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일기', 26명의 명사들이 사랑한 음식 이야기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디킨스의 만찬에서 하루키의 맥주까지

 

'식탐일기'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여 맛있는 음식 속에 담긴 파란만장한 사람들의 이야기, 희로애락이 담긴 한 그릇의 음식과 한 잔의 음료가 전하는 색다른 역사 이야기다.

운치에 죽고 운치에 살았던 조선 선비 송강 정철의 못 말리는 술 사랑,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몰아서 글을 쓰고 폭식과 폭음을 일삼았던 발자크, 여자들끼리 갖는 티타임의 수다에서 인생의 본질을 발견한 제인 오스틴의 홍차 한 잔, 음악가로서만큼 미식가로 유명했던 로시니를 울게 한 음식, 빅토리아시대 영국 음식 문화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준 찰스 디킨스의 명작들, 우아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배우 오드리 헵번이 사랑한 초콜릿과의 인연 등, 역사 속 인물 26명의 어깨 너머로 그들의 식탁을 훔쳐보면서, 그들의 삶과 그들이 사랑한 음식과 그 안에 담긴 애틋한 감정까지를 추적한다.

이야기의 시작을 여는 사람은 16세기 이탈리아 명문가의 딸로 태어나 앙리 2세의 왕비로 프랑스로 시집온 당대 최고의 ‘엄친딸’ 카트린 드 메디치다. 서양 음식의 역사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존재인 카트린 드 메디치는 당시 음식 선진국 이탈리아의 ‘선진적인’ 음식 문화를 프랑스에 전수한 당사자였다. 손가락으로 음식을 먹던 프랑스 궁정의 식탁에 포크를 올린 것도 그녀였다.

자신의 결혼식날 하이힐을 신을 정도로 패셔니스타였던 그녀는 포크와 셔벗, 마카롱 같은 음식 이외에도 향수, 발레 등 고급스러운 문화를 프랑스에 이식한 전파자로서 역할을 다했다. 그런 그녀가 사랑했던 음식은 수탉의 볏과 신장, 그리고 아티초크의 심이었다. 고급스럽고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권력의 한가운데에서 평생을 살았지만 정작 남편의 사랑을 받지도 못하고, 자식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던 그녀의 식탁은 산해진미는 산더미같이 쌓여 있으나 ‘혼밥하는’ 식탁이었다.

바로크 음악의 대가로 ‘음악의 아버지’로까지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사랑한 음료는 이교도인 이슬람의 음료인 커피였다. 이슬람의 땅에서 태어나 유럽까지 건너온 커피는 수많은 권력자들과 예술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이 이교도의 음료에게 세례를 주겠다.”며 교황의 공식적인 인정까지 받는다. 수많은 교회음악과 칸타타 등 종교음악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는 바흐 역시 커피의 매력에 빠진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바흐의 커피 사랑은 '커피 칸타타'를 작곡한 데서 드러난다. 커피를 사랑하는 딸과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려는 아버지의 갈등을 그린 이 작품에서 당시의 사회상을 읽을 수 있다. 남녀차별이 심하던 18세기에 라이프치히의 커피하우스에 여성은 출입할 수 없었고, 커피를 마시면 불임이 된다는 등의 루머까지 돌았다. 커피하우스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사회 변혁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앙시앵 레짐 말기의 프랑스 지식인들이 파리의 커피하우스에 모여 토론을 벌이며 혁명의 불씨를 피웠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커피 칸타타'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으려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여성들에게 금기시되던 ‘커피’를 쟁취하려는 ‘개혁적인’ 딸의 대결은 재치 있는 딸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명사들이 사랑했던 음식”이다. 지은이는 “‘녹색의 요정’으로 불리던 마성의 술 압생트나 아랍에서 전래돼 기독교로 ‘개종’한 커피, 옛 우리 조상들의 고픈 배를 채우고 망국의 한조차 잊게 한 메밀 등은 인간과 함께하면서 때로는 한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라고 음식과 사람의 관계를 규정한다.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