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보세요. 역사의 산 증인 이용수가 있습니다"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위안부 할머니 피규어 프로젝트②] 이용수 할머니 편

역사의 산 증인을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어디에 계시더라도 우리가 할머니를 기억하고 떠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가해자가 진실된 마음으로 사과하는 그 날이 올 때까지 할머니의 시간을 붙들어두고 싶습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위안부' 할머니의 시간을 붙잡고 싶습니다
② "여러분 보세요. 역사의 산 증인 이용수가 있습니다"
③ "일본 사과 받아야 편하게 갈 수 있을텐데…"
④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웃었습니다"
⑤ 할머니, 우리가 함께 기억 할게요
"할머니, 편안하게 하늘나라 가서 주무세요. 나머지 해결은 제가 할게요"


2016년 2월 17일 수요일, 대구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한 이용수 할머니께서 서울역에 도착하셨다. 다리가 불편해 서울행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오늘은 할머니께 조금은 특별한 날이다.

할머니께서 역에 도착하자마자 이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 곳은 수요집회가 열릴 일본대사관으로 앞. 집회 참석 후에는 또다른 이벤트가 마련돼 있다.

서울행 KTX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이용수 할머니.

 

사실 상경 열차 안에서 할머니는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신 듯 자주 눈을 감으셨다.

아마도 며칠 전 다녀오신 경남 양산의 장례식장이 자꾸 눈에 밟히셨던 탓이었나보다. 2016년 2월 15일, 또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최 할머니가 향년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다.

"이런 일이 있으면 꼭 '몇 분이 남았다'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듣는 '일본'은 좋아할 거예요(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나서). 나보다 한해 위, 아흔이신데. 저라도 가야겠더라고요. 움직일 수 있으신 다른 할머니들이 거의 없으니까요"

이야기를 시작한 할머니 눈 아래는 벌써 이슬이 가득 맺혔다.

"가서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거 다 잊어버리고 가세요. 편안하게 하늘나라 가서 주무시고 나머지 해결은 제가 할게요. 그래서 할머니들 계신 곳에 가서 내가 해결하고 왔다 말씀드릴게요. 잘 가세요"

말을 이어가던 할머니께서는 끝내 울먹이셨다.

수요집회 장소로 가는 차 안에서도 계속 생각에 잠겨 계씬 이용수 할머니. (사진 = 김기현 PD)

 

"생각해보면 나는 대한민국에 잘 못 태어났구나 싶습니다"

"이 나라에 내가 잘못 태어났나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그런데 일본 대사관 앞에서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학생들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할머니께서는 최근 수요집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 편치 않다고 말씀하셨다. 일본의 사과는 둘째 치고 올 초부터 일본 대사관 앞에서 노숙하며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학생들이 안쓰러웠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나라가 없고 힘이 없어 당했지만, 지금도 이렇게 당하고 있어야 되나요?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이 추운 날에 왜...증손자 나이쯤 되는데 거기 가는 게 참 슬퍼요"

이용수 할머니와 소녀상. (사진 = 김기현 PD)

 

"왜 여러분이 여기서 밤을 새워야 합니까? 제가 있으니까 여러분들은 밤새지 마세요"

이내 할머니는 수요집회에 참석해 함께 한 사람들과 함께 <아리랑>, <바위처럼>도 부르고 구호도 외치면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집회가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발언이 이어지자 갑자기 할머니의 얼굴이 어두워지나싶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잡으셨다.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여러분이 무엇 한다고 소녀상을 지키고 있습니까? 마음이 아파요. 왜 여러분이 여기서 밤을 새워야 합니까?"


"저는 욕한 적이 없는데, 그런데 보자 보자 하니까 너무합니다. 우리나라는 뭐하는 겁니까? 왜 우리 국민을 고생시키는 것입니까?

여러분 보세요. 역사의 산증인 이용수가 있습니다. 소녀상에 손 못 댑니다. 손대면 벼락 맞아요.

그러니 여러분은 집에 가서 편하게 자세요. 부모님이 얼마나 걱정하겠어요. 나는 마음이 너무너무 아파요. 밤에 잠이 안 와요.

여기 나오려 해도 겁이 나요. '내 죄지' 싶어서. 나 때문에 여러분이 고생하는 것 같아서...

우리면 충분히 고생했는데 왜 여러분들까지 고생해야 됩니까? 분해 너무 분해... 나는 참았어요... 그래도 이렇게 분할 수가 없어..."

할머니는 집회가 끝나자 눈물을 글썽이며 울고있는,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응원하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손을 꼭 붙잡으셨다.

우는 여학생을 꼭 안아주는 이용수 할머니. (사진 = 김기현 PD)

 

"괜찮아. 추운데 고생 많아요. 한번 안아 보자"

도리어 학생들을 위로하는 할머니.

마지막까지 웃음을 보여 주신 할머니는 응원하는 학생들을 뒤로하고 3D 피규어 제작장소로 발걸음을 옮기셨다.

전시된 3D모형을 보고 웃으시는 이용수 할머니. (사진 = 황진환 기자)

 

오래 전 위안부 할머니 모형을 만들기 위한 주물 작업 중 생긴 화상이 아직도 이마에 남아 있어 이번 기획이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사진만 찍으면 된다고 말씀드리니 할머니는 마음이 조금 놓이시는 듯 했다.

"모자 안 쓰고 예쁘게 한복 입고 한 번 더 찍고 싶네요. 아니 할머니들 전부다 모여 '일본이 공식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는 피켓을 들고 당당하게 찍고 싶어요. 그래서 그걸 모형으로 만들어서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이번 미국 방문 때도 가져가면 좋겠어요"

완성된 이용수 할머니 3D 피규어. (사진 = 황진환 기자)

 


※ 이 기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후원하기 위해 <다음 뉴스="" 펀딩="">에 제공됐습니다.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