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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번역기' 개발자 "나는 도대체 누구를 번역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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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PC에 대통령 연설문' 보도에 "심한 배신감 느낀다" 한탄

(사진='박근혜 번역기' 개발자 김지명 씨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갈무리)

 

"박근혜 번역기 개발자로서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박근혜 번역기'를 개발한 김지명 씨가 지난 2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짧은 글이다. 이 글 밑에는 JTBC가 보도한 '최순실 PC서 대통령 연설문 의혹 확인' 영상이 링크돼 있다.

이날 JTBC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컴퓨터에서 대통령 연설문 44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아본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앞서 최 씨 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 씨는 "최 씨가 가장 좋아하는 건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는 일"이라고 폭로했는데, 당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JTBC 보도에 따르면, 최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컴퓨터 파일 200여 개를 분석한 결과, 44개는 대통령 당선 이후 대국민 공식 발언이 담긴 연설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 씨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원고 가운데는 박 대통령이 연설하기 나흘 전에 받아본 원고도 있었으며, 연설문들의 곳곳에는 붉은 글씨가 있었다.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이는 이유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25일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경위를 파악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사진='헬조선 번역기'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갈무리)

 

결국 '박근혜 번역기' 개발자인 김 씨가 토로한 "심한 배신감"은,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벌인 번역 작업이 오롯이 대통령을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허탈감에 기인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번역기'는 소위 '유체이탈화법'이라 불리는, 문법에 맞지 않는 박 대통령 발언들을 쉽게 풀어 '번역'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였다.

개발자 김 씨의 이러한 입장은 '박근혜 번역기'의 후신인 '헬조선 번역기'에 보다 자세히 나와 있다. 김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심한 배신감"을 토로한 글을 올린 때와 비슷한 시각, '헬조선 번역기'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박근혜 대통령님, 솔직하게 말해 (구)박근혜 번역기 개발자로서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말해봐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

'헬조선 번역기' 운영자는 이 글 아래에 "저는 그동안 누구의 말을 번역한 것입니까…?"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박근혜번역기, 최순실번역기로 밝혀져 '충격'" "최대의 피해자 인정합니다" "연설에 '우주', '대박' 나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음" "웃긴데 웃음이 안 나와" 등의 댓글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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