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에 대한 교육부 감사가 사실상 '망언' 자체보다는 '과음' 여부에 무게를 실으면서, 19일로 예정된 인사혁신처의 징계 심사에서 실제 파면 결정이 나올지 주목된다.
교육부가 지난 14일 국회에 보고한 감사 결과를 보면 "나 기획관이 과음 상태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 최종 결론이다. 사태 초반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취중 실언'이란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바 없는 상황 정리이기도 하다.
당시 만찬을 함께 한 경향신문 기자들이 "나 기획관이 식사에 반주 정도 하는 수준이었고 논리적으로 얘기했다"고 밝힌 것과도 상반된다. 대신 "과음하고 과로로 만취한 상태에서 기자들과 논쟁을 벌이다 한 말"이라는 나 전 기획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준식 장관은 특히 "나 전 기획관은 당시 폭탄주 8잔과 소주 11잔을 마셨다"며 "교육부 대변인은 폭탄주 8잔과 소주 6잔, 홍보담당관은 폭탄주 6~7잔과 소주 6잔을 마셨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동석한 기자들에게도 확인했느냐"고 묻자, 김청연 감사관은 "공식적으로 참고인 조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밝혔다.
결국 나흘간 진행된 교육부 자체 감사는 징계 당사자들을 상대로만 이뤄진 모양새가 됐다. 이러다보니 최종 감사 보고서에는 나 전 기획관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입증을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이를 두고 더민주 유은혜 의원은 "교육부의 (파면) 방침이 실제로 인사혁신처의 징계로 이어지려면 진상조사 결과가 파악되고 보고돼야 한다"며 "장관의 말만 듣고는 실제 조사가 철저히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도 "술을 많이 먹었다는 것에 대해 명분을 주기 위해 쓴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고, 안민석 의원 역시 "육하원칙도 없고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며 여야 의원까지 포함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은 "왜 대한민국 교육정책이 그렇게 밥사고 술사고, 과음 자리로까지 이어지는 형태의 홍보로 흐를 수밖에 없느냐"고 '술자리' 자체를 질타, 야당 의원들과는 미묘한 대조를 나타냈다.
나 전 기획관 본인이 '망언'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음'에 초점이 맞춰짐에 따라, 19일 중앙징계위원회의 논점도 음주 문제에 치우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더민주 조승래 의원은 "교육부의 두루뭉술한 감사 결과만으로는 징계를 다투는 과정에서 과연 중징계 요구가 받아들여질까 싶을 정도"라며 의문을 표시했다.
교육부가 '월권'이란 지적에도 구체적 징계 수위까지 못박아가며 겉으로는 엄중조치 의지를 강조했지만, 정작 그 증빙자료가 될 감사 보고서는 '날림'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특히 나 전 기획관의 발언에서 드러난 반(反)민주적 인식들이 평소 공적인 회의나 정책 추진 과정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는지에 대한 조사가 전무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