라디오 수신 기능이 활성화돼있다. 특히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때 이 기능은 위력을 발휘했다. 통신망은 끊겼지만 피해 지역 주민들이 휴대전화 라디오를 통해 대피하거나 외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잦은 지진과 반복되는 화산 활동 등을 감안해 일본은 휴대전화에 반드시 FM라디오 수신 기능을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조·유통되는 휴대전화 대부분에도 FM라디오 칩도 탑재돼있지만 정작 라디오는 들을 수 없다. 이동통신사의 데이터를 통한 방송 수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라디오 기능을 사용할 수 없도록 설정돼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사와 통신사들은 "사용자들의 라디오 수신 기능 요구가 적어서"라고 해명하면서도 "대신 DMB로 대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배경에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의 이해관계가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통신사들은 자사의 데이터 소비 없이 라디오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 라디오 직접 수신이 가능해지면, 데이터 소비는 줄어들게 된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안테나 추가 탑재나 디자인 변경 등으로 인한 제조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든다. "라디오칩 활성화를 위해 증폭칩 등 추가 부품이 필요하고 DMB와 FM라디오를 병행하면 디자인 변화 및 단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해외 제조사와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부는 "라디오 기능을 의무화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정하는 회원국 간 기술장벽 설정에 해당돼 무역 마찰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한발 물러나 있다.

◇ DMB는 재난시 한계 많아 "모두 탑재한 뒤 소비자에게 선택권 줘야"

그러나 이는 핑계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이 미래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출시한 35종 가운데 28개 기종에 FM수신칩이 내장돼 있었다. LG전자는 같은 기간 출시된 26개 전 기종에 장착됐다.

게다가 갤노트7은 내수용과 수출용 모두에 FM기능이 있는 퀄컴 스냅드래곤칩과 엑시노스칩이 내장돼 있어 라디오 수신이 가능한 상태였다. 미국 IT매체 엔가젯은 지난해 8월 30일 "갤노트7이 라디오 직접 수신 기능을 갖고 있다"는 내용의 리뷰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용 라디오 수신칩은 비활성화돼 라디오 직접 수신이 불가한 것은 '소비자 기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제조사와 통신사를 비롯,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DMB는 재난 발생시 안정적인 수신이 어렵다.

지상파 DMB의 경우, 서울·경기지역과 주요 도시에서만 수신이 가능하다. 디지털중계기가 설치되지 않는 곳에서는 수신이 아예 불가능하다.

또 DMB는 배터리 소모량도 많은데다 안테나 역할을 하는 이어폰이 있어야 하고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등에서는 협소하거나 좁은 장소에서는 주파수가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라디오는 아주 작은 틈만 있어도 전파가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등에 따라 라디오 중계기 설치가 의무화돼 있고, 국토부와 방통위가 라디오 수신개선을 위해 국고보조를 하고 있어 라디오가 민간이 설치하는 데이터망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커버할 수 있는 범위도 넓다.

전문가들은 "DMB와 라디오는 사업자는 물론, 콘텐츠와 수신구조도 상이하다"면서 "전력 소모가 많고 DMB 수신기 단가도 훨씬 비싼 DMB만을 운용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불리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상운 남서울대학교 멀티미디어학과 교수는 "DMB와 라디오수신칩 모두 스마트폰에 내장한 뒤 선택은 이용자가 하도록 자율권을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지진 등의 재난을 대비해 휴대전화 라디오를 들을 수 있게 의무화해야 한다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배덕광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미방위 소속 김성찬·홍문표·김도읍·김명연·강석진·정태옥·이만희·유재중·권석창 의원 등이 발의자로 참여했다.

개정안은 휴대전화에 라디오 수신 기능을 제공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제 조항도 담고 있다.

그러나 법안은 발의된 지 반년이 지나도록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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