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허남식 전 시장에게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전 시장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부산시장직을 맡아왔다. 검찰은 허 전 시장이 부산시장으로 있던 당시 엘시티 관련 인허가가 쉽게 풀린 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 이영복 회장(사진 가운데) 허남식 전 시장(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사진=부산CBS 자료사진)
부산 해운대 초고층 빌딩 엘시티(LCT)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 이영복(66·구속)으로부터 "허남식 전 부산시장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돈이 오간 것으로 보고 엘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허 전 시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어 소환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이영복, "지방선거 앞두고 허남식 전 시장에게 수천만원 줬다" 진술부산지검 특별수사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최근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부산시장에 출마한 허남식(67) 전 시장에게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제 3자를 통해 허 전 시장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준 것으로 보고 이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돈이 오간 시점, 방법, 성격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 동안 '모르쇠'로 일관하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이 회장은 최근 심경의 변화를 보여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일정 부분 진술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확한 시점, 금액, 용처 등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허 전 시장에게 로비를 했을 것이라는 의혹은 엘시티 수사 초기부터 제기돼 왔지만, 구체적인 진술이 확보된 것은 지난 7월말 엘시티 수사가 본격화 한 이후 처음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조만간 허 전 시장을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허 전 시장을 불러 이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는지 엘시티 인허가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윤창원 기자)
◇ 허남식 전 시장-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각별한 관계특히 검찰은 엘시티 인허가를 둘러싼 의혹인 △엘시티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항목 제외 △관광시설용지 건물 높이를 60m로 제한했던 규제가 해제된 것 등 일련의 과정이 허남식 전 부산시장 재임 10년(2004~2014)에 이뤄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또 검찰은 허 전 시장과 현기환(57) 전 청와대 정무수석 간의 각별한 사이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수석은 허 전 시장의 대외협력 특보(경제노동)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008년 부산 사하갑에서 초선 국회의원을 지낸 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지난 총선에서 허 전 시장은 현 전 수석의 지역구였던 사하갑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김척수 새누리당 부산시당 대외협력 정책 고문에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또, 검찰이 지난 6일 현 전 수석이 창립한 사하경제포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도 허 전시장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하경제포럼은 현 전 수석이 20대 총선 준비를 위해 2014년 11월 주도적으로 창립한 단체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이 포럼의 고문으로, 허 전 시장은 지난해 2월 이 포럼의 특강 연사로 나서기도 했다. 현 전 수석은 포럼 창립 당시에 허 전 시장을 직접 고문으로 영입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현 전 수석을 통해 허 전 시장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줄 곧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허 전 시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본다"며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