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달을 쏘다.' 2인 2색…박영수 vs 온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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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현장] 창작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프레스콜

 

시인 윤동주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예술단이 창작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를 무대에 올린다. 2012년 초연한 후 올해로 4연째를 맞았다.

20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는 윤동주를 맡은 두 배우 박영수와 온주완이 어떠한 다른 색으로 시인을 각각 그려낼지에 관심이 쏠렸다.

초연, 재연, 삼연 그리고 이번 사연까지 계속 윤동주를 연기한 배우 박영수와 처음으로 윤동주를 연기하는 배우 온주완. 두 주연의 다른 마음가짐과 연기색 때문에 관객들은 어떤 배우가 연기하는 ‘윤동주, 달을 쏘다.’를 봐야할지 고민에 빠질 정도이다.

서울예술단 측은 “두 배우의 무대를 다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 연출, 동료 배우들이 본 박영수 vs 온주완

배우 박영수.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이날 현장에서 연출과 배우들에게도 박영수와 온주완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권호성 연출은 박영수에 대해 단단함과 책임감이 강점이라고 표현했다. 권 연출은 ‘윤동주, 달을 쏘다.’ 초연을 준비하던 때에 “나도, 영수도 많이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처음 공연을 준비 할 때 끊임없이 영수에게 (연기를) 주문하면, 영수는 눈이 커지며 괴로워했다. 그때마다 내 주문이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고민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영수는 전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품에 많은 애정과 노력을 쏟은 배우이다.”

권 연출은 “영수의 가장 큰 장점은 ‘단단함’이다. (주문을 하면) 어떻게든 표현해 내려는 저돌성과 (주문한 것을) 끝까지 책임져주는 모습이 장점”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이어 온주완에 대해서는 “왜 진작 뮤지컬을 안 했을까”라며, 현재 실력과 함께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 샀다.

“온주완은 이번에 작업하면서 처음 만났다. 뮤지컬 경력이 두 번째라고 들었는데, 왜 진작 안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더 일찍 시작했다면, 뮤지컬계 큰 스타로서 팬들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줬을 것으로 본다. 그만큼 음악이나 소리에서 다른 점을 많이 가진 배우이다.”

권 연출은 “온주완이 5년 전 박영수의 전철을 밟고 있는데, 몇 년 뒤 더 성장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희망한다”며 뮤지컬 무대에서 더 활동해 주기를 바랐다.

반면 ‘윤동주, 달을 쏘다.’에서 송몽규 역을 맡은 배우 김도빈은 박영수와 온주완을 ‘섬세함’과 ‘단단함’이라고 비교했다.

김도빈은 “박영수는 섬세하다. 반면 온주완은 단단하다. 그 단단함 때문에 극 중 뒷부분에서 시인이 좌절하며 무너지는 모습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 스스로 말하는 박영수 vs 온주완

배우 온주완.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박영수와 온주완 두 배우 역시 윤동주를 연기한다는 게 부담스럽다. 초연부터 지금 사연까지 윤동주를 연기하는 박영수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다.

반면 온주완은 박영수를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관객들의 뇌리에 ‘윤동주=박영수’라는 등식이 새겨져 있을 정도로 박영수는 윤동주로 완벽한게 분했다.

또한 온주완은 윤동주 역할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대본이 없어 인터넷에서 이 작품을 찾아봤다. 그때 박영수가 연기하는 윤동주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을 정도로 인상이 깊었다고 평했다.

때문에 서로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주안점을 두고 연기하는 부분을 밝혀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박영수는 윤동주가 살았던 ‘시대’에 집중한다고 이야기했다.

“어떤 시대이든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세대가 청년이라고 생각한다. 과도기이고, 성장하면서 겪는 시련이 있다. 일제 강점기라는 힘든 시기에 무엇이 윤동주를 침묵하고 탄식하게 만들었는지, 시인의 ‘회고록’을 보며 많이 고민했다. 조용한 웃음으로 친구들을 대하는 윤동주, 그 시대의 무엇이 시인을 변하게 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는지를 생각한다.”

그래서 박영수는 윤동주의 시 중 가장 인상적인 시로 ‘자화상’을 꼽았다. 그는 “시인이 우물 속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얼마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했을까. 나 역시 거울을 보며 곱씹곤 한다. ‘영수야, 너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니’”라고 밝혔다.

온주완은 윤동주의 ‘청춘’에 중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윤동주는 특별한 사람이지만 나는 그 특별함에 접근하지 않았다. 나이대로 보면 그때 친구들이나 내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청춘이기에 뜨거우며, 포기하지 않고 저항하는 그런 모습에 포커스를 뒀다. 시인에 대해 일반적으로 연약하고 조용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 접근했다.”

온주완은 윤동주의 시 중 가장 인상적인 시로 ‘별 헤는 밤’을 꼽았다. 그는 “학창시절 그 시는 아름다운 동산에 한 소년이 편안히 앉아 아름다운 별을 보는 모습이었다”며 “그런데 ‘윤동주, 달을 쏘다.’에서 그 시는 180도 뒤집어진다. 시인의 ‘처절함, 그리움, 사무침’을 느꼈다. 내게는 충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 사연 맞은 '윤동주, 달을 쏘다.', 내밀한 감정 담다

'윤동주, 달을 쏘다.' 중.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올해로 사연째를 맞은 '윤동주, 달을 쏘다.'는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우현영 안무가는 "초연을 올렸던 5년 전에는 내가 어렸던 것 같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느낀 윤동주를 작품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그는 29세 청년 윤동주가 가장 풍요롭고 자유로웠던 그 짧은 시절을 표현하는 게 핵심이었다고 강조했다. 짧지만 가장 빛이 났던 시기이기에, 풍요로웠던 그때의 윤동주를 관객이 발견한다면, 반대로 비참했던 형무소 생활이 더 큰 아픔과 공감으로 다가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때문에 우현영 안무가는 "전에 비해 더 가슴 아프고 저린, 윤동주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작품 말미에 비대칭 불안정 동선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윤동주, 달을 쏘다.' 중.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안무와 조명, 무대 배경 등에서 외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면, 내적인 변화는 시인의 마음을 작품에 담아내는 것이다.

권호성 연출은 시인의 마음을 느끼기 위해 윤동주가 지냈던 북간도 용정, 부암동, 심지어 일본 시모가모 경찰서까지 방문했다.

권 연출은 특히 시인이 조사를 받았던 일본 시모가모 경찰서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시모가모 경찰서 옆에 아직도 기찻길이 있다. 그곳에서 윤동주 시인에게 기차는 희망인 동시에 절망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했다. 용정에서는 푸른 꿈을 품고 경성과 동경으로 청춘을 실어날랐을 것이다. 반대로 경찰서 취조 중에는 고향이나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 그때 들은 기차 소리는 절망의 소리가 아니었을까."

그는 윤동주의 자취를 쫓아가는 과정들이 "시인이 가진 생각과 호흡, 정서를 놓치지 않고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었다"면서, 덕분에 "시인의 내밀한 부분까지 극에 반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비극의 역사 속에서 자유와 독립을 꿈꾸었던 영원한 청년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를 담은 '윤동주, 달을 쏘다.'는 21일부터 4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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