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랑 정유라와 총격범 성병대, '망상'의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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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는 불공평하고 불공정하고 평등은 자연스럽지 않은 것

 



- 정유라의 망상은? 능력주의 망상, 무한경쟁 각자도생 사회가 만들어낸 망상,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성공하면 그것도 능력이라는 망상
- 성병대의 망상은? 불공정한 세상에서 무기력한 존재로서 거대한 사회적 일을 해내려는 망상
- 둘 다 현실 세상이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망상
- 불의와 모순에 저항하기보다는 잘 적응하는 것이 더 훌륭한 인재다라는 잘못된 생각과도 관련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6년 10월 25일 (화)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택광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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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와 함께하는 일상다반사 코너입니다. 우리 주변의 일상다반사들 그것의 문화적,철학적, 시대적 의미를 간파해 보는 그런 시간이죠. 이택광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오늘은 무엇을 가지고 이야기해 볼까요?

◆ 이택광> 오늘은 망상, 망상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는데요.

◇ 정관용> 망상?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이 왔다갔다하는 망상.

◆ 이택광> 물론 망상이란 건 현실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현실이 아닌 그런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오늘 이야기드릴 내용은 정유라 씨의 망상과.

◇ 정관용>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의 망상.

◆ 도종환> 그다음에 얼마 전에 사제의 총을 가지고서 경찰관 한 명에게 상해를 입히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만들었는데요.

◇ 정관용> 성병대.

◆ 이택광> 성병대 씨의 망상. 서로 다르게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틀에서 나온 두 가지의 망상이다.

◇ 정관용> 이게 연결돼요?

◆ 이택광> 결국은 연결되는 망상이다라는 이야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

◇ 정관용> 먼저 정유라는 어떤 망상을 말하는 거죠?

◆ 이택광> 사실 정유라 씨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죠. 뭐라고 했냐 하면 돈도 실력이다. 돈이 능력이다. 부모 잘 만나는 것도 능력이다, 이런 말을 했어요.

◇ 정관용> SNS에 올린 그거 말이죠.

◆ 이택광>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그게 상당히 논란이 됐습니다마는 사실 아마 그걸 본 청취자분들께서는 한쪽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사실 그게 한국의 현실 아니냐 이렇게 생각을 하실 것 같은데 아마 정유라 씨도 그런 의미에서 돈도 실력이다라는 말을 했지 않을까 싶은데요. 저는 이게 능력주의 망상이 아니냐. 쉽게 말하면, 그리고 성공에 대한 망상. 이렇게 했기 때문에 내가 성공했다라고 착각을 한다는 거예요. 그게 사실 정유라 씨 같은 경우도 자기가 부모를 잘 만나서 성공했다 착각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사실 성공이 아니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걸 아시겠지만,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유라 씨가 지금 결국 그렇게 부모님을 만나서 그런 식으로 인맥을 동원해서 학교도 입학하고 또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한 인간의 인생이라는 것은 사실 공허하게 까발려지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게 현실이죠. 그게 이제 정유라 씨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아니, 내가 정당하게 지금까지 능력껏 쉽게 말하면 부모님의 능력이라고 한다면 좋은 부모님을 만나서 여기까지 왔는데 다른 사람들이 나를 질시해서 나를 깎아내리고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 정관용> 나를 질시해서 깎아내리려고 하는 행동, 남들의 그런 거에 대해서 강하게 질타하는 글이 바로 그 SNS 글이었거든요.

◆ 이택광> 그렇습니다. 바로 그래서 그 글이 나오게 되는 거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시기해서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까 내가 나의 정당함을 한번 이야기해 보겠다. 나의 정당한 주장을 써보겠다 이렇게 해서 쓰게 된 거예요. 그런데 그걸 읽어보시면 참 이게 오묘하죠. 증거가 되는 게 뭐냐 그러면 결국 한국사회라는 것이 무한경쟁이라는 그런 이데올로기를 어릴 때부터 많은 학생들이나.

◇ 정관용> 주입을 하죠.

◆ 이택광> 어른들도 사실은 많이 주입이 되어 있어요. 그래서 항상 자녀분들에게도 무의식 중에 그런 말씀을 하십니다. 너 그렇게 해서 커서 뭐 될래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것도 사실 무한경쟁의 어떤 이데올로기에서 나오는 그런 무의식적인 발언이라 볼 수 있는데요. 사실 무한경쟁이라는 이 단어 자체가 상당히 비과학적인 단어죠. 역사적으로 본다면. 우리는 지금 굉장히 일상적으로 쓰고 있지만 사실 무한경쟁을 풍자하기 위해서 무한도전도 나왔지만. 사실은 이 경쟁을 통해서 더 나은 유전자를 보증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은 19세기 때 사회진화론 또는 사회다윈주의라고 불리는 그런 사상에서 나왔어요. 하지만 지금 아마 진화론을 연구하시는 과학자들을 붙잡고 이 사회진화론이 뭐냐고 물어보시면 열에 열은 전부 다 비과학적인 이론이라 말씀하실 겁니다. 그런데 왜 이 사회진화론이 만들어놓은 이 용어가 지금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어떤 이데올로기 용어가 됐으며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용어를 사용해서 자신의 삶을 괴롭히고 있느냐 이런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이런 논리에 따르면 무조건 성공하면 우수한 인재, 무조건 성공하면 우월한 인간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죠.

◇ 정관용>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 이택광>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러니까 이제 부모님을 잘 만나도 그게 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이야기죠.

◇ 정관용> 사실 그건 자신의 능력이 아닌 거죠.

◆ 이택광> 그건 전혀 능력이 아닌 거죠. 세습이라는 것은 운이 전제돼야 하는 거죠. 태어난 건 운이잖아요.

◇ 정관용> 자기가 부모를 선택할 수 없으니까.

◆ 이택광> 라틴어로 포루투나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포춘이라고 그러죠. 그 이전에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는 부분이었다는 말이에요. 근대사회와 근대사회가 아닌 것의 차이인데 이 정유라 씨 같은 경우는 분명히 근대사회에 살고 있고 한국사회가 제대로 볼 때 봉건사회는 아니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시대적 발상을 여전히 한다.


◆ 이택광>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포춘이 본인의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또는 본인의 능력이라고 생각이 되는 거예요. 뭔가 전도현상이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자본주의 시민사회에서도 부의 세습은 계속되고 대물림이 계속되는 것 또한 현실이 아닙니까?

◆ 이택광> 그러니까 부모를 좋은 부모를 만났다는 것은 말 그대로 운입니다. 그렇죠?

◇ 정관용> 좋은 환경을 가진 건 운이에요.

◆ 이택광> 그런데 근대적인 사회에서 그 운을 강조하는 것들은 그렇게 미덕으로 꼽히지는 않아요, 잘 생각해 보시면. 예를 들어서 로또로 돈을 많이 벌었다, 그걸 자랑하지 않죠. 참 운이 좋았다. 삶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는 하지만 그걸 가지고서 로또가 되기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은 사실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데 로또가 되면 참 좋겠어라고 생각을 하죠, 대부분은. 이게 주객이 전도되는 건데 그래서 많은 분들이 아마 이런 정유라 씨의 SNS에 올려놓은 글을 읽으시면 이게 한국의 현실이 아니냐 이런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현실이지 왜 그게 망상이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세상이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망상이 생긴 건데 많은 사람들은 반대로 망상이 먼저 있고 사실은 그 사회가 생긴 것처럼 생각한단 거예요. 그러니까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으면 이제 그러면 이제 그것을 바꿔야지, 공정하게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제대로 된 어떤 그런 논리적인 사고죠. 그런데 이 망상이라는 것은 사실 이런 논리적 사고를 지워버리는 거거든요.

◇ 정관용> 불공정사회를 그냥 당연시해버리는.

◆ 이택광> 그렇죠. 그것도 당연시하게 만드는 게 있습니다. 그게 뭐냐 그러면 제가 볼 때는 한국 사회에 만연돼 있는 앞에서 말씀드렸던 무한경쟁인데 그 무한경쟁의 논리라는 것은 결국 각자 도생이란 거예요. 내가 잘해서 살아남아야 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거죠.

◇ 정관용> 게다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거와 같은 불법, 편법 이런 거 가리지 않고.

◆ 이택광> 살아남아야 되니까. 이게 제가 볼 때는 한국사회의 권력구조인 것 같아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불의나 약간 참을 수 없는 일이 있더라도 내가 얼마나 잘 참고 거기에 적응하는가의 문제가 돼버리는 거죠. 불의나 또 모순이 있더라도 거기에 저항하기보다는 거기에 잘 적응하는 것이 더 훌륭한 인재다라는 생각을 낳게 만드는 거죠.

◇ 정관용> 이 전체를 망상으로 부르자.

◆ 이택광> 그렇죠. 사실 이건 저 혼자 생각은 아니고요. 지금 현재 미국 같은 데서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만연돼 있는 인맥주의, 인맥주의가 결국은 이른바 자본주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또는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주류경제학자조차도.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제총기로 저거한 성병대 같은 경우는 보도를 그냥 봐도 저 사람 심각한 어떤 질환 내지는 망상을 갖고 있구나. 왜냐하면 자기가 누구한테 암살당할지 모른다 이런 얘기를 막 횡설수설 했다는 거 아니겠어요. 이건 금방 이해가 돼요. 그런데 이거랑 정유라의 이거랑 어떻게 연결되는 겁니까?

◆ 이택광> 사실 정유라 씨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정상적으로 보이고 성병대 씨는 표면으로 드러나는 말을 보더라도 좀 비정상적으로 보입니다. 사실 저는 이 둘이가 굉장히 연결돼 있다고 보는 이유가 성병대 씨 같은 경우 자세히 보시면 경찰을 살해한 이유가 친일경찰이기 때문에 살해한 거예요.

◇ 정관용> 지금 경찰을 친일경찰로 규정하고.

◆ 이택광> 친일경찰로 규정하고 내가 2, 3일 내로 경찰과 큰일을 치를 거다 예고를 합니다. 그걸 실행을 한 거죠. 전형적인 병리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가 있지만 그러면 성병대가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알 수가 있어요. 결국 이런 사람들은 본인이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있고 본인이 사회로부터 핍박받고 있고 또 사회에서 이렇게 자기가 굉장히 무기력한 존재라는 것을 자인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뭔가 그렇지 않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쉽게 기댈 수 있는 것이 민족이라든가 또는 애국이라든가 또는 이렇게 뭔가 거대한 그런 어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추상적이고, 나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걸 숭배하게 되는 거죠. 그게 이제 그 과정이 바로 이런 성병대 같은 사람이 출현하게 되는 원인이에요, 심리학적으로 본다면. 이 사람이 나타나서 자기나 사회를 위해서 거대한 일을 하는 거죠. 친일경찰을 타도하는 거니까. 그런데 그 담론이 사실 왜 발생했는가를 생각해야 하는 거죠. 성병대 같은 사람이 만약에 한국사회가 공정하고 말 그대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고 한다면 그렇죠?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을 제도적인 절차라든가 합리적인 절차로 해결할 수 있다면 성병대 씨 같은 경우는 그럼 이미 일찌감치 발견이 됐을 것이고 아니면 또 성병대 씨 같은 그런 불만들이 그런 과정을 통해서 분산됐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렇지 못했던 거죠. 다시 말하면 이 정유라 씨 같은 망상이라는 것은 결국은 사회는 불공평하고 불공정해야 되고 평등이란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성병대 씨 역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거죠. 그래서 세상은 불공평하다.

◇ 정관용> 불공정하다.

◆ 이택광> 그러니까 내가 뭔가를 보여주겠다라는 것이에요. 그래서 이 두 사람의 망상이 결국 근거하고 있는 토대는 이 사회가 불공평하다는 거죠.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정유라 씨의 생각이 사실은 성병대 씨 생각과 닮아 있는 거죠.

◇ 정관용>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것을 당연시 해 놓고 그러니까 나만 출세하면 돼.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편법을 동원해서, 인맥을 동원해서. 이게 정유라식의 생각이라면 불공정하고 불공평하니 엉뚱한 데에다가 뭔가 표적을 정해 놓고 남들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그 표적을 나는 거룩한 이념으로 이걸 해야 돼라고 자기를 그냥 그 안에 빠뜨려버리는 그런 망상. 이 두 가지가 같은 거다. 우리 사회의 공정성, 공평성을 높이기 위한 의제들을 자꾸 좀 확산시켜야 되는 건데 그 힘이 약하니까 이렇게 되는 거 아니겠어요?

◆ 이택광> 그러니까 언제부터 인간이.

◇ 정관용>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다가 그냥 당연시 되어 버리는 그런 문화가 되는 거 아니겠어요.

◆ 이택광> 굉장히 충격이었어요. 돈도 능력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굉장히 충격이에요. 왜냐하면 예전에는 돈을 버는 게 능력이었지 돈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게 능력이다 이렇게 말하는 경우는 잘 없었죠. 그만큼 사회가 바뀐 건데 그런 사회로 바뀌는 것은 결국 공평한 사회라기보다는 불공정한 사회로 점점 가는 그런 과정이 있었다는 겁니다.

◇ 정관용> 그리고 이 불공정은 도저히 어떻게 못해 이런 어떤 자포자기, 포기의식 이런 것도 만연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이택광> 저는 그게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자포자기한 마음이 바로 제가 생각할 때는 이런 각자도생의 경쟁 이데올로기를 계속 유지시키는 거고요.

◇ 정관용> 그러거나 사회적 범죄로 나오거나.

◆ 이택광> 사적 구제. 다시 말해서 개인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그게 멈춰버리기 때문에 성병대나 정유라 씨 같은 사람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고 이 사람들은 분명히 사회가 공정해지고 민주주의적인 어떤 그런 절차들이 좀 더 강화된다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우리 주변에 또 다른 정유라 또 다른 성병대 참 많을 것이다. 나는 과연 그런 생각으로부터 좀 자유로운가 이런 질문들을 좀 던져 봐야 될 것 같군요. 여기까지 할까요. 수고하셨습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

◇ 정관용>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였습니다.

http://www.cbs.co.kr/radio/pgm/aod_view.asp?pgm=1383&mcd=_REVIEW_&num=30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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