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매입한 마을회 재산놓고 주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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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공공재산 사유화논란①] 마을회 재산팔아 일부만 나눠먹기 의혹

지난해 8월 백종원씨가 매입한 제주시 도두2동 신사수마을회 마을회관건물 (사진=문준영 기자)

 

#. 제주의 한 마을에서 공동 소유 건물과 토지를 팔아 일부만 돈을 나눠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주민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마을회 건물과 토지는 왕성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매입한 것으로, 15년 넘게 마을 복지회관 등으로 사용된 곳이다. 제주CBS는 백종원 대표가 산 제주 마을회 재산을 놓고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 공공재산이 사유화되는 과정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없는지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백종원이 매입한 마을회 재산놓고 주민 갈등
② 제주 마을회관은 어떻게 백종원에 넘어갔나
③ 제주 마을회관 사유화 논란 "이미 예견됐던 일"


제주 하수처리장 해안가에 위치한 제주시 도두2동 신사수마을.

이곳은 15가구도 채 되지 않는 소규모 마을로 사수포구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도두2동에 포함돼 있지만 제주공항 활주로가 들어서면서 독자적인 마을회가 운영 중이다.

공항 활주로 바로 옆에 위치해 극심한 소음피해를 입고 있고 여기에 제주시내 하수처리시설로 인한 악취 피해도 심각한 마을이다.

신사수마을 주민들은 소음과 냄새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고 이때문에 한여름에도 문을 열어놓지 못한다.

마을 안에는 일반 주민들로 구성된 '신사수마을회'와 오래전부터 살아온 ‘원주민회’가 각각 마을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가 된 마을회 건물과 토지는 제주시가 5억여 원을 들여 지난 2000년 마을회에 소유권을 준 2층짜리 재산이다.

1998년 혐오시설인 하수종말처리장 2차 확장사업에 따른 보상 성격이다.

원주민회는 이렇게 받은 마을회 건물을 식당업주에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으며 마을 수익사업 등을 운영해왔다.

그러다 15년 만인 지난해 8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에게 건물과 토지를 20억 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원주민회원끼리만 공유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심지어 이 20억 중 일부를 원주민회 주민들끼리 나눠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다른 주민들과 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왜 같은 마을 사람인데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는 것이냐"

원주민회에 속한 A 씨는 "(마을회 건물을 판매한 뒤)1억 원을 받았다"며 "(원주민)10명 정도가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주민 동의가 이뤄졌냐는 질문에 "원주민은 오랫동안 이곳에 살아온 사람들이고 건물이 판매되기 전에 원주민들이 동의를 했으니까 마을회 건물을 판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원주민회가 작성한 회의록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5월 3일 회의를 열고 마을회 건물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10년간 이곳에서 펜션을 운영해온 장 모(51) 씨는 "나도 마을주민인데 이 사실을 제3자를 통해 알았다"며 "마을회장에게 건물 매각과 관련해 내용증명 등을 보냈지만 두 번씩이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장 씨는 지난 6월 이와 관련해 마을회장에게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장씨가 마을회장에게 보낸 내용증명서 (사진=문준영 기자)

 

장 씨는 원주민회와 마을회 소속이 아니다.

장 씨는 "10년 넘게 이곳에 살고 있는데 마을 회의가 있는지 조차 몰랐다"며 "왜 같은 마을사람인데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또 "마을회에 가입을 하고 싶어도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공지도 없었다"며 "마을회 운영 등이 부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신사수마을회 회장 고 모 씨는 "건물 매각 관련해서는 원주민회가 관리하고 있다"며 "자신은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자신은 건물 매각 당시 이에 관여하지 않아 관련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을회가 전체적인 마을을 관리하지만 매각된 마을회 건물은 원주민회가 관리해와 본인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원주민회가 하수처리장에 제출한 매각 계획서 등에는 고 회장의 이름이 여럿 등장했다.

이와 관련해 원주민회 회장 김 모(50) 씨는 "원주민회 사람들이 동네사업을 하며 빚이 1억 원씩 있어 이를 보전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마을에 냉동창고를 짓는 등 땅을 사려면 자부담이 드는데 나이가 많은 원주민들이 농사짓고 하루 벌어 하루 살고 있는데 그 돈이 어디있겠느냐"며 "빚지면서 동네사업을 하다가 채무 한 것을 변제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는 하수처리장에 공문을 보내 전부 보고했다"고 말했다.

건물 매각과 관련해서는 "1년에 임대료로 2400만 원을 받았지만 건물이 낡아 고치다 보면 본전치기였다"며 "이를 처분해서 동네 빚 갚고 사업을 확장하자고 해 결정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혐오시설 설치에 따른 보상 성격으로 마을회에 넘겨진 공공재산이 민간에 매각되면서 마을 주민사이 갈등은 물론 나눠먹기 의혹까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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