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세 아이 엄마의 연설에 광장은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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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의 꿈 아닌 '우리 아이들의 꿈' 이뤄지는 나라로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촛불집회에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5일 밤 30만 촛불을 밝혀 서울 광화문 일대를 해방구로 빚어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상식을 믿는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비선 실세 최순실 등의 끔찍한 국정 농단 사태를 부른 대통령 박근혜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앞으로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 것도 이날 촛불을 든 평범한 시민들의 연대였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 앞에서 '우리는 왜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명확한 답을 준 사람 역시 스스로를 "평범한 세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한 시민이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 1부의 마지막 연설자로 무대에 오른 한 여성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저는 세 명의 딸을 기르고 있는 평범한 엄마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제가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냥 아이들을 기르는 부모로서 작은 소망을 말씀드리려고 나왔습니다"라며 말을 이었다.

"세상에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면서 '얘들아, 정직하고 착하게 살지 않으면 천벌을 받는단다'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저희는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는 않아도 아빠가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서 돈을 벌어오고 엄마는 너희를 위해서 이렇게 최선을 다하고 사니까, 너희는 엄마 아빠를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말하며 아이들을 길러 왔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서로 사랑하고 하니까 얼마나 화목한 가정이냐며, 이게 행복이라고, 사는 거 별 거 없다고,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그리고 너희도 엄마 아빠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지금 '말'(馬)을 사줄 수 없는 저와 남편은 자랑스러운 부모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더이상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착하게, 정직하게, 성실하게 살라고 했던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 "저는 이러려고 부모가 된 게 아닙니다"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라는 것이 이 여성의 탄식이다.

"세월호에서 304명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걸 생중계하는 동안, 아이들이 '왜 언니, 오빠를 구하지 않냐'고 말을 할 때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백남기 어르신이 물대포에 쓰러지실 때도 '경찰이 왜 물대포를 사람에게 쏘냐'는 아이들에게도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구의역에서 컵라면을 남기고 사망한 김 군의 이야기 앞에서도, 에어컨을 달다가 사망하신 삼성 노동자의 딸이 쓴 일기 앞에서도 저는 아이들에게 어떤 대답도 해줄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성실하게 노동을 해서 밥을 먹고 살면 행복하게 될 거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아이들은 이제 제게 최순실이 누구냐고 묻습니다. 그리고 누가 대통령이냐고 묻습니다"라며 "그런데 저는 다시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왜 이 부끄러움이 저의 몫이 돼야 하고, 우리의 몫이 돼야 하는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저는 이러려고 부모가 된 게 아닙니다. 저는 다시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에서 대대손손 행복하게 살라고 희망을 가지라고, 꿈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성실한 노동자의 부모가 자랑스러운 나라, 노력하면 '최순실의 꿈'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꿈'이 이뤄지는 그런 나라,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그런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행복한 나라로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나쁜 사람이 처벌을 받아야겠죠.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한 최순실 일당과 그 부역자들이 처벌받기를 원합니다"라며 "그리고 그 문제의 중심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기를 원합니다"라고 역설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죄하십시오. 저는 아이들에게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선한 사람은 행복하고 오래오래 살았다고, 그런 행복한 동화 같은 결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 행복한 결말을 위해 엄마 아빠가 오늘도 광장에 서 있었고, 싸워서 행복한 결말을 얻어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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