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전횡' 리우올림픽 실패는 예고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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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실패의 원흉?' 최순실(왼쪽) 일가의 이권이 깊숙하게 개입된 체육계 통합을 주도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전횡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기와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쳐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목표 무산의 한 원인 됐다는 지적이다.(자료사진)

 

대한민국 체육을 숙주로 삼아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려 했던 최순실 일가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은 물론 동, 하계 스포츠를 모두 접수해 경제적 잇속과 한국 체육 권력을 한손에 넣으려는 야심을 세웠다.

최 씨 일가의 야욕은 필연적으로 한국 체육의 황폐화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 발전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보다 자신들의 이익 추구가 먼저였던 만큼 한국 체육은 오히려 세계 무대에서 뒷걸음질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특히 김종 차관 등이 한국 체육에 휘두른 무소불위의 전횡은 올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거둔 아쉬운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작스럽게 추진한 정부 주도의 체육계 통합 과정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기가 꺾였고,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체육의 위상까지 한풀 꺾이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 체육을 장악하려던 최 씨 일가의 야욕이 대한민국 스포츠의 퇴보를 야기했다는 게 엘리트 체육계의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8월 리우데자네이우올림픽의 실패는 김종 차관이 체육계를 좌지우지하던 상황에서는 어쩌면 예견된 결과였다고 보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리우올림픽 현장을 직접 누볐던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김 차관의 전횡이 미친 결과를 짚어본다.

▲"리우올림픽 실패? 김종 차관 전횡 때문"

당초 대한체육회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내건 목표는 '10-10'이었다. 금메달 10개 이상과 종합 10위 이내의 성적을 거둬 스포츠 강국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국 스포츠는 리우에서 절반의 성공과 실패를 거뒀다. 종합 8위를 기록했지만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애국가 10번을 브라질에 울리겠다는 목표에는 살짝 못 미쳤다.

이전 대회와 비교하면 사실상 실패에 가까웠다.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에서 한국 스포츠는 금메달을 무려 13개, 역대 최다를 찍었던 터였다. 안방에서 열린 1988년 서울, 다음 대회인 바르셀로나올림픽보다 1개가 많았다.

지난 8월 7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경기장에서 열린 유도 남자 66kg 이하 결승에 진출한 안바울이 이탈리아의 바실리 파비오에 한판으로 패한 후 위로를 받는 모습.(자료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특히 바로 옆에서 치러진 베이징 대회 종합 7위에서 시차가 적잖게 났던 런던에서 종합 5위에 오른 만큼 리우 대회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그러나 오히려 금메달 숫자는 4개나 줄었고, 순위도 3계단이나 내려섰다.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 하의 체육회 통합 과정에서 나온 진통이 리우올림픽의 부진으로 연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작스럽게 엘리트 체육이 생활 체육과 합쳐지는 과정에서 국가대표 선수단에 대한 지원이 미비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올림픽을 앞둔 국가대표에 대한 훈련 지원비를 볼모로 삼은 문체부의 고압적 태도가 문제였다는 불만이 컸다. 생활체육과 통합을 추진하던 정부가 훈련비를 놓고 뻣뻣하게 굴던 엘리트 체육을 길들이려 한 과정에서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 체육회 관계자는 "김종 차관이 훈련비를 삭감하면서 리우올림픽에서 선수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게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문체부, 통합 찬반에 따라 훈련비 차등 지원"

올해부터 문체부는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훈련 지원금 전달 방식을 바꿨다. 체육회와 태릉선수촌에 일괄 지급하는 방식에서 57개 체육단체에 개별적으로 훈련비를 지원하게 된 것이다. 문체부의 각 체육단체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문체부가 주도한 생활 체육과 통합을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경기 단체에 대한 지원을 줄여 길들이기에 나설 여지가 생겼다. 실제로 올해 초 통합에 적극적이던 하키, 자전거 등 단체는 10억 원의 인센티브가 배정된 반면 통합에 반대했던 김정행 전 체육회장이 맡았던 유도와 이기흥 현 체육회장이 이끌던 수영 종목은 문체부의 감사에 걸려 지원이 대폭 줄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는 모습.(자료사진=박종민 기자)

 

리우올림픽에 나섰던 한 유도 대표팀 지도자는 "김 전 회장이 사실 체육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면서 "유도회 수장이 그럴진대 밑의 지도자들과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리우올림픽에서 유도는 16년 만의 '노 골드'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물론 성적 부진을 문체부의 지원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후 문체부는 훈련비 논란이 빚어지자 정상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포상금 계획도 밝혔다. 유도의 경우 세계적인 흐름에 맞지 않았던 전술 부재도 적잖은 원인으로 작용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사기만큼은 크게 흔들렸다는 것도 분명했다. 태릉선수촌 관계자는 "예산을 전부 돌려서 심각한 상황이었다"면서 "(선수들과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불평과 불만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지난 4월 리우올림픽 D-100 미디어데이에서 서정복 국가대표 지도자협의회장이 기업과 정치인들의 관심이 적다면서 "적극적으로 밀어줘서 정말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절하게 당부한 이유였다.

▲체육계 통합? 국위 선양보다 자기 잇속 챙기기가 먼저

물론 양궁과 펜싱, 여자골프 등 빼어난 성적을 거둔 종목도 있다. 다만 이들 종목은 협회 자체 살림이 풍족해 문체부의 지원 여부에 대한 영향이 미미했다.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의 종목은 문체부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훈련비나 포상금이 불안한 가운데서는 올림픽 준비에 전념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문체부의 예산 편성에 따르면 올림픽 메달 종목에 최대 240일까지 지원되던 훈련비가 160일대로 주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됐다. 훈련비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적잖은 선수와 지도자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일부 종목에서는 각 단체가 자체적으로 훈련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선수촌 관계자는 "역대 올림픽 중 훈련비를 문체부에서 개별적으로 지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도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성적이 나지 않으면 문체부가 책임을 지겠느냐, 화살은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절박한 다짐으로 대회를 어렵게 치렀다"고 강조했다.

수영대표 박태환이 지난 8월 7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수영장에서 자유형 200미터 예선 탈락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자료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훈련비가 아닌 또 다른 문체부의 딴지에 피해를 본 선수도 있다. 한국 수영 간판 박태환이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런던 대회 은메달에 빛난 박태환은 리우올림픽에서 노 메달에 머물렀다. 금지약물 복용에 따른 국제수영연맹의 징계가 풀린 뒤에도 3년 동안 국가대표 자격을 정지하는 체육회 규정에 따라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공백이 컸다.

물론 박태환은 국내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결까지 얻어내며 승소했다. 그러나 대표 자격이 없어 국제대회에 나서지 못해 정작 올림픽에서는 실전 감각 부족을 절감해야 했다. 당초 김정행 전 회장은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찬성했지만 문체부는 끝까지 반대 의견을 던졌다. 그 중심에는 김종 차관이 있었다는 게 체육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알려진 대로 김종 차관의 체육계 통합은 전 세계적 흐름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최순실 일가의 이권이 걸려 있었다. 최 씨 소유의 K스포츠재단이 K스포츠클럽과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을 통해 생활 체육과 엘리트 스포츠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문체부의 강압적인 통합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성적보다는 자신과 최 씨 일가의 이익이 먼저였다는 추악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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