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박종민 기자)
SK그룹이 계열사들의 해외 투자를 지원하는 전담조직을 신설, 팀장으로 은진혁(48) 전 인텔코리아 사장이 그룹에 합류하면서 '브이(V) 소사이어티'가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브이 소사이어티는 재벌 2세들과 벤처 기업인들이 2000년 9월 자본금 42억으로 설립한 주식회사다. 브이 소사이어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김준 경방 사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등 재계 2·3세 오너들이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가졌던 모임을 법인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최 회장이 주도적 역할을 했고 신동빈 회장 등 21명의 초기 멤버들이 회원 자격으로 각각 2억 원씩 출자해 설립했다. 초기 자본금은 46억 4000만원이었다. 안철수 의원도 설립 초기 벤처기업 CEO 자격으로 이 모임의 회원으로 가입했었다.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한때 회원 수는 60여명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강사를 초빙해 강연을 듣고 관심사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등 재벌 사교모임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모임이다. 정치인, 공무원, 국회의원에게는 회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
최 회장은 브이 소사이어티에서 글로웍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연루돼 구속기소된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김준홍씨와 5700억원 선물투자의 키맨 역할을 한 김원홍 씨를 알게 됐다. 두 김 씨는 최 회장의 선물·펀드 투자로 이끌어 구속까지 이르게 했다.
최근 최 회장과 십여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오며 펀드 투자를 권유했던 은진혁(48) 전 인텔코리아 사장도 SK그룹에 합류했다. 은씨 역시 브이 소사이어티에서 최 회장과 첫 만남을 가졌다.
과거 그룹 계열사들이 은씨가 관여했던 펀드에 투자하거나 은씨와 사업 관계를 맺었다가 손해를 본 전력이 있는데다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어서 그의 영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경영 본업이 아닌 개인적인 돈벌이로 최 회장을 현혹시켰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김원홍·김준홍·은진혁씨를 두고 '회장님 측근 3인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전해졌다.
한편, 브이 소사이어티는 점점 모임이 시들해지면서 지난해 초 일부 회원의 법인 해체 의견을 받아들여 청산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 지난해 5월27일 주주총회를 열어 해산을 결의한 뒤 곧바로 법원 청산 작업에 들어갔고 3개월 뒤인 8월 5일 청산 절차를 완결시켰다.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최 회장이 횡령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영향이 없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으나 최 회장은 이 모임에 애착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2003년에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이 모임을 떠나지 않았고 풀려난 뒤에는 더 활발히 활동을 했었다.
브이소사이어티 회원들은 법인 청산 이후 모임을 대체할 별도의 다른 모임을 만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