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졌다' 非朴의 반격…이한구의 ‘칼’은 공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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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김무성 건 교환 의심, 공당 맞나"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1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2차 공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결국 터졌다. 극도의 혼탁함 속에서 ‘일촉즉발(一觸卽發)’이었던 새누리당의 4.13 공천갈등이 폭발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공관위)원장의 칼춤으로 시작된 친박계와 김무성 대표 등 비박계의 충돌은 ‘살생부 논란’, ‘여론조사 유출’. ‘막말 파문’을 거치며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공관위 중단이라는 파국 직전을 초래한 ‘일촉’은 이 위원장이 휘두르던 ‘칼’의 공정성 시비였다. 공천 ‘저승사자’ 이 위원장의 서슬에 계속 밀렸던 비박계의 반격의 발판도 이 지점이었다.

◇ 이한구는 어떻게 김무성을 옭아맸나

친박계가 추대한 이 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김무성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었다는 ‘100% 상향식 공천’을 두들겼다. 현역의원의 대폭 물갈이를 당연시하며 전략공천 불씨를 되살렸고 우선·단수추천의 범위 확대 발표로 컷오프(공천배제)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만들어갔다.

비박계 공관위원들과의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발표를 하는가 하면, 김 대표의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에 “관여하지 말라, 당대표도 공천을 못받은 적 있다”고 협박하는 등 고도의 심리전으로 주도권을 잡아갔다.

비박계는 부글부글 끓었지만 목을 겨누는 이 위원장의 칼이 무서웠다. 이 위원장은 ‘비박 살생부’ 논란 때는 “3김 시대의 음모 정치의 냄새가 난다”고 당의 공식 조사를 요청하며 강공 모드를 폈고 친박계 지도부가 호응하며 김 대표는 사과를 해야 했다. 김 대표는 이어 1차 공천의 단수추천 결과를 손바닥으로 책상을 쳐서 의결하며 고개를 숙였다. 공천은 곧 이한구 같았다.

◇ 윤상현 실언에 이한구도 실언?

그런데 이 위원장의 철옹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공관위의 공정성 시비였다. 살생부에 이은 여론조사 유출 논란에 공관위원 연루 의혹이 제기됐고 이 위원장의 “절대 불가능” 해명에도 의심은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그러다 2차 공천 발표를 앞둔 8일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죽여버려’ 막말 녹취록 파문이 터졌다. 전혀 예상못한 사태에 이 위원장은 실언(失言)성 발언을 했다. 그는 의견을 묻는 기자들에게 “친구와 술 한 잔 먹고 한 거 아닌가”라고 윤 의원을 두둔했다. “너무 많은 요소를 감안하면 심사할 수가 없다”며 공천심사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월급쟁이’, ‘양반집 도련님’, ‘저성과자’, ‘당론 위배’, ‘비인기자’ 등 컷오프 대상을 연신 늘어놓으며 으름장을 놓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너그럽고 관대한 태도였다.

당장 당내에서는 ‘이중잣대’,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다음날 ‘진상규명이 우선’이라고 방어막을 치며 말을 아꼈다.

김무성 대표 막말 녹취록 파문의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 공정성 시비 자초한 이한구

윤 의원의 사과와 진상조사 착수 등 수습 시도가 이어지던 중 이번에는 이 위원장 자신이 파문의 중심에 섰다. 김무성계는 공관위 ‘보이콧’이라는 극단적인 대응으로 반격에 나섰다. 그 빌미는 다시 이 위원장의 공정성 시비였다.

이 위원장은 10일 2차 공천 발표를 하면서 전날 공관위에서 결정한 김 대표 지역구 경선 발표를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그가 밝힌 이유는 최고위원들과 공관위원은 제일 마지막에 발표한다는 원칙과 살생부 논란의 진상 규명 우선 등 두 가지였다.

특히 살생부 요인과 관련해 “김 대표만 경선에 참여하게 하면 (관련자인) 정두언, 김용태 의원에게 불공평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세 사람은 세트로 처리해야 한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고위에서 클린공천단에 넘겼는데 (진상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윤 의원에 대해서도 “확인을 해야 한다”며 공천 발표 보류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이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큰 착각을 했다. 살생부 논란은 김 대표의 사과와 ‘공관위의 공정성 저해 행위에 대한 엄중 조사 및 조치’ 수용으로 일단락된 사안이다. 클린공천단에 회부 자체가 되지 않았는데 진상조사를 기다려야 한다고 이유를 갖다댄 것이다. 오히려 클린공천단의 조사가 시작된 것은 윤 의원의 막말 건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김 대표 관련 발표 연기를 “새벽에 공정성 문제가 갑자기 생각나서 공관위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관위 부위원장인 황진하 사무총장은 연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김 대표가 포함된 결과를 보고하고 승인까지 받았다.

황 사무총장은 TV로 이 위원장의 공천 발표를 지켜보다 ‘원래대로 발표하라’는 친박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의 쪽지까지 긴급 전달했지만 소용 없었다.

결국 친(親)김무성계인 황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최고위 결정까지 묵살하는 독단적인 운영을 더는 볼 수 없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 비박계 “윤상현 건 거래 의심…수습 결과 전체 총선 판도에 영향”

비박계, 특히 서울과 수도권 의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의원은 “윤상현 막말 파문 이후 지역구에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의원은 “아무리 싸움을 해도 대표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면서 “이게 공당(公黨)이냐고 격노하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이번 파문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총선 전체 판도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지역민들의 경고가 나온다”며 “당의 엄청난 위기”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 위원장의 김 대표 경선 발표 연기에 대해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동을 김무성 대표의 살생부 논란과 교환해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상당한 의심을 갖게 한다”면서 이 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회동 보도를 “작전 논의라고 생각하기 딱 좋다”고 규정했다.

친박 일각에서도 발표 연기에 대해 “긁어 부스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부산진을 경선 예비후보를 발표하면서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의 이름을 빠뜨린 것도 '음모론'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칼’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갈수록 증폭되면서 이 위원장의 행보도 꼬여가고 있다.

이 위원장의 11일 3차 공천 발표 강행 여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에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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