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탄핵 기각을 노리는 '가짜 뉴스'의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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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열린 '제12차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한국 사람들은 왜 거짓말을 잘할까?"

지난해 '한국인의 거짓말'을 출간한 저자 김형희의 도발적 문제제기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750여 건의 사기범죄가 발생한다. 1년 전체로는 무려 27만 4000여 건에 이른다. 전체 범죄 가운데 사기범죄 비율이 OECD 국가 중 1위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 자료에 따른 것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거짓말이 넘쳐나는 사회다. 하기야 대통령부터 국민을 앞에 두고 거짓말을 하는 우리나라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담화에서 검찰 수사는 물론이고 특검 수사도 성실하게 받겠다고 밝혔지만 이내 말바꾸기를 반복했다.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인사들의 뻔뻔한 거짓 증언, 위증은 특검 수사로 확인됐다.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임기를 채우지 못한 닉슨 대통령의 하야도 워터게이트 사건 자체가 아니라 워터게이트에 대한 거짓말 때문이었다. 거짓말에 대한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 것인지를 실감케 하는 사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제 거짓말도 모자랄 판이 됐다. 카더라, 찌라시, 괴담을 넘어 거짓말 뉴스, 가짜 뉴스(fake news)가 온·오프라인에서 범람하고 있다.

물이 넘쳐나는 홍수가 발생하면 정작 마실 물이 없는 것처럼 정보의 홍수, 뉴스의 과잉 속에서 생수와 같은 뉴스를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신문과 방송을 안 보면 세상을 알 수 없지만, 신문과 방송을 보면 세상을 잘못 알게 되는 미디어 세상의 딜레마인 것이다.

더욱이 탄핵 정국에서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확산되는 가짜 뉴스는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JTBC의 태블릿PC 조작설'을 시작으로 "언론이 보도한 촛불집회 참가자수가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 한다", "촛불집회는 한국 국민들이 선동을 당한 결과라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지난 주말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노컷일베'라는 이름의 유인물까지 등장했다. 일간지처럼 꾸며진 1면에는 "서울시장의 탄식, '차라리 관광명소인 스케이트장이나 개장할 걸…'"이란 제하의 가사가 담겼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을 가짜로 만든 내용이다.

지난 주말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노컷일베'라는 이름의 유인물까지 등장했다. 일간지처럼 꾸며진 1면에는 "서울시장의 탄식, '차라리 관광명소인 스케이트장이나 개장할 걸…'"이란 제하의 가사가 담겼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을 가짜로 만든 내용이다. (사진='노컷일베'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들 가짜 뉴스의 노림수는 하나같이 촛불 민심을 왜곡함으로써 박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알리려 하는 것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라는 그럴듯한 가면을 쓰고 거짓 정보를 세상에 퍼뜨려 혼란을 야기하려는 반민주적, 반언론적 범죄행위다.

사법 당국에서는 가짜 뉴스를 "제도권 언론의 뉴스형태를 모방해 실제 언론보도인 것처럼 꾸미는 방식으로 유포시키는 정보"라고 정의한다.

이에 비해 한국언론진흥재단 박아란 선임연구위원은 "허위 사실을 의도적으로 유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뉴스기사 형식을 차용해 만든 것"으로 설명한다. 가짜 뉴스를 만드는 작성 주체의 정치적 의도와 목적에 더 주안점을 둔 설명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드러난 가짜 뉴스의 폐해는 주지의 사실이다. "힐러리가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허무맹랑한 뉴스가 오히려 유권자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가짜 뉴스의 심각한 위험성에 따라 최근 세계 최대 IT업체인 페이스북과 구글은 가짜 뉴스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프랑스 대선(4월), 네덜란드 총선(3월), 독일 총선(9월) 등을 앞두고 주요 언론사들과 뉴스의 진위를 검증하는 크로스체크(CrossCheck)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탄핵 정국의 회오리 속에 대선을 앞둔 우리도 가짜 뉴스를 근절할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즉 '공익을 저해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한 사람을 규제'하는 전기통신법 제47조 제1항이 2010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입법으로 위헌 판결을 받았지만,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가짜 뉴스의 경우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한 사람을 처벌'하는 동법 제47조 제2항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사법 당국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균형성, 뉴스를 생산하는 기성 언론사의 정밀한 팩트 체크 작업, 그리고 가짜 뉴스를 가려내는 뉴스 이용자들의 안목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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