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논평] 대통령 파면, 적폐 해소의 계기 돼야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가 10일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탄핵 파면된 것이다.

이날 선고와 동시에 그동안 직무정지 상태였던 박 대통령은 자연인 신분의 전직 대통령이 됐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대통령 사저. (사진=박종민 기자)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대통령 사저. (사진=박종민 기자)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곧바로 삼성동 사저로 복귀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아닌 자연인이 청와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박 전 대통령은 탄핵 파면에 대해서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이날 헌재가 밝힌 핵심적인 탄핵 사유는 '은폐와 훼손'이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실을 철저히 은폐했고, 검찰과 특검 수사 회피는 물론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 등으로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취임 선서를 통해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데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결정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자료사진)(사진=자료사진)
박 전 대통령의 18년 정치 역정을 상징했던 수식어 '원칙과 신뢰'가 거짓을 감춘 한낱 가면(假面)이었던 것인가.

사실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과 헌재의 탄핵 파면 결정은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는 교훈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고 어둠은 빛을 가릴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자,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의 숭고한 가치를 재확인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10일 오전 안국역 주변에서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10일 오전 안국역 주변에서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더욱이 '시민명예혁명의 날'로 기록될 1500만 촛불 민심에 따른 대통령 탄핵은 가짜와 거짓, 불의(不義)와 불통(不通), 부정과 부패, 반칙과 차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자 단죄로서, 지금껏 대한민국을 흔들어 놓았던 수 많은 적폐(積幣)들을 해소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갈등을 야기하는 진영 논리에 따른 이분법적 시각은 지양돼야 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진보의 승리도 보수의 패배도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비정상(非正常)에 대한 정상(正常)의 승리요, 정의와 진실 앞에 굴복한 거짓과 가짜의 패배일 뿐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박 대통령 파면 소식을 들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분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박 대통령 파면 소식을 들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분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때문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결정으로 법치주의가 흔들린다거나 국론이 분열되고 혼란이 증폭될 이유가 없다.

'미국 헌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4대 대통령 제임스 메디슨은 "갈등은 제거될 수 없고 오직 조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상대방을 적(敵)이 아니라 나름의 관점을 가진 반대자로 인정하면서 민주적 절차인 선거와 투표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데 방점을 둔 것이다. 즉,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잘못을 경계해야 한다.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가 그동안 뜨거운 가슴으로 나뉘어 목소리를 높였다면 이제는 차가운 이성을 회복하고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봄은 국민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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