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번 찍기로 결심한 부산 아지매…요동치는 PK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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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선 민심 르포…문재인 대세론 속 보수 위기감 팽배

부산지역 촛불집회. (사진=송호재 기자/자료사진)

 

"부산 민심은 이번에 무조건 야당 줘삐야지 여당 잘몬했으니. 안그래요?"

성난 태극기도, 분노한 군중도 없었다. 지난 22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비전토론회가 열린 부산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야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전대회가 열린 부산 벡스코에는 이른 아침부터 태극기 모양의 우산과 망토를 두른 1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묘한 긴장감을 연출했다. 책임당원만 대회장에 입장할 수 있어 이들은 밖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박근혜 전 대통령 보호에 앞장섰던 친박 김진태 의원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태극기 민심과 달리, 부산 국제시장 비닐장수 아지매는 이번 대선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를 찍어주기로 마음 먹었다.

시장 입구 좌판 좁은 틈 사이에서 아직은 찬기가 묻어나오는 바람을 피해 간이 난로로 곁불을 쬐던 정모(62,여)씨는 대선에서 누구를 찍을 거냐는 질문에 고민 없이 "1번"이라고 말했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는데 나온 중에서는 문재인이 제일 낫더라. 당을 떠나서 여러가지로."

줄곧 여당인 자유한국당만 찍어왔던 그는 "지금 그 당을 찍을 사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씨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많이 봤지만 막말을 하고 나하고 안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문재인 전 대표를 찍어주겠다는 마음이 투표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했다.

그는 머쓱한 듯 두 손을 난로 가까이 대고 비비며 "투표는 닥쳐 봐야 안다. 그때 돼서 내 맘이 내키면 갈 것"이라고 말 끝을 흐렸다.

택시기사 박모(65)씨도 문 전 대표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래서인지 그 역시 투표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씨는 "김무성이가 참 좋은데 도중에 놔 버려서 찍을 사람이 없다"며 "별로 투표할 마음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구 여권 지지율 1위인 홍 지사에 대해서는 "막말이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데 자극적인 말이 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안희정·안철수까지 선택지 올라…'보수의 결집' 목소리도

대세론에 대한 반감도 존재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호감은 구여권도 문 전 대표도 아닌 제3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안희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부산 시민 김모(66)씨는 "대통령은 지금 제도에서는 군주가 되는데 자기 도와준 사람을 챙기다 사고가 나지만 안희정은 젊으니까 그런데서 자유로울 것 같다"고 평했다. "노무현 정부 때 안희정 지사가 대통령 대신 감옥살이를 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부 정모(46)씨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한국당은 절대 아니고, 이번에 안철수로 밀어주겠다"며 "그쪽이 되면 뭔가 확 바뀔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근혜 트라우마'로 아직까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이들도 있다.

워킹맘인 서모(54)씨는 "지난 선거에 실패한 이후 굉장히 후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층에서는 문재인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지만 눈에 들어오는 사람도 없다"며 "친구들과 만나도 정치 얘기는 하지 말자고 다들 손사레친다"고 웃었다.

일각에서는 보수 결집으로 문재인 대항마를 키우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모(56)씨는 "문재인만 안 되면 된다"면서 "정권을 좌파에 맡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 5,60대에서는 아주 크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에 당직을 맡은 분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도 말했다.

대세론의 반작용과 보수의 위기감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지사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3월 셋째 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홍준표 지사 지지율이 12.5%로 전주보다 6.3%P 올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0%대 후반으로 여전히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5년 전 박근혜 당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맞붙었던 때 부산에서는 지지 성향이 엇갈리면서 대선 투표가 집안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2017년 "이미 한 번 당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문제인 대세론을 인정하고 있다.

쇼핑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지모(21,여)씨는 "선거때 여행을 가서 부재자 투표를 할 생각인데 지지율 높은 분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년 전 선거에서 젊은 사람들은 무조건 문재인 찍고 어른들은 옛날 생각이 남아 있어서 박 전 대통령에 찍으면서 부모랑 자식이 갈렸는데 이미 한 번 당했기 때문에 또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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