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항쟁'의 진화…어떻게 축제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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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평론가 김방옥 교수 "정치적 분노뿐 아니라 대중문화적 쾌락 만끽하는 광장"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후 첫 주말인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2016년의 촛불시위는 많이 달랐다. 사람들은 허구나 재현이라는 좀 답답하고 구태의연한 필터링을 건너뛰고 현실로 직접 뛰어 들어가는 것을 더 즐기게 된 것 같다. 아마도 나날이 폭로되는 현실이 더 픽션 같으니 그 허구라는 프레임을 벗겨버리고 싶었을까? 팩트 안에 더 문제적 갈등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디지털 시대의 정보력을 갖춘 똑똑한 대중이기에 픽션보다 현실에 개입하기가 더 쉽기 때문일까?"

촛불은 국회가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는 데,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파면하는 데 추동력이 됐다. 그렇게 촛불항쟁은 134일 동안 1600만 시민들이 전국 곳곳의 광장을 지켰다. 무엇이 추운 겨우내 촛불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낸 것일까.

연극평론가인 김방옥 동국대 연극학부 교수는 계간 '연극평론' 2017년 봄호에 실린 글 '촛불시위와 삶의 연극화'를 통해 "2016년의 촛불시위는 국민, 시민, 민중들의 정치적 분노뿐 아니라 대중문화적 쾌락을 만끽하는 광장이기도 했다"고 진단했다.

"그들은 마치 찢어진 청바지나 랩, 티비 채널 선택을 통해 쾌락과 동시에 정치적 발언을 했듯이 촛불시위를 통해 즐기면서 저항했던 것이다. 춧불시위의 참여자들은 대중문화를 통해 의미와 쾌락을 생산하는 적극적 참여자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는 촛불집회의 핵심을 '인간촛불들' '촛불-되기'로 표현하고 있다.

"사람들은 가수 공연을 즐기거나 자유발언대 앞에 모여 의견을 개진하고 환호하며 즐기기도 하지만 대개 촛불을 들고 줄을 지어 혹은 삼삼오오 걸어다니는데 자신의 맘에 드는 작은 깃발들 밑에 모여서 행진하거나 구호를 외친다. 그 깃발들 중에는 '혼자 온 사람들' '전국고산지 발기부전연구회' '청와대 주사파 척결 연맹' 등 웃음을 유발시키는 것들이 많다. 조직적 단체의 깃발이나 하나의 구호 아래 모이는 것을 기피하고 경계하는 것이다. 이 모든 퍼포먼스들은 수치심과 분노를 밑에 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웃음과 끝없는 셀프 카메라 플래시들과 함께 진행된다."

◇ "촛불시위는 생물처럼 움직이고 진화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후 첫 주말인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당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헤어롤을 패러디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김 교수는 "촛불시위는 또한 거대한 디지털 퍼포먼스"라며 "한마디로 촛불시위는 생물처럼 움직이고 진화한다"고 설명했다.

"최소한의 조직위가 있지만 대부분 시민 각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그들은 디지털 정보의 동시적 생산자이자 수용자이다. 시시각각 바뀌는 그날의 지형과 군중의 숫자, 자기들이 작은 점으로 찍혔을 휴대폰 뉴스 화면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시위에 참여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정국의 변화에 따라 그 주말의 시위에 참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가늠하는 과정에서 휴대폰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피드백 받으며 다시 행동한다. 그날 저녁 뉴스는 이를 반복하며 재생산하며 이는 다시 촛불시위라는 오프라인의 퍼포먼스를 자극하는 '자동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초기 촛불시위의 핵심은 청와대 둘러싸기와 압력 넣기였다"며 "이는 청와대라는 정치적이며 역사적이며 상징적 장소와 그에 접근하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효과를 얻고자하는 계획된 행위라는 의미에서 일종의 장소특정적 공연을 떠올리게 한다"고 분석했다.

"박근혜-최순실 농단이 준 충격과 상처는,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와 함께, 한국인들에게 심층적 외상을 입혔다. 이 '사건'은 나라가 최소한의 합리적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근대국가였다는 환상에 구멍을 뚫고, 그것들이 그물처럼 짜여진 추잡한 꼭두각시 쇼였다는 것을 깨닫게 함으로써 그 이데올로기적 껍질을 벗겼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실재'에 노출된 것이다."

그는 '실재성의 추구'를 강조하며 "허구가 아닌 실제의 삶을 연극과 만나게 함으로써, 삶 자체를 연극화함으로써 이 부패한 세상에 대해 더 진실되게 사유하고 여기를 보다 나은 곳을 바꿔보고자 하는 몸부림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촛불시위, 각종 퍼포먼스들은 크게 보아 모두 날것으로서의 실제적, 일상적 삶 그 자체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는 것이다.

"촛불시위는 실재의 스팩터클화라는 위험을 항시 안고 있지만, 그런 한계 내에서도 궁극적으로 정치사회의 제도적 개혁이라는 또 다른 의미의 실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희망적이다. 예상할 수 없는 순간에 촛불들은 꺼질 듯 일렁이다가 언젠가는 다시 불붙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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